의대정원 대학입시
의대 정원 확대에 요동치는 대학입시
최대 4천명 증원 수요 확인 … 반수·재수 증가로 자연계열 대입 도미노 영향권
2025학년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현재 의대 정원 확대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부분이 크지만 당장 내년 의대 정원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의대 정원 확대 대학이나 선발 방법, 교육 여건 마련을 비롯해 의사 단체와의 협의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최근 정부는 기존 의대 중심으로 증원 수요를 조사해 발표했다. 대학들은 현재의 3058명에서 2025학년엔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 2030년엔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3명까지 증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 확대는 상위권 대학을 비롯해 자연계열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합격선 하락을 비롯해 대입 재도전으로 나도 의대에 진학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면서 N수생을 양산하고 있다. 그로 인해 자연계열 공백도 우려된다. 의대 정원 확대 진행 상황과 대입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함께 살펴보았다.
최근 정부는 기존 의과대학의 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의료계는 전 정부에 이어 이번에도 "과학적 근거와 충분한 소통 없이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의료계 총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만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인력난으로 발생한 사건이 잇따르면서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 파업의 동력이 그리 크지 않으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원 적은 의과대학 중심으로 증원 가능성 커 = 정부는 현재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대학 중 입학 정원이 50명 미만인 미니 의대와 지역 국립대의 입학 정원 증원을 우선적으로 고려 중이다(표). 전국에 입학 정원이 50명 미만인 소규모 의과대학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인 차의과대를 포함해 가천대 성균관대 아주대 등 17개 대학이다.
보건복지부는 "대학의 수요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체 수요와 규모, 현장 확인 등을 통해 최종적으로 교육부가 의대 정원을 확정하게 된다"며 "시작은 기존 대학 중심으로 진행하지만 공공의대나 지역의대 신설 등도 수요를 지켜보며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의대 선호 현상과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기대심리로 최근 학원가에선 '초등부 의대반'이 성행하고 있다. 초등부 의대반은 보통 초등 3~4학년에 개설되는데 수학 선행학습을 주로 한다. 일부 유명 학원에 입학하기 위해 과외를 받거나 다른 학원에 다니며 입학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기대심리로 자연 계열 상위권은 의대 진학에 대한 희망이 커졌다"며 "의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의대 정원 확대에 힘입어 의대 열풍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N수생 부모인 강정희씨(가명)는 "재수 종합 학원의 한달 비용은 수업료와 교재비, 식비, 독서실 이용료 등을 합해 300만원에 달하고, 거기에 용돈까지 더하면 굉장히 버겁다"며 "내년에는 의대 정원이 확대된다니 아이들이 한 번 더 해보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입시 지옥에서 빠져나오기 점점 힘들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초등학생부터 N수생까지 의대에 대한 열망이 커져 학문을 배우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학생들이 수능에 매달리는 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사회적·경제적으로 손실이다.
◆수시 경쟁률, 수도권 의대 상승·지역 의대 하락 = 종로학원이 2015~2024학년 수시 의대 모집 인원과 지원자 수를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2024학년 수시 지원자 수는 2023학년 대비 4600명가량 줄었다. 이승용 서울 중동고 교사는 "지원자 수로 보면 줄었지만 그렇다고 의대 선호도가 낮아졌다고 볼 수는 없다"며 "학령인구가 감소한 데다 허수 지원자가 줄어든 게 원인이 아닐까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2024학년 기준 27개 지방의대는 수시 전체 선발 인원의 58.6%를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한다"며 "이런 구조에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학생이 수시에서 지방 의대를 지원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종로학원은 증가 인원이 2000명 정도라면 의대 가능권이 백분위 94로, 국·수·탐 원점수는 3.9점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고 3000명이 증원된다면 백분위가 93.5까지 하락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자연 계열 91개 학과 중 73개 학과(80.2%)가 의대 지원 가능 점수에 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로 2023학년 정시 의대 합격선은 국·수·탐 원점수 300점 만점 기준 서울권 의대는 최저 288점, 수도권 의대는 최저 286점, 지방권 의대는 최저 275점이었다.
이 입시평가소장은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치대와 수의대, 약대, 공학계열 등 최상위권 학생들이 의대지원에 합류하면서 자연계열까지 연쇄적으로 합격선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방 의과대학은 정원의 최소 40%(강원·제주 20%)를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해야 한다. 지역인재전형은 지원 자격이 제한돼 있어 일반전형에 비해 경쟁률과 합격선이 낮다. 수시 선발 방식은 일반전형처럼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설정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교과전형에서 면접을 치르는 대학도 많다. 전남대는 2025학년 신입생 지역 출신 비율을 80%까지 늘린다고 발표했다. 2024학년에 125명 정원 중 94명을 광주 전남 전북 지역 학생들로 선발했는데 2025학년엔 100명으로 확대한다는 것.
배영준 서울 보성고등학교 교사는 "서울·수도권 학생들은 지역인재전형이 역차별이라고 생각하지만 지방 의대 교수들은 지역인재전형 확대를 희망한다"고 전한다. 다만 지역인재전형은 교과전형 비율이 높고 종합전형으로 선발하더라도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높은 편이다. 배 교사는 "작년에도 연세대(미래캠퍼스) 한림대 등 일부 지역 의대는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채우지 못했다"며 "지역인재전형으로 의대를 고려한다면 수능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중학교까지 지역에서 나와야 지원 자격 = 현재는 지역인재전형 지원 자격이 '해당 대학 소재 고교 전 교육과정 이수·졸업자'지만 2028학년부터는 지원 자격에 '비수도권 중학교 전 교육과정 이수·졸업자'가 추가된다.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까지 지역에서 나와야 지원 자격이 생기므로 해당 전형에 지원 가능한 학생 수가 줄어들 전망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지원자 가운데 재수생과 N수생 등 졸업생 비율은 31.7%(15만9742명)로 1997학년(32.5%) 수능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023학년과 비교하면 재학생 수는 35만239명에서 32만6646명으로 크게 감소했는데 N수생은 14만2303명에서 15만9742명으로 증가했다. 이미 급격하게 늘고 있는 N수생이 내년에 의대 정원 확대 예상으로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기수 기자 · 민경순 내일교육 리포터 hellel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