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동맹' 집중 부각 … '엑스포 상처' 만회할까

2023-12-14 11:14:20 게재

대통령실 "미-일-영-네덜란드, 글로벌 공급망 동맹 완성"

"2나노미터 공정 경쟁 고지 선점 교두보 … 초격차 요인"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방문이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정부가 '반도체 동맹'의 의미와 기대효과를 집중 부각했다. 최근 엑스포 유치전에서 '대량 실점'한 윤 대통령의 외교성적을 만회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국왕 부부 초청 답례 문화공연 |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부부가 13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시내 공연장에서 열린 답례 문화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경제수석 "EUV 장비 안정적 확보" = 대통령실은 13일(현지시간) "이번 네덜란드 국빈방문에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반도체 동맹'을 명문화함으로써, 이제 설계에서부터 소재·부품·장비, 제조로 이어지는 전 주기를 연결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동맹이 완성됐다"고 밝혔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이날 오후 암스테르담 브리핑룸에서 "'반도체 동맹'의 의미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반도체 초격차를 목표로 양국의 정부와 기업, 대학이 기술, 인력, 공급망을 아우르는 반도체 산업 전 영역에 걸쳐 강력한 전략적 연대가 구축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수석은 윤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반도체 초강대국'을 내세웠던 점을 환기시키면서 "정상외교에서도 반도체는 늘 중심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의 정상외교는 우리 기업들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에서 무기한 유예를 받아 내는 기반이 됐고, 올해 3월,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는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해소시켜 우리 기업의 반도체 공급망에 숨통을 틔워줬다"며 "설계기술 강국인 영국 국빈방문에서는 '한-영 반도체 협력 프레임워크'가 체결됐다"고 했다.

이어 "양국이 정부 간 반도체 협력채널을 신설하고 핵심품목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미국, 일본, 영국에 이어 네덜란드로 연결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연대가 완성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동맹의 기대효과에 대해서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과 삼성전자가 공동으로 설립 운영하게 될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 센터'를 언급하며 "3nm(나노미터)를 넘어 2nm를 향하는 초미세화 공정 경쟁에서 우리 기업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교두보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한국이 더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박 수석은 "팬데믹 여파에 따른 글로벌 IT시장 위축, 금리 인상에 따른 서버 투자 감소, 중국의 경기둔화 등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급격히 위기감이 확산됐지만, 최근 스마트폰과 AI용 서버 중심으로 수요가 살아나고 메모리 가격이 점차 회복되면서 지난달 반도체 수출이 16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되는 등 긴 터널의 끝이 보이고 있다"며 "이제 반도체 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남아있는 지정학적 리스크, 공급망 리스크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모처럼 형성된 반등 모멘텀을 확실히 다질 시점"이라고 말했다.

◆과기부 장관 "단위공정 빨리 개발" =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힘을 보탰다.

이 장관은 같은날 브리핑에서 "반도체 동맹 관계가 됨으로 해서 기존 대비 장비의 공급망 확보가 좀 더 확실해지고, 또 장비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는 그런 기회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며 "우리나라의 두 반도체 회사(삼성전자·SK하이닉스), 그리고 ASML이 협력을 함으로 해서 관련된 기술을 좀 더 조속히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장관은 "장비를 빨리 들여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련된 단위 공정을 빨리 개발할 수 있다라는 것도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그것들이 결국은 초격차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들"이라고 했다.

이 장관은 SK하이닉스와 ASML이 수소 재활용 기술 개발에 협력키로 한 MOU와 관련 "ASML 입장에서는 부가가치를 더 높일 수 있지 않겠느냐"며 "공급망 확보라든지 아니면 시간을 단축해서 뭔가 장비를 공급받을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포니의 추억' 꺼낸 윤 대통령 =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 이어 "1979년 한국의 첫 국산 자동차인 포니가 유럽 시장의 문을 처음으로 두드린 곳이 바로 이곳 암스테르담"이라며 "이제 한국 자동차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 중 하나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04년에는 로테르담에 한국의 첫 해외 공동 물류센터가 설치돼 유럽으로 향하는 한국 화물을 집결하고 있다"며 "반도체는 오늘날 양국 협력의 상징"이라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기술 패권경쟁이 심화되고 지정학적 위기, 기후변화 위기와 같은 전례 없는 복합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며 "그러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두 나라는 그 어떤 나라보다 모범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양국 기업들은 한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우고, 대학원생들이 최첨단 기술을 함께 배우며, 정부 간에는 반도체 대화 채널을 개설하기로 했다"며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달성을 위해 원전, 수소, 해상풍력 등 무탄소 에너지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잠재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세계적인 물류 허브인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과 부산항의 지속적인 협력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방문을 계기로 양국 기업과 기관은 포럼 이후 첨단산업·무탄소 에너지·물류·농업 등 분야에서 총 19건의 협력 양해각서(MOU) 및 계약 19건을 체결했다.

암스테르담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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