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축산, 농업의 체질을 바꾼다 ②

데이터로 승부하는 정밀축산 선구자들

2023-12-14 11:43:21 게재

김학현 로즈팜 대표 "축산 빅데이터값 연구"

축산분야 스마트화 핵심은 농가수익 증대

전국 곳곳에서 스마트축산을 이끄는 농장주가 있다. 이들은 축산분야에 첨단과학을 접목시킨 개척자로 꼽힌다. 반신반의하던 축산업계에 스마트축산을 인식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축산분야 스마트화는 기자재 표준화와 함께 축산데이터 활용도를 높이는 작업이 중요한 과제다. 유송원 축산물품질평가원 유통지원본부장은 14일 "축산 2세대들이 스마트축산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실증을 하면서 축산업계에 변화를 만들고 있다"며 "농가들이 축산데이터를 활용해 경영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내년 스마트축산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경기 평택의 스마트축사 로즈팜 내부 돈사. 어미돼지가 스마트축사 내부에서 새끼돼지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 사진 축산물품질평가원 제공


◆데이터값 축적 축사운영 효율화 = 경기 평택의 로즈팜 김학현 대표는 스마트축산을 이끄는 차세대 선두주자다. 2009년 한국농수산대학 중소축산학과를 졸업하고 14년차에 접어든 축산인이자 컴퓨터를 활용해 돈사를 설계하고 환기시스템을 비롯한 스마트축사를 만든 기술자이기도 하다.

그가 만든 로즈팜은 2017년 자동화시스템이 구축된 8264㎡(2500평) 규모 스마트축사로 진화했다. 농장 내부는 △교배사·후보돈사 △임신사 △분만사 △자돈사 △퇴비발효건조장 등으로 구성했다. 김 대표는 이곳에서 어미돼지(모돈) 1300여마리로 돼지를 생산하고 있다.

김 대표는 "스마트축산의 원칙은 단순하고 쉬워야 한다는 것"이라며 "모든 농가가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농가에서 직접 참여하는 스마트축산 연구개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모든 농장주들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축산을 연구하고 있다. 양돈농장에서 중요한 온도센서도 빅데이터가 필요했다. 돈방 설정온도, 그리고 실제 돈방온도, 외부온도, 현재시간 등을 데이터값으로 정하고 여름철이나 겨울철 외부온도가 변하는 상황을 가정해 내부온도의 데이터값을 수집해 빅데이터로 가공했다. 이를 통해 실제 돈방온도와 돈발설정온도의 차이값으로 농장의 문제점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또 바닥냉방(쿨링패드) 작동 때 발생하는 온도 차이값의 누적에 따라 데이터 운용이 가능하고, 이를 조합해 알람을 만들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사료를 주는 과정도 데이터화했다. 체형별 사료 피크 지점을 급이(사료공급) 곡선을 이용해 설정하더라도 체형이 작은 돼지가 더 큰 돼지보다 사료를 많이 먹는 경우 등 변수에 대해서도 데이터를 쌓았다. 돼지가 자발적으로 급이기를 건드리는 패턴을 분석해 개체별 사료급여량을 조절하면 더 완벽한 급이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한국 양돈업에서 빅데이터는 과연 어디쯤 와있을 지 고민하고 있다. 지금 우리 농업 현장에서 데이터는 이미 발생한 상황을 분석하는 데에만 그치고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 김 대표는 "이것은 명백한 데이터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돼지와의 소통을 언제까지나 낭만적인 측면에서만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통계와 데이터, 체계 고급화를 통해 보다 정밀하게 농장을 관리할 수 있고 긴밀하게 돼지와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농장 운영에 빅데이터와 AI 도입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가축 줄었는데 생산량은 그대로 =

경기도 평택의 두희목장 이재광 대표는 2020년 로봇착유기(렐리 아스트로넛 5)를 도입한 스마트축산인이다. 이 대표는 "아내가 착유를 전담했던 만큼 로봇으로 작업을 대체한다고 해서 특별히 내 일상이 달라진 건 없지만 착유로 힘들어 하는 아내를 볼 때 마다 안쓰럽고 미안해 할 일이 없어졌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로봇착유기 도입과 함께 150두(착유우 70두)에 달했던 사육규모도 125두(55두)까지 줄였다. 축분 처리에 골머리를 앓았기 때문이다. 사육규모를 줄였는데도 하루 2000kg의 원유가 생산되면서 전체적인 착유량은 기존(2450kg)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로봇착유 이후 두당 원유 생산량이 평균 2kg정도 늘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로봇착유기가 생각보다 똑똑하다. 심지어 발길질하는 개체에도 착유컵을 붙이는 모습에 놀랐다"며 로봇착유기의 성능에 만족을 표했다.

충북 진천의 두레목장 김충래 대표도 스마트축사를 운용하는 대표적 축산인이다. 처음 송아지 1마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농장 규모가 156두로 전국 농장 평균의 두배를 넘어섰다. 김 대표는 사육두수가 늘어나면서 노동력과 품질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2015년 충북 진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스마트축사 시범사업을 진행하자 여기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발정탐지기와 사료자동급이기를 도입했다. 젖소의 발정상태를 조기에 검사탐지해 적기 수정을 유도할 수 있게 됐다. 사료자동급이기는 사료를 주는데 투입되는 시간을 절반 이상으로 줄여 농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2018년에는 축산 ICT 융복합 확산사업을 통해 송풍팬과 자동착유기, TMR 배합기를 도입했다. 김 대표는 "2026년 축산 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낙농 산업도 본격 경쟁 사회로 진입할 것이기 때문에 축산ICT 융복합 확산사업을 전면 개방 이전에 우리 농가의 체질을 강화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1세대 노하우와 20~30대인 후계농들의 데이터 활용 역량이 합쳐지면 농장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농가수익 높일 수 있는 축산정책 = 닭은 다른 축종에 비해 예민한 축종이다. 폐사율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농장의 생산성이 결정되기 때문에 계사 내 정밀한 환경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충북 음성에서 육계 12만4600수를 키우는 무궁화농장 박선환 대표는 ICT 기기를 도입했을 때 사용법을 알아 가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가족들의 도움으로 지금은 축사 ICT의 전문가가 됐다. 대가축의 경우 ICT 기기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개체 수가 많지 않아 개체 관리가 가능하지만 닭은 계사 자체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만 했다.

ICT 기기를 도입할 때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했던 점은 닭이 건강하게 클 수 있도록 하는 관리체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온습도계와 환기시설을 설치한 이유도 정확한 농장 환경 데이터를 토대로 건강한 닭을 생산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박 대표는 기회가 되면 스마트축사 데이터를 활용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ICT 기기 활용은 장비를 얼마나 쓰는가에서 끝나지 않고 거기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고 전했다.

이처럼 스마트축산을 도입한 농장주들은 체계화된 데이터값을 통해 농장을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스마트축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데이터 활용이라는 것이다.

이에따라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유전데이터와 등급판정데이터, 이력데이터 등을 표준화해 농가에 공급하는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유송원 축산물품질평가원 본부장은 "축산분야 스마트 정책은 기존에는 노동력 절감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데이터에 기반해 출하시기를 앞당기는 등의 농가소득을 실질적으로 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지적했다.

["스마트축산, 농업의 체질을 바꾼다" 연재기사]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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