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가지 쟁점, 윤 대통령 탄핵 가른다

2025-03-17 13:00:26 게재

하나라도 ‘중대 위헌·위법’ 판단시 파면

‘헌법수호 의지 있나’도 핵심 판단 기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 재판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쟁점은 크게 5가지로 이에 대한 재판부 판단에 따라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핵심 쟁점은 △12.3비상계엄 선포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 △군대와 경찰을 동원한 국회 활동 방해 △군대를 동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정치인·법조인 체포 등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주심인 정형식 헌법재판관은 변론 초기 국회가 제기한 소추사유를 이같이 추린 바 있다.

◆비상계엄 선포 요건·절차 갖췄나 =

첫 번째 쟁점은 12.3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 여부다.

헌법 77조 1항은 계엄 선포 요건으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병력으로써 군사상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로 규정한다. 또 계엄법 2조 2항에서는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 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 기능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로 정한다.

윤 대통령측은 거대 야당으로 인해 사실상 국정이 마비된 상태였다며 계엄 선포 요건이 충족됐다고 주장한다. 야당의 입법폭주와 줄탄핵, 예산 삭감 등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없는 ‘국가비상사태’였다는 것이다.

반면 국회측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내 상황은 국가비상사태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지난 1월 2차 변론에서 “12월 3일 대한민국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아니었고 병력으로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없는 평온한 하루였다”며 “국가의 안녕질서를 해친 장본인은 윤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국무회의 등 절차를 제대로 거쳤는지도 계엄 선포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헌법과 계엄법에서는 계엄과 그 해제에 대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한다.

당시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는 개회 선언이나 의안 상정 없이 약 5분간 진행됐다. 회의록도 작성되지 않았고, 국무위원들이 함께 서명하는 부서 절차도 없었다. 헌법에서는 계엄을 선포할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별도 통고 절차도 없었다.

윤 대통령측은 일부 절차적 요건을 지키지 못했지만 실질적인 국무회의가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당시 참석한 국무위원들은 국무회의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측은 제대로 된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계엄 선포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의안 제출도 없이 5분 만에 실효성 있는 심의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변론 증인으로 나온 한덕수 국무총리도 “통상의 국무회의가 아니었다”며 “형식적,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말했다.

계엄포고령 1호의 적법성 여부도 윤 대통령 파면을 가늠할 중요한 쟁점이다.

포고령 1호에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헌법에서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국회의 입법권에 관여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

윤 대통령측도 포고령 1호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실행할 의지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장관에게 “‘계엄이라는 게 길어야 하루 이상 유지되기도 어렵고 그러니까 아무리 법규에 위배되고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서 집행 가능성도 없지만 그냥 놔둡시다’라고 말씀드리고 나뒀는데 기억이 나느냐”고 물었고, 김 전 장관은 “말씀하시니까 기억이 난다”고 답한 바 있다.

반면 국회측은 “국회 권한을 제한하는 것 자체가 위법”하다는 입장이다. 또 포고령 일부는 실제 집행됐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도 계엄 포고령의 집행 가능성이 없다고 봤느냐는 국회측 질의에 “(대통령은)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주무 장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포고령을 계엄 선포에 필요한 형식으로만 생각하지 않았고 실행하려 했다는 얘기다.

◆국회·선관위 군 투입 성격은 =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계엄 해제 의결을 막으려했는지도 핵심 쟁점이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국회 투입된 병력은 특수전사령부 466명, 수도방위사령부 212명 등 678명, 경찰은 1768명에 달한다. 이중 707특수임무단은 국회 유리창을 깨고 의사당 안으로 진입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측은 군대와 경찰을 동원한 것은 ‘질서유지’ 목적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후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물음에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반면 국회측은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해 군경을 국회에 투입하고 체포지시를 내려 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영장 없이 군대를 동원해 중앙선관위를 압수수색한 것도 쟁점이다. 중앙선관위는 대통령이 수반인 행정부에서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계엄이 선포돼도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선관위에 병력을 투입했다면 그 자체로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선관위에 군병력 투입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그는 “일부 소극적 점검 결과 심각한 보안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에 중앙선관위 전산시스템 스크린 차원에서 소규모의 병력을 보낸 것”이라고 했다. 선거 부정을 단언할 수는 없으나 점검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국회측은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군을 투입한 것만으로 헌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또 윤 대통령측이 제기하는 부정선거론은 계엄선포문에도 없던 내용으로 계엄을 뒤늦게 정당화하기 위한 ‘사후 알리바이’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주요 인사 체포 지시 있었나 = 계엄 당시 정치인 등 체포 지시 여부도 윤 대통령의 위헌·위법 여부를 가릴 쟁점이다. 국회측은 윤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의 체포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이를 뒷받침하는 체포 명단이 적힌 메모를 제시하기도 했다.

반면 윤 대통령측은 홍 전 국장 메모의 신뢰성을 공격하며 주요 인사 체포 지시 사실을 부인했다.

헌재 탄핵심판 변론에서 다뤄진 5가지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라도 중대한 위헌·위법으로 판단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된다.

헌재는 윤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지에 대해서도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헌재는 2017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파면하면서도 결정적인 이유로 헌법수호 의지를 꼽았다. 당시 재판관들은 “피청구인은 자신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대신 국민을 상대로 진실성 없는 사과를 하고 국민에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며 “헌법수호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했다.

윤 대통령 역시 대국민담화에서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와 체포영장 집행에는 불응했다. 이처럼 사법절차를 무시한 행위는 탄핵심판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구본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