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정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 서강대 인공지능학과 최서빈

2023-12-15 12:07:52 게재

별난 열정 담긴 아카이브 노트 인공지능 꿈 이룬 비결이죠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고3 자습 시간 내내 복도에서 공부했다. 책상을 복도로 옮기고 멀티탭을 창문 밖으로 빼내 스탠드 조명을 설치하고 전기방석도 준비했다. 급식실로 가는 시간도 아까워 항상 학습 자료를 들고 다녔다. 점심을 먹고는 문학 작품 해설 강의를 들었다. 야간자율학습 후에는 학교 운동장을 매일 3~4km씩 뛰었다.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낸 날이 없었다. 주변에서 “왜 저렇게까지 하지”라고 할 정도로 ‘빡세게’ 공부했다. 학교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별난 학생’으로 소문났다. “고3은 당연히 힘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서강대 인공지능학과 1학년 최서빈씨는 “다시 고3 시절로 돌아가도 이보다 더 하진 못할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치열한 노력 끝에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인공지능학과에 진학한 서빈씨를 만나 수험 생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미지확대 최서빈 | 서강대 인공지능학과 1학년   사진 배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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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는 ‘자신과의 긴 싸움’
  “초등학교 6학년 때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보면서 인공지능의 위대함을 처음 느꼈어요. 이후 인공지능 관련 책을 읽고 정보를 찾아보면서 중학생 때부터 인공지능 분야로 진로를 정했죠.”   고교 진학 후 처음에는 수시를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했다. 하지만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았고, 2학년 여름방학부터 정시 준비에 전념했다.   처음엔 어려움이 많았다. 정시 준비를 시작하면서 어떤 강의와 교재를 선택해야 할지 정보를 얻기 어려웠던 것. 시작 단계에서 방향을 잡아주는 코치가 없어서 정시를 먼저 준비하던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정보를 찾았다.   “내신이 단기간에 정보를 습득하는 학습이라면, 수능은 장기간에 걸쳐 실력을 향상하는 학습이에요. 장기간 집중해 훈련하는 학습 방식이 제겐 잘 맞았고 그것이 강점이 됐어요.”    
성적을 올리는 습관과 약속의 힘!
  서빈씨는 자신만의 습관과 약속을 정하고 이를 철저히 지켰다. 사소한 약속이라도 어기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하루하루를 성실히 쌓아갔다.   주간 학습 계획을 세울 때 일요일은 항상 시간을 비워뒀다. 일주일 동안 밀린 학습 내용이나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처리하는 유동적인 완충 시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방식으로 일주일 동안의 학습 계획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었다.   하루 중에서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별도로 설정해 예상치 못한 변수에 대비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서빈씨는 잠들기 전 시간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계획한 분량의 공부를 밀리지 않고 모두 완료할 수 있었다.   또한 모의고사 날에는 실제 수능 날과 동일한 일정을 따랐다. 시간을 맞추고 학습 내용을 출력물로 준비하는 등 수능과 동일한 환경을 만들어 연습했다. 많은 학생이 모의고사 후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지만,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 당일 오답 정리와 복습을 바로 진행했다.   “모의고사 리뷰를 다음날로 미루면 문제를 잊어버려 다시 풀게 되면서 문제 풀이 과정을 두 번이나 거쳐야 하더라고요. 모의고사를 푼 당일에 모든 복습과 오답 정리를 마무리하는 것을 스스로와의 약속으로 삼았어요.”  
 
반복되는 오답? 아카이브 노트로 실수 줄여
  수학과 지구과학의 경우 ‘아카이브’라고 이름 붙인 오답 노트가 큰 도움이 됐다.   “문제 풀이 시 주의해야 할 점과 자주 발생하는 오류들을 기록한 노트였어요. 오답 노트는 예쁘게 일기장처럼 만드는 게 아니라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만드는 거니까 한눈에 쉽게 볼 수 있게 파일로 정리했어요.”   예를 들어 ‘~이후라는 말에 주의하자’ ‘문제에서 지시하는 지점 손으로! 표시하자’ ‘축이 나타내는 물리량과 방향에 동그라미 치자’ 등의 일반적인 주의 사항부터 ‘시선속도 문제를 풀 때 별의 공전 궤도로 판단하라. 행성 아니다’와 같은 구체적인 조언까지 포함됐다. 문제를 풀며 반드시 기억해야 할 내용을 아카이브 노트에 담아 수시로 읽으며 기억을 상기시켰고, 수능 시험장에도 출력물을 가져가 마지막까지 확인했다.   또한 수능이 임박한 10월 중순부터는 지구과학 오지훈 강사의 인터넷카페에서 같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활동도 했다. 여기에 지구과학 아카이브 노트를 공유하기도 했다.   “답변을 하면서 제가 학습한 내용을 다시 한 번 검토하고 정리하는 기회를 가졌어요.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른 개념은 완벽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어요. 제가 숙지한 내용을 확인하고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긴 수험 생활 버티게 해준 ‘인공지능’
  어릴 때부터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깊어 서빈씨는 주저 없이 서강대 인공지능학과를 선택했다. 그는 “수시 준비생과 다르게 정시 준비생은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시 준비생도 원하는 분야를 찾아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긴 수험 생활에서 목표가 없으면 정신적으로 버티기 어려워요. 정시를 준비하면서 관심사를 찾는 방법으로 국어 지문을 통해 관심 분야를 알아보는 것을 추천해요. 국어 지문은 대학에서 배우는 지식을 다루는 경우가 많아요. 지문을 읽으면서 재미있게 느낀 분야의 관련 지식을 찾아보면, 내 관심사를 알아갈 수도 있어요. 또한 학교 선배, 선생님, 입시 커뮤니티 등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세요. 전공이나 진로에 대해 최대한 물어보고 정보를 알아본 후에 결정을 내려야 후회가 없답니다.”   앞으로 음악과 인공지능을 접목한 연구를 하고 싶다는 서빈씨. 음악을 다루는 오디오 인공지능에 관심이 많아 대학원 석사 과정의 ‘음성 인식을 다루는 인공지능 모델 학습 기법’ 수업도 미리 수강하고 있다. 인공지능학과는 인공지능 관련 학·석사 수업 수강이 졸업 필수 요건이다.   “다른 인공지능 분야에 비해 음악은 아직 연구가 활발하지 않아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음악을 분석하고, 악기 음원 추출 및 분석을 쉽게 만들어 음악을 더욱 편리하게 즐기는 방법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오승주 내일교육 기자 sj.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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