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민생과 혁신 무너지고 권력만 나부껴
2023년 대한민국 주권자는 불행했다. 정치·경제·사회 영역 모두 꽝이었다. 양극화는 심화됐고, 극한대결과 배제와 혐오만 남았다.
위정자들은 국민의 행복한 삶에는 관심이 없었다. 자기 진영과 세력의 권력 확대 탐욕에 빠져 '민생 회복과 자기혁신'은 구두선에 머물렀다. 국민 혈세는 펑펑 쓰며 입으로만 봉사를 떠들 뿐이었다.
2024년은 나아질까? 국민들은 내년 경제도, 살림살이도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1년간 우리나라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56%, '좋아질 것'이라는 게 18%였다. 살림살이가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은 32%, '좋아질 것'이라는 대답은 15%였다. 이미 두달 전 경기 비관론은 3년 내 최고치(2022년 10월 66%), 낙관론은 3년 내 최저치(2022년 10~11월 11%)에 근접한 바 있다.(한국갤럽 12~14일 조사,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 정치에서 소통과 통합 협치 민주주의 원칙은 실종됐다. '검사의 나라'는 선명했으나, 민주공화제 '국민의 나라'는 요원해졌다. 여야 정치권의 독선과 오만, 권력적 탐욕만 나부낀다.
퇴행 거듭하는 좌파우파 후안무치한 정치권에 질타 쏟아져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를 택했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견리망의 현상이 난무해 나라 전체가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고, 정치인이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의로움보다는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는 것이 추천사유다. 좌우 모두 후안무치라는 질타다.
'민생'은 정치인의 입에 발린 장식품이 아니다. '민생정치'는 여야 정당을 분칠하는 데코레이션이 더더욱 아니다. 민생은 서민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절박한 삶이다. 민생을 위해서는 국민통합력 있는 유능한 리더십이 절실하다. 하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1/3의 지지도 얻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민심이반 현상이 지속되는가. 민생경제 회복과 퇴행적인 제왕적 리더십의 쇄신 실패에 그 이유가 있다. 부정 평가 여론은 윤 대통령의 '경제·민생·물가'문제 해결능력에 대해 가장 비판적이다.
지금 거대 양당은 혁신에 실패하고 내우외환에 휩싸여 있다. 국민의힘은 서울 강서구청장 참패 후 '인요한 혁신위'를 출범시키며 개혁의제를 추동하는 듯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의 구체제 거대기득권 앞에 용두사미로 막을 내리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 중이다. 여권의 미래는 윤 대통령이 '김건희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지가 분수령이다. 비대위원장 1순위로 오른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거취도 논란거리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대선 공약이자 국회 대표연설에서도 천명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저버렸다. 정치개혁을 후퇴시키는 선거제도 퇴행을 시사해 당 안팎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거대 양당 적대적 공생의 기반인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를 도모하며 민의에 역주행하고 있다. 비명계 혁신그룹인 '원칙과 상식'은 "민주당이 방탄정당 팬덤정당 패권정당의 굴레에 갇혀 있다"며 이재명 대표 사퇴와 비대위 전환을 요구한다. 이낙연 전 대표는 내년 초 신당 창당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안으론 분열됐고 밖으론 국민의힘과 쇄신경쟁에서 밀려있다.
제왕과 핵관·팬덤의 시간에서 국민 심판 시간이 다가와
여야 제왕적 수장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내년 총선 '국회의원 공천권'을 움켜쥐고 자기 사람들 중심으로 치르려한다. 하지만 양심적 정치를 제기하며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소신파 초선의원(강민정·오영환·이탄희·홍성국)들의 절망과 성찰에서 나온 쓴소리를 수용해야 정치가 변화 발전한다. 이들의 불출마에 대해 "왜 제정신인 의원이 그만 두냐. 권력만 탐하는 사람들은 목청을 높이는데…."라는 민초의 비판이 통렬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부 기업 가계가 역대급 빚더미에 파묻힌 채 뾰족한 대책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가 지난 11년새 두배로 늘었다. 자영업자 부채는 코로나 영업부진 등으로 5년 만에 2배 늘었고, 자영업자 부채 연체율은 1% 이상이다. 금융시장에서 '연체율 1%가 넘는다'는 건 위험 신호를 넘어 사실상 '사고 상태'로 인식하는 수치다. 총제적 비상이다.
이제 제왕과 핵관, 팬덤의 시간에서 국민 심판의 시간이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다. 국민이 중심을 지켜야 공동체의 양극단을 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