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무역환경 갈수록 악화되는데
2023-12-21 12:03:29 게재
미국과 중국 간 공급망 갈등이 재차 고조되는 가운데 보호무역 장벽이 다시 높아지고 자원 무기화가 거세지는 등 무역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 자원빈국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세계 10위권의 통상국가로 우뚝 섰지만 공급망 재편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미중 갈등고조와 보호무역 및 자원민족주의 득세로 고전이 예상된다.
자원무기화, 우방국 가리지 않고 무차별 진행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불과 보름 만에 갈등이 다시 고조되기 시작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지난 2일 레이건 국방포럼에서 "중국은 우리 친구가 아니다"라고 단언하고 서방이 냉전 시대에 공산권에 대한 전략 물자 수출을 막기 위해 도입한 '코콤(COCOM, 대공산권수출조정위원회)'과 같은 다자주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미국의 규제에 중국이 끊임없이 빈틈을 파고드는 만큼 동맹국이 합동으로 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자 중국은 '광물자원법' 개정으로 미국의 조치에 맞불을 놓았다. 관영 신화사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열린 국무회의에서 광물의 탐사·개발과 생산을 가속화하고 비축 시스템을 강화해 자원무기화를 촉진하기로 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광물자원법 수정안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편 유럽연합(EU) 내 자동차 판매량 2위인 프랑스는 14일 자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대거 제외시켰다. 이로 인해 보조금 적용대상이었던 기아자동차의 한국산 니로와 쏘울이 제외되고 현대차 체코공장에서 생산하는 소형 SUV인 코나 일렉트릭만 유일하게 보조금을 탈 수 있게 됐다.
이어 EU 내 판매량 1위인 독일도 17일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급 신청을 전면 중단했다. 이탈리아도 프랑스와 유사한 제도의 도입을 검토 중이고 튀르키예는 전기차 업체가 140개 이상의 서비스 센터를 보유하도록 하는 등 외국 전기차 업체의 진입장벽을 높였다. 일본도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5개 전략사업 중 일본 내 생산·판매사에 한해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일본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곧 발표하기로 했다.
자원무기화는 과거 원유·가스 같은 일부 자원에 국한됐으나 이젠 리튬·니켈·코발트·흑연 등 수요가 늘어나는 광물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희토류와 철광석 등에 대한 수출입 정보보고를 의무화해 갈륨과 게르마늄에 이어 배터리 음극재 핵심 소재인 흑연과 산업용 요소, 인산암모늄 등의 수출통제에 나섰다.
이에 앞서 인도네시아는 원광(原鑛)의 수출을 아예 금지하고 자원을 얻고 싶으면 자국에 정·제련시설을 만들도록 했다. 아프리카의 짐바브웨는 작년 말부터 배터리 원료인 미가공 리튬 수출 제한에 들어갔고 멕시코는 2월 리튬을 국유재산화하고 중국 기업에 내줬던 리튬 채굴 양허권 일부를 9월에 취소시켰다. 또한 전세계 리튬의 절반이 매장돼 있는 남미의 아르헨티나·볼리비아·칠레는 리튬을 전략 광물로 지정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유사한 리튬협의체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움직임이 우방국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정책 방향이 산업과 안보의 결합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국가 안전에 영향을 준다는 명분 아래 정부가 수출을 통제하고 공급망을 새로 짠다. 특히 중국의 자원무기화는 대부분 미국을 겨냥하고 있지만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낭패 당하지 않으려면 변화에 선제적 주도적 대처 필요
한국은 수입품 1만2586개 가운데 특정 국가 의존도가 80% 이상인 품목이 3941개(31.3%)나 된다. 요소수를 비롯해 최근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실리콘 등 이중 절반(1850개)이 중국에 편중돼 있다. 그런데도 우리의 대처는 너무나도 안이하다. 여야는 제2의 요소수 사태를 막기 위해 지난해 10월에 발의된 '경제안보 공급망 지원법'을 계속 방치하고 있다가 사태가 터진 뒤에야 지난 8일 부랴부랴 통과시켰다.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신냉전체제와 경기침체, 새로운 에너지 자원지도의 변화, 트럼프의 미국 대선 성공 여부, 인공지능의 생활화 등이 내년 주요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낭패를 당하지 않으려면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이고 주도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점이다.
자원무기화, 우방국 가리지 않고 무차별 진행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불과 보름 만에 갈등이 다시 고조되기 시작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지난 2일 레이건 국방포럼에서 "중국은 우리 친구가 아니다"라고 단언하고 서방이 냉전 시대에 공산권에 대한 전략 물자 수출을 막기 위해 도입한 '코콤(COCOM, 대공산권수출조정위원회)'과 같은 다자주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미국의 규제에 중국이 끊임없이 빈틈을 파고드는 만큼 동맹국이 합동으로 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자 중국은 '광물자원법' 개정으로 미국의 조치에 맞불을 놓았다. 관영 신화사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열린 국무회의에서 광물의 탐사·개발과 생산을 가속화하고 비축 시스템을 강화해 자원무기화를 촉진하기로 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광물자원법 수정안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편 유럽연합(EU) 내 자동차 판매량 2위인 프랑스는 14일 자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대거 제외시켰다. 이로 인해 보조금 적용대상이었던 기아자동차의 한국산 니로와 쏘울이 제외되고 현대차 체코공장에서 생산하는 소형 SUV인 코나 일렉트릭만 유일하게 보조금을 탈 수 있게 됐다.
이어 EU 내 판매량 1위인 독일도 17일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급 신청을 전면 중단했다. 이탈리아도 프랑스와 유사한 제도의 도입을 검토 중이고 튀르키예는 전기차 업체가 140개 이상의 서비스 센터를 보유하도록 하는 등 외국 전기차 업체의 진입장벽을 높였다. 일본도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5개 전략사업 중 일본 내 생산·판매사에 한해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일본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곧 발표하기로 했다.
자원무기화는 과거 원유·가스 같은 일부 자원에 국한됐으나 이젠 리튬·니켈·코발트·흑연 등 수요가 늘어나는 광물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희토류와 철광석 등에 대한 수출입 정보보고를 의무화해 갈륨과 게르마늄에 이어 배터리 음극재 핵심 소재인 흑연과 산업용 요소, 인산암모늄 등의 수출통제에 나섰다.
이에 앞서 인도네시아는 원광(原鑛)의 수출을 아예 금지하고 자원을 얻고 싶으면 자국에 정·제련시설을 만들도록 했다. 아프리카의 짐바브웨는 작년 말부터 배터리 원료인 미가공 리튬 수출 제한에 들어갔고 멕시코는 2월 리튬을 국유재산화하고 중국 기업에 내줬던 리튬 채굴 양허권 일부를 9월에 취소시켰다. 또한 전세계 리튬의 절반이 매장돼 있는 남미의 아르헨티나·볼리비아·칠레는 리튬을 전략 광물로 지정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유사한 리튬협의체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움직임이 우방국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정책 방향이 산업과 안보의 결합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국가 안전에 영향을 준다는 명분 아래 정부가 수출을 통제하고 공급망을 새로 짠다. 특히 중국의 자원무기화는 대부분 미국을 겨냥하고 있지만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낭패 당하지 않으려면 변화에 선제적 주도적 대처 필요
한국은 수입품 1만2586개 가운데 특정 국가 의존도가 80% 이상인 품목이 3941개(31.3%)나 된다. 요소수를 비롯해 최근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실리콘 등 이중 절반(1850개)이 중국에 편중돼 있다. 그런데도 우리의 대처는 너무나도 안이하다. 여야는 제2의 요소수 사태를 막기 위해 지난해 10월에 발의된 '경제안보 공급망 지원법'을 계속 방치하고 있다가 사태가 터진 뒤에야 지난 8일 부랴부랴 통과시켰다.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신냉전체제와 경기침체, 새로운 에너지 자원지도의 변화, 트럼프의 미국 대선 성공 여부, 인공지능의 생활화 등이 내년 주요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낭패를 당하지 않으려면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이고 주도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점이다.
박현채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