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플랫폼 규제입법 속도내야
2023-12-26 11:37:22 게재
오픈마켓와 배달앱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민간 자율기구가 지난해 8월 19일 출범했다. 온라인플랫폼 규제를 위한 법률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었지만 윤석열정부는 애써 외면했다. 대신 '민간 자율규제'를 고집했다.
그러는 사이 많은 일이 벌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카카오 먹통' 사태였다. 지난해 10월 어느날 갑자기 일어난 이 사태로 한국사회는 한때 마비와 혼란 상태에 빠졌다. 독점적인 메신저의 마비로 인한 재앙을 국민 모두가 피부로 느꼈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의 철인 플라톤은 "쓰라린 경험을 한 뒤에 깨닫는 것은 바보"라고 했다. 한국이 그런 바보짓을 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뒤늦게 독점 플랫폼 규제 법 마련 나선 정부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소상공인을 보이지 않게 좀먹기도 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5년간 플랫폼 입점업체가 대금정산을 제때 받지 못해 먼저 대출로 메운 것이 1만3000건, 1조8130억원에 이른다.
플랫폼 기업들은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도 사실상 당국의 비호를 받았다. 예컨대 기업결합을 위한 심사도 '간이검사'로 때운 것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8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카카오가 기업결합을 신고한 62개 회사 가운데 53곳은 간이심사만 받았다. 네이버는 22개 계열사에 대한 기업결합을 신고해 18건(81.8%)의 간이심사를 받았다.
그러는 동안 이들은 국내 기존재벌 못지 않게, 아니 더 신속하게 문어발처럼 사업을 넓혀갔다. 본업에 어울리는지 따져보지도 않는 '묻지마 확장'이었다. 그럴수록 각종 문제와 잡음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카카오와 택시사업자들의 마찰은 그 필연적인 결과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정부도 이제 더는 안되겠다고 판단한 듯하다. 플랫폼 기업의 결합에 대한 간이심사를 일반심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리고 독점플랫폼을 규제하기 위한 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9일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가칭)'을 제정하겠다는 방침을 윤 대통령에 보고했다. 독점력을 가진 핵심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고, 그 지위를 남용하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매출액과 이용자수, 시장점유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배적 사업자를 정하고 자사우대 금지 등을 명문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유튜브·넷플릭스 등 거대 콘텐츠 플랫폼의 요금인상에 독과점 규제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정부가 왜 갑자기 그렇게 방향을 선회했을까 궁금증이 생긴다. 그간의 '자율규제' 실험이 실패했다고 판단한 것일까? 아니면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듣는 모양새를 취하고자 하는 것일까? 어쨌든 '심오한 숙고'를 거쳐 이제라도 바른 길로 들어서겠다고 하니 다행이다.
적절한 규제는 플랫폼 기업들에게도 도움
사실 성문법에 의한 규제가 왕도라고 할 수는 없다. 가능하면 자율규제로 모든 문제가 원만하게 조절되고 해결될 수만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여러 사건들이 보여주듯이 그것은 다분히 공허한 꿈으로 끝나곤 한다. 모두가 자기이익을 위해 뛰어다니는 현실사회에서 약육강식의 무정부상태로 빠지기 쉽다. 그렇기에 최소한의 질서라도 세워두지 않으면 안된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플랫폼 사업자에게 결코 나쁜 것도 아니다. 적절한 규제를 받으면서 체질이 좀더 튼튼해질 수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 6월 어느 학회모임에서 "경쟁력은 반칙행위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경쟁과정에서 담금질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과도한 규제는 안된다. 특히 국내시장을 호시탐탐 노리는 외국 사업자에 비해 국내사업자만 불리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따라서 국내플랫폼 사업자들이 역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정교하게 다뤄야 한다. 그런 가운데 입점 소상인이나 소비자가 다함께 커갈 수 있도록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 어쨌든 이제 속도를 내야 한다.
그러는 사이 많은 일이 벌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카카오 먹통' 사태였다. 지난해 10월 어느날 갑자기 일어난 이 사태로 한국사회는 한때 마비와 혼란 상태에 빠졌다. 독점적인 메신저의 마비로 인한 재앙을 국민 모두가 피부로 느꼈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의 철인 플라톤은 "쓰라린 경험을 한 뒤에 깨닫는 것은 바보"라고 했다. 한국이 그런 바보짓을 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뒤늦게 독점 플랫폼 규제 법 마련 나선 정부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소상공인을 보이지 않게 좀먹기도 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5년간 플랫폼 입점업체가 대금정산을 제때 받지 못해 먼저 대출로 메운 것이 1만3000건, 1조8130억원에 이른다.
플랫폼 기업들은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도 사실상 당국의 비호를 받았다. 예컨대 기업결합을 위한 심사도 '간이검사'로 때운 것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8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카카오가 기업결합을 신고한 62개 회사 가운데 53곳은 간이심사만 받았다. 네이버는 22개 계열사에 대한 기업결합을 신고해 18건(81.8%)의 간이심사를 받았다.
그러는 동안 이들은 국내 기존재벌 못지 않게, 아니 더 신속하게 문어발처럼 사업을 넓혀갔다. 본업에 어울리는지 따져보지도 않는 '묻지마 확장'이었다. 그럴수록 각종 문제와 잡음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카카오와 택시사업자들의 마찰은 그 필연적인 결과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정부도 이제 더는 안되겠다고 판단한 듯하다. 플랫폼 기업의 결합에 대한 간이심사를 일반심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리고 독점플랫폼을 규제하기 위한 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9일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가칭)'을 제정하겠다는 방침을 윤 대통령에 보고했다. 독점력을 가진 핵심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고, 그 지위를 남용하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매출액과 이용자수, 시장점유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배적 사업자를 정하고 자사우대 금지 등을 명문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유튜브·넷플릭스 등 거대 콘텐츠 플랫폼의 요금인상에 독과점 규제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정부가 왜 갑자기 그렇게 방향을 선회했을까 궁금증이 생긴다. 그간의 '자율규제' 실험이 실패했다고 판단한 것일까? 아니면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듣는 모양새를 취하고자 하는 것일까? 어쨌든 '심오한 숙고'를 거쳐 이제라도 바른 길로 들어서겠다고 하니 다행이다.
적절한 규제는 플랫폼 기업들에게도 도움
사실 성문법에 의한 규제가 왕도라고 할 수는 없다. 가능하면 자율규제로 모든 문제가 원만하게 조절되고 해결될 수만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여러 사건들이 보여주듯이 그것은 다분히 공허한 꿈으로 끝나곤 한다. 모두가 자기이익을 위해 뛰어다니는 현실사회에서 약육강식의 무정부상태로 빠지기 쉽다. 그렇기에 최소한의 질서라도 세워두지 않으면 안된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플랫폼 사업자에게 결코 나쁜 것도 아니다. 적절한 규제를 받으면서 체질이 좀더 튼튼해질 수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 6월 어느 학회모임에서 "경쟁력은 반칙행위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경쟁과정에서 담금질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과도한 규제는 안된다. 특히 국내시장을 호시탐탐 노리는 외국 사업자에 비해 국내사업자만 불리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따라서 국내플랫폼 사업자들이 역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정교하게 다뤄야 한다. 그런 가운데 입점 소상인이나 소비자가 다함께 커갈 수 있도록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 어쨌든 이제 속도를 내야 한다.
차기태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