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 인선에도 … '금기' 앞에 빛바랜 새해맞이 용산발 쇄신

2023-12-29 10:27:13 게재

'3실장' 등 교체 … "60년대생 이하 참모진만 남아"

"특검 거부권 행사" 특감관·제2부속실 방안엔 말 아껴

윤 대통령, 최상목 송미령 강도형 오영주 김홍일 임명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를 앞두고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국가안보실장 등 최고위 참모들을 모두 교체하며 인적 쇄신을 도모했지만 '쌍특검 거부' 방침 발표 및 인선 배경에 대한 의구심이 겹치면서 빛바랜 모습이다.

김건희 특검법 국회 본회의 통과 |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대통령실 "큰 변화" 자평 = 윤 대통령은 28일 김대기 비서실장을 이관섭 정책실장으로 교체하고 정책실장에는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를, 공석이던 안보실장에는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을 각각 내정했다.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약 20개월 만에 처음으로 비서실장을 교체하고 '3실장'을 모두 바꿨다. 명실공히 '2기 대통령실' 인선이 마무리된 셈이다.

대통령실은 '쇄신' 및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많이 바뀌었고 당(국민의힘)에 큰 변화가 왔다"며 "대통령실도 어느 정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며 "굉장히 큰 변화이고, 쇄신이고, 혁신"설명했다.

그는 "당도 73년 비대위원장이 들어서면서 젊어졌다고 하는데, 대통령실도 이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조금 젊은 대통령실이 되겠다"며 "이제는 60년대생 이하만 참모진에 남게 됐다는 의미도 있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 '2기 대통령실' 개편 당시 유임됐던 김대기 실장이 한 달 만에 물러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내년 총선까지는 직을 지킬 것이라는 게 전망이 우세했었다.

정치권에서는 애초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통과 이후 윤 대통령이 김대기 실장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분석, 윤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특검법 대응 등 험난한 정국을 정면 돌파하는 차원에서 전격적으로 결심했다는 분석이 엇갈린다.

이밖에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를 둘러싼 여론 악화,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및 네덜란드 순방 성과에 대한 저조한 평가 등이 김 실장 사임을 둘러싼 일련의 결정을 앞당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에서는 경찰이 김대기 실장과 관련한 각종 풍문 유포에 대한 고발 사건을 접수해 수사 중인 사실이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기업 회장 인사 개입설', '부산엑스포 유치 관련 의혹'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문건이 최근 돌았는데, 이런 소문이 허위 사실이라며 유포자를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이 최근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후 특검 수용' 질문에 즉답 피해 =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에 신속 강경 대응 모드로 나온 것도 쇄신에 대한 진정성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28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쌍특검(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대장동 50억클럽 의혹 특검)'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라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이도운 홍보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지금 국회에서 '쌍특검' 법안이 통과됐다"며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특검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브리핑룸을 방문해 거부권 행사 방침을 알렸고,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권한인 '재의요구권' 대신 정치권에서 통용되는 단어인 '거부권'이라는 단어를 썼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쌍특검법 강행 처리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거용 정치 공세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특검은 여야 합의로 처리해왔고, 야당에서는 야당이 (특검을) 임명한 경우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 경우에도 여야 합의로 그렇게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과거에도 수사 상황을 브리핑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선거 직전에, 노골적으로 선거를 겨냥해서 법안을 통과시킨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선거 이후에 이 법안이 국회에서 다시 논의되고 통과된다면 그때는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는 "가정적인 질문에 답변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리고 대통령 가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이나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 부활 등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거부권 행사 이후 보완 조치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나머지 필요한 메시지는 추가로 검토해 알려드리겠다"고 답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29일 오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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