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트럼프의 대선공약 '어젠다 47'
15일 아이오와주 공화당 후보 경선 일정을 시작으로 미국 대선의 막이 올랐다. 여론조사상으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는 지난해 초부터 대통령이 되면 할 일을 하나씩 '어젠다 47'이란 이름으로 자기 홈페이지에 올렸다. 선동적이고 비논리적 표현도 있지만, 무엇을 하려는 지는 분명히 알 수 있다.
그가 가장 역점을 둔 주제는 에너지 분야다. 미국인들에게 지구상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와 전기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2008년 유럽연합 경제가 미국보다 컸으나,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내세우며 에너지가격이 치솟았고 그 결과 미국에 뒤쳐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파리 기후협약 재탈퇴와 재생에너지 보조금 철폐, '액체 금' 자원개발을 막는 환경규제 등 각종 장벽을 없애겠다고 했다. 특히 혁신적 소형 모듈형 원자로에 투자해 재임중 사상 최고치의 원자력 에너지 생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혁신적인 '아메리칸 아카데미' '10개 신도시' 구상
교육도 그가 공들인 분야다. 그는 취임초 교육부를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교육은 원래 주(state)의 업무라는 것이다. 트럼프표 교육개혁은 교장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는 학부모와 지역 교육청이 훌륭한 교장을 모셔올 수 있도록 규제를 없애고 보상체계를 만드는 등 10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고등교육 개혁구상은 매우 혁신적이다. 그는 모든 미국인들에게 최고 수준의 4년제 대학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며 '아메리칸 아카데미' 설립 방침을 밝혔다. 우리나라 방송통신대학과 같은 온라인 교육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막대한 재원은 기존 사립대학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기부금에 세금을 물리면 연간 수십억 달러를 가뿐히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부동산개발업자 출신답게 놀라운 개발 프로젝트도 제안했다. 미국 토지의 거의 1/3이 연방정부 소유다. 이 땅의 0.5%를 활용해 10개 신도시를 지정하고, 이를 개발하는 공모전을 열겠다는 것이다. 특히 그곳에는 도심항공교통(UAM)이 활용되도록 해, 미국이 항공 모빌리티혁명을 주도하고 농촌도 살리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신도시를 통해 미국의 상상력을 다시 일으키고 젊은이들에게 값싼 주거를 제공하고 아메리칸 드림을 선사하겠다는 구상이다.
우리나라에게 가장 민감한 분야는 무역공약이다. 그는 1조달러에 육박하는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며 외국과 똑같은 관세를 규정한 '상호무역법' 제정을 공약했다. 이 법이 제정되면 외국이 미국산 상품에 미국보다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 대통령은 해당 국가의 상품에 상호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트럼프는 "이 경우 다른 나라들은 우리에 대한 관세를 없애거나, 우리에게 수천억 달러를 지불하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이 최대 교역국이자 최대 무역 흑자국이 된 상황에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또다시 한미FTA 개정요구 등 압박 가능성이 높아 비상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막대한 예산낭비를 줄이기 위해 폐지된 행정부의 '압류(Impoundment)' 권한을 복원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건국 후 200년 동안 대통령이 압류권을 활용해 불필요한 지출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1974년 의회가 '예산 및 압류 통제법(CBA)'을 만들어 대통령이 불필요한 지출을 막지 못하도록 족쇄를 채웠다는 것이다. 의회가 예산을 의결하면 행정부는 불용예산 없이 모두 지출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의회가 지출 상한선만을 정하고, 대통령이 불필요한 예산은 쓰지 않을 권한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이들이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에 집착해" 비판
트럼프는 또 우크라전쟁에 대해 시카고대학 존 미어샤이머 교수와 같은 주장을 하며 '전쟁광'을 물리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빅토리아 눌런드(국무부 차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는 데 집착해왔다. 이들은 이라크와 세계 다른 지역의 경우처럼 오랫동안 대결을 추구해 왔으며 지금 우리는 3차세계대전 직전까지 치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전쟁을 시작하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라며 당선되면 전쟁광들을 없애겠다고 했다.
'어젠다 47'에 대해 미국 진보언론들은 '비정통적이고 끔찍한 계획'이라며 비판한다. 미국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