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심판론에 취했나? 존재감 없는 민주당
총선이 8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민주당이 보이지 않는다. 심판론에 취해서인가 여당과 제3지대는 잰걸음인데 민주당은 거북이걸음이다. 총선정국을 주도할 이슈나 유권자를 사로잡을 콘텐츠는 고사하고 야당다운 파이팅도 없다. 그러다보니 여론의 눈길도 민주당에서 비껴나 제3지대를 향한다. 총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위험신호는 지표로도 확인된다. 한국갤럽의 1월 3주 데일리오피니언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평가는 58%로 긍정평가(32%)보다 26%p나 높다. 그럼에도 정당지지도에서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3%p 뒤진 33%로 나타났다.(16~18일 조사) 민주당은 정권심판 여론을 철석같이 믿는 모양이지만 그 못지 않은 거야심판 여론이 바닥에 똬리를 틀고 있다는 얘기다.
리더십부재 성찰부재 정책부재의 '3무(無) 정당'
지금 민주당 상황은 한마디로 리더십부재 성찰부재 정책부재의 '3무(無) 상태'다. 그렇지 않아도 당 안팎으로부터 도전받아온 이재명 대표 리더십은 갈수록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성남시장 경기지사 시절의 결기 넘치는 면모는 찾을 길 없다. 그냥 국회의원 쪽수와 개딸 뒤에 숨어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모면하려는 듯한 초라한 모습이 전부인 것 같다. 당의 대주주가 아니라는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미래권력을 꿈꾸는 지도자로서는 함량미달이 아닌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제1야당 대표 피습이라는 엄청난 사건 후 대중들 뇌리에 남긴 이 대표 메시지는 엉뚱하게도 '현근택은요?'였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박근혜 제1야당 대표의 '대전은요?'와 대비되는 이 광경은 메시지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민주당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피습'은 사라지고 '특혜논란'만 남은 헬기 전원 문제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더 근원적인 문제는 성찰부재다. 민주당은 집권 5년 만에 정권을 헌납하고도 제대로 된 반성문 한줄 쓰지 않았다. 아니 문재인정권의 실패조차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지적처럼 촛불항쟁은 진보는 물론 중도와 합리적 보수 시민 상당수가 참여한 '사회적 대연정'이었다. 이 과정을 존중했다면 문재인정부는 당연히 공동통치를 제도화했어야 했다. 하지만 촛불'혁명'이라는 자기도취에 빠진 집권세력은 '자신만 개혁, 나머지는 적폐'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배타적 완장권력을 휘두르느라 민심이 차갑게 돌아서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촛불항쟁 과정에서 '사이다 발언'으로 주목받았던 이 대표 또한 당권 장악 후 문재인정부 시절 완장권력의 구태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윤석열보다 '수박'이 더 싫다"는 극렬팬덤의 등에 얹혀 '권력의 개인화'에 급급한 모양새다. 그러는 사이에 당내 비주류뿐 아니라 윤석열정권 하는 짓이 눈에 시어 혹시나 하고 민주당을 보던 중간지대 유권자들도 다시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총선이 코앞인데도 민주당은 여태껏 변변한 콘텐츠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매일 굵직한 공약을 쏟아내는 정부여당은 그렇다 치고 이준석 신당조차 개혁공약을 선보이는데 민주당발 이슈로는 '김건희 특검 재발의'와 '이 대표 피습수사 책임론' 외에 눈에 띄는 게 없다. 기본 콘텐츠가 비었으니 메시지전략을 내올 수 없는 건 당연하다. 그러니 나름 긍정평가를 받는 인사영입조차 "우리가 이런 정치를 하기 위해 이 분을 모셨다"는 메시지 없이 덜렁 인물만 선보이는 식일 게다.
반여권 유권자 표심 제3지대에 빼앗길 가능성 커
지금 민주당은 꼭 배전불량으로 벽 뒤 전선에서 불꽃이 튀고 있는 잘못 지어진 건물 같다. 화재경보가 울린 지 이미 오래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곱지 않은 여론과 '김건희 리스크'에만 귀를 열어 경고음을 듣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 후과는 총선에서 바로 드러날 것이다. 여론조사 지표상으로 이준석의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으로부터 딱 절반씩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대 신당이 볼륨을 키운다면 양당 중 못하는 쪽 지지를 가져와서일 것이다. 지금대로라면 이재명의 민주당에 실망한 반여권 표심은 제3지대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 제1당이 된다고 해도 더 높은 산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유권자들은 총선패배로 식물상태가 될 윤석열정권보다 차기 집권에 가깝다고 여겨질 민주당에게 보다 엄격한 잣대로 책임과 대안을 물을 텐데 지금같은 역량으로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까. 이 대표와 민주당이 윤석열정부 실정에 묻어 넘어갈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