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전국 지자체 공약수립 잰걸음
숙원 과제들 공약화 목적
예산수반 실행여부 미지수
22대 총선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정책공약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지역 현안들을 총선 공약에 포함시켜 풀어보려는 의도다. 각 후보별 총선공약이 구체화되기 전에 필요한 정책들을 제시해 형평성 시비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도 담겨있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내놓는 정책 대부분이 거액의 예산이 필요한 사업들이어서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18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지자체들이 속속 지역 숙원사업들의 총선공약 반영을 위해 각 정당 문을 두드리고 있다.
부산시는 4대 우선 과제를 공약의 목표로 잡았다. 먼저 글로벌허브도시 추진을 위한 법 제정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법 개정을 통해 산업은행 본점을 서울에서 부산으로 옮기는 데 대한 이견도 이번 총선 공약을 통해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가덕도신공항과 북항재개발 정책을 지키는 것도 주요 과제다.
부산시 요구를 반영한 듯 주요 정당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18일 산업은행뿐 아니라 한국수출입은행 본점도 부산으로 이전하는 내용을 1호 지역공역으로 발표했다. 해사전문법원 본원 부산 설치, 국내 최대 해운기업인 에이치엠엠(HMM·옛 현대상선) 등 100대 기업의 본사 유치도 공약으로 내놨다. 국민의힘도 다음주 시당 차원의 부산 정책을 내놓을 예정인데, 부산시 요구를 최대한 반영한 공약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는 올해 총선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공통 공약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3일 "정부의 책임방기로 총선 전 경기북도 설치에 관한 주민투표가 불가능해졌다"며 "경기북도의 새 명칭 공모와 함께 총선 공통 공약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여야를 떠나 경기북부 총선 후보자들의 경기북도 설치를 공통 공약으로 내걸고 민의를 확인받겠다"며 "총선 결과로 민의가 확인된 후 제22대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을 관철해 35년 동안 정치적 손익에 따라 호출됐다 사라지기를 반복한 희망고문을 끝내겠다"고 강조했다.
전북도는 이미 지난 11일 총선 공약사업 133개를 발굴해 각 정당에 전달했다. 상용차 자율주행 특화단지 구축, 기후에너지투자공사 설립, 종자 생명산업 혁신클러스터 조성, 전주 후백제 고도 지정·복원, 군산항 3단계 항로준설, 새만금∼정읍∼지리산 고속도로 건설, 전주∼김천 철도망 구축 등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책사업에 대한 굳히기에 들어간 지자체들도 있다. 세종시는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 총선에서 다시 한번 화제가 되길 바라고 있다. 대전시는 지역 숙원사업인 지역은행 설립과 서대전역 활성화 공약 등을 여야에 요구할 계획이다.
여야 경쟁이 치열하지 않는 지역도 이번 총선을 통해 현안 해결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생각은 마찬가지다. 경북은 대규모 재정이 필요한 사업들을 총선 공약으로 내놓았다. 우선 대구경북신공항과 연계한 스마트 항공물류단지 조성을 최우선 지역공약으로 선정했다. 국비 1000억원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이와 연계해 대구경북선 광역철도(서대구~신공항~의성) 건설 사업도 요구하고 나섰다. 사업비만 2조원이 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이 밖에 원자력 공동캠퍼스 설립, 혁신신약 클러스터 조성 등도 주요 공약에 포함시켰다. 울산·전남 등은 의대 설립 공약 채택에 힘을 쏟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총선은 지역을 대표할 국회의원 선출을 넘어 지역 현안들을 점검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지역의 현안들이 주요 정당·후보들과 국민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자체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현안들 대부분은 대규모 재정투입이 필요한 사업이어서 총선 공약이 된다고 해도 실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대규모 재정이 필요한 사업들은 총선 공약이 된다고 해서 모두 실현될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지역의 의지를 보여주고 중앙정부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