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수출부진이 경제 발목 … 정부도 부양책 안써

2024-01-25 11:29:56 게재

민간소비, 코로나19 기저효과 사라지자 '주춤'

정부소비, 추경편성 거부하고 부양 안해 '저조'

수출 하반기 소폭 개선 … 올해 경기회복 '변수'

2023년 경제성장률 1.4%

지난해 연간 경제성적표가 나왔다. 소비가 주춤한 가운데 수출도 부진해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여서 경기가 침체국면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하반기 이후 수출이 일부 살아나면서 올해 경기전망에 긍정적 신호라는 분석도 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관측이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3년 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GDP)'(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실질GDP 성장률은 1.4%로 집계됐다. 지난해 성장률 추이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역성장(-0.7%)했다 2021년(4.3%) 반전한 이후 2022년(2.6%)에 이어 2년 연속 전년 대비 후퇴했다.

소비 증가세가 크게 꺾인 점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민간소비(1.8%)와 정부소비(1.3%)는 전년(4.1%, 4.0%) 대비 증가세가 크게 감소했다. 민간소비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년 대비 마이너스 4.8% 후퇴한 이후 이듬해(3.6%)부터 보복소비와 기저효과 등으로 2년 연속 전년보다 증가했지만 지난해는 이러한 추세가 꺾였다. 소비 증가세가 주춤한 데는 고금리와 고물가가 지속되고,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하락하면서 소비여력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고물가와 고금리, IT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민간소비와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지난해 성장률이 2022년 2.6%보다 낮은 1.4%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인위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지 않았다. 정부소비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에도 5.1% 증가하는 등 매년 5% 안팎 늘었지만 지난해는 1.3%에 그쳤다. 정부는 2020년 코로나19 지원금 등을 위해 네차례에 걸쳐 67조원 가량의 추경을 편성하는 등 2022년까지 대규모 추경예산안을 집행해 사실상 경기를 부양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야당 의 요구에도 추경편성에 응하지 않는 등 인위적 경기부양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출도 부진했다. 수출은 전년 대비 2.8%, 수입은 3.0% 증가했지만 성장률 기여도에서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1.4%)에서 지출항목별 기여도를 보면, 민간소비가 0.9%p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설비 및 건설투자(0.4%p)와 정부소비(0.2%p)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은 마이너스 0.1%p로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다만 지난해 4분기만 보면 수출이 성장률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수출은 지난해 4분기 기여도에서 0.8%p로 건설투자(-0.7%p)가 까먹은 성장률을 받쳐줬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4분기 성장률(0.6%)을 세부항목별로 보면 민간소비(0.2%)와 정부소비(0.4%), 건설투자(-4.2%) 등이 전분기 대비 부진한 가운데 수출은 2.6% 증가했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5일 오전 지난해 경제성장률과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제공


지난해 4분기주요 업종별 성장률을 살펴보면 △전기·가스·수도업 11.1% △제조업 1.1% △서비스업 0.6% 등으로 집계됐다. 농림어업(-6.1%)과 건설업(-3.6%)은 마이너스 성장했다. 전기·가스·수도업의 높은 성장은 전기업에서 원전 비중이 높아져 발전 효율이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내다보면서 수출개선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 국장은 올해 경기 전망과 관련해 "계속 내수 부진이 주요 하방요인으로, 수출 개선이 상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전체적으로는 연간 경제가 개선세를 유지하면서 2%대 초반 성장률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신 국장은 또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잠재성장률을 2023년 기준으로 2.0%로 보고 있는데, 연구기관 등의 관측에 따르면 이후 1%대, 0%대까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많다"며 "잠재성장률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적 변화이고, 생산성 저하와 중국·인도 등과의 경쟁, 세계적 공급망 재편, 기후변화 이슈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잠재성장률 하락을 완화하거나 잠재성장률을 올리려면 정부를 포함한 경제주체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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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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