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무엇인가 | ⑦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국회도, 정부도 '미래' 비전·전략이 완전히 실종됐다"

2024-01-29 14:15:49 게재

"미래 대안 제시 → 국민 설득 → 사회적 합의 → 집행, 정치의 과정"

"'국민 목소리 듣고 따르겠다'더니 선거 후엔 바뀌는 고질병이 현실"

"국회의원 물갈이보다 정치 세력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가 더 핵심"

"세월호 참사·촛불 이후 정치에 남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야"

기본소득당 상임대표인 용혜인 의원은 1990년생 청년 정치인이다. 그가 정치권에 들어와 직접 확인한 한국정치의 한계는 '미래 부재'였다. 미래 전략과 비전이 완전히 상실한 '정치'를 회복해야 할 '원포인트' 대상으로 지목했다. 정치가 치료의 대상이 됐다는 얘기다.

사진 이의종


용 의원은 지난 19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진행한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1대 국회에서 절실하게 생각했던 것은 정치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 공동체의 미래, 국민의 미래에 대해서 대안을 제시하고 그 대안을 가지고 국민들을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들을 만들고 그 합의된 것들을 실제로 진행하고 집행하는 것이 정치의 과정"이라며 '정당 민주주의의 회복'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들의 얼굴만 바뀐다라고 해서 과연 그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국회의원 개개인들을 얼마나 물갈이하느냐보다 정치 세력을 어떻게 바꿔낼 것이냐가 더 핵심"이라고 했다.

용 의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 살아남은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계속해서 찾아나가는 과정에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존엄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 그런 국가가 필요하다는 것이 제가 정치를 직접 해야겠다라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했다. 이어 "촛불 이후의 정치는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여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정치여야 했다"며 기본소득당을 창당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마이너리그'로 치부하며 청년정치를 활용한 기득권 정치를 비판하면서도 '나이'에 기댄 청년정치인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지 않았다.

■정치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아무래도 제 또래들은 다 비슷할 것 같다. 가장 큰 어떤 인생의 변곡점을 꼽자면 세월호 참사다. 당시에 25살이었다. 세월호 참사 자체도 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에 유가족들과 희생자들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당시 세월호 참사 특별법을 제정하려고 유가족들이 단식도 하고 전국을 다니면서 서명 운동도 받고 100만 명 넘는 국민들이 서명에 동참하기도 했는데 여당 원내대표가 유가족들을 만나면서 ‘우리랑 협상하려면 협상의 전권을 야당 대표에게 주라’는 얘기를 했다. 그걸 보면서 유가족들도 국민이고 산술적으로 유가족들의 절반은 새누리당, 집권여당을 지지했을 텐데 왜 마치 유가족들은 자기들이 대변하는 국민이 아닌 것처럼 저렇게 이야기를 할까, 대한민국의 정치가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직접 정치를 해야겠다라는 마음을 먹었다.

세월호 참사가 저에게 남긴 질문이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살아남은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뭔가라는 질문이 우리 사회에 남았고 정치를 하면서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계속해서 찾아나가는 과정에 있다. 참사를 반복하게 만드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존엄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 그런 국가가 필요하다는 것이 제가 정치를 직접 해야겠다라는 마음을 먹게 된 직접적인 계기였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다시 이태원 참사를 마주했을 때의 마음가짐이 좀 다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국회의원 의정활동 4년 동안에 기억나는 변곡점도 있었나.

2016년 촛불이 대한민국 정치의 큰 변곡점이었던 것처럼 저에게도 새로운 정치를 해야겠다라고 마음먹었던 순간이었다. 촛불에 등장했던 많은 국민들의 질문이 ‘이게 나라냐’였다. 그 이후에는 ‘그러면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여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많은 국민들이 찾고자 했고 그 답이 여러 가지 개혁 과제들이었다. 정치개혁 재벌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 등 다양한 부문의 개혁 과제들이 촛불 이후에 제시됐다.

광장이 늘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는 역할을 해왔다. 광장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굳건해지는 경험을 2016년, 2017년에 광장에서 할 수 있었다.

촛불 이후의 정치는 박근혜정권을 탄핵했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여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정치여야 했다. 저에게는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기본 소득이었다. 그래서 탄핵과 촛불 정부가 세워진 이후에 기본소득당이라는 정당을 직접 창당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2019년 9월에 본격적으로 창당 작업에 나서 2020년 1월에 창당했다. 그리고 원내에 진입해서 지금까지 정치를 이어오고 있다. 처음에 기본소득당이라는 당을 만들어야 겠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그게 되겠어’라고 물었다. 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이 너무 낯설고 이상한 이름이지 않나. 지금이야 기본소득당이 4년 동안 의정활동을 하면서 많은 국민들께서 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을 지지하든지 지지하지 않든지 자연스럽게 이해하지만 처음에 기본소득당을 만들 때는 ‘무슨 정당 이름이 저래’라고 했다. 하지만 기본소득이라는 것이 그냥 단순히 어떤 정책 중의 하나로 전면에 이름을 내거는 것이 아니라 촛불 이후에 새로운 대한민국의 새로운 사회 개혁이 무엇이냐라고 했을 때 국가가 어떤 국민이든 포기하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존엄을 보장해야 된다라는 새로운 사회계약을 제시하는 그런 기획이었다라고 생각했다. 그것에 대한 기대가 불과 한 3개월 만에 알바 노동자, 청년 백수, 사회복지사, 방문 판매원, 간호조무사 같은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 그리고 취약계층, 불안정 노동자들이 기본소득당이라는 정당으로 2만여 명 넘는 당원들이 모이는 결과로 등장했다.

■정치권 밖 광장에서 외쳤을 때와 국회 안에서의 정치활동은 어떻게 달랐나.

원래 사회운동을 했던 사람이고 그 사회운동의 어떤 결과와 의지, 목표를 가지고 국회에 들어와서 의정활동을 쭉 해왔다. 국회 바깥에 있을 때는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 비슷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모아내는 게 사회운동가로서의 저의 역할이었다면 국회에 들어와서는 오히려 저와 비슷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보다는 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설득하고 하는 과정들이 조금 더 많아졌던 게 국회 안과 밖에서의 중요한 차이점이었다.

그리고 총선과 의정활동 4년을 하면서 정치라는 것은 이해관계에 따라서 누구에게 유불리를 가지고 서로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되는 것이고 작은 정당이고 언론의 스피커도 크지 않지만 그런 원칙을 가지고 의정활동을 해나가고 정치를 해나간다면 국민들께서는 꼭 그에 맞는 어떤 진심으로 답해 주신다는 것을 배웠던 시간들이었다.

■정치권에서 가장 강하게 느꼈던 저항이나 벽들이 있었나.

벽들을 만나면 물론 좌절하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하지만 저는 정치라는 것이 하나의 결론으로만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은 굉장히 미약한 목소리일 수 있고 국회에서의 표결의 결과는 그냥 소수 정당의 반대 정도로만 끝날 수 있지만 그 목소리들이 결국에는 국민들께 가서 닿고 어떤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미래에는 또 다른 결정들을 만들 수 있는 토대들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소수 정당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다수당으로서의 어떤 영향을 미치고 하는 것은 어렵지만 미래를 보고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의견들과 말들을 남기는 그런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런 역할을 해 가고자 한다.

■법안이나 예산 등에서 소수 정당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된다고 보나.

의석수만 가지고 생각한다면 소수정당이 할 수 있는 일들은 굉장히 제한적일 것이다. 다만 대한민국의 다수의 의석을 가지고 있는 정당들을 더 개혁적으로 그리고 더 국민의 방향으로 견인해내는 것이 지금 기본소득당과 제가 해야 할 역할이다. 지난 4년 동안 그런 노력들을 해왔고 어느 정도의 진전들도 있었다. 횡재세 같은 게 대표적인 예다. 2022년 4월경에 횡재세를 처음으로 국회에서 주장했다. 여의도에서는 아무도 반응이 없었고 정유사들만 아주 격렬하게 반응을 보였다. 작은 정당의 의원 한 명이 얘기하고 끝나버릴 수 있는 걸 정유사들이 저렇게 아주 격렬하게 반대 입장을 계속해서 내고 기사도 나오고 해서 더 여론화됐다. 작년 연말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은행횡재세법을 당론 수준으로 추진하는 상황까지 만들어냈다. 소수 정당이 의석 수는 적지만 정책적으로 유능하다면 다수의 의석을 가진 정당들을 견인해내서 실제로 국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좋은 정치의 선례들을 만들어갈 수 있다.



■소수정당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돼 있다 보니 초심과 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기본소득당이라는 독자적인 정당과 세계관으로 계속해서 의정활동을 해 왔다. 남들과는 전혀 다른 독자적인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 정치에서 구체적인 대안들을 가지고 논의하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서로 상호 간에 영향을 미치는 건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서로 합의했다고 해서 민주당이 국민의 힘으로 흡수됐다거나 국민의 힘이 민주당으로 흡수됐다거나 하는 그런 표현하지 않는다. 소수 정당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가지고 평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좀 거칠게 표현하면 민주당 2중대 같은 것일 텐데 그런 낙인이나 비난은 크게 신경 쓸 부분이 아니다. 그런 것에 개의치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2중대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횡재세 같은 경우도 (기본소득당이) 제일 먼저 주장했지만 잘 모르시는 분들은 ‘용혜인이 이재명 대표가 횡재세 하자고 하니까 횡재세 동의하는 거 아니냐’라고 이해하실 수도 있다. 그런 게 뭐가 중요한가라는 생각을 한다. 횡재세라는 게 국회에서 논의되고 실제로 통과돼서 국민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고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데 재원으로 쓰일 수 있다면 그런 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저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정치를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기본소득당은 그런 마음가짐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민낯들도 많이 경험했나.

‘정치인들은 다 똑같아’라는 게 정치를 하기 전에 갖고 있었던 정치 혐오적인 시선이기도 했다. 국회에서 들어와 보니까 그래도 좀 긍정적인 건 꼭 그렇지 않다는 거다. 국민들의 삶에, 민생에 천착해서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의원들도 생각보다 많이 있다. 그런데 구체적인 정책, 법안들은 언론이나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 잘 보이지 않는 측면들도 있다.

또 많이 절망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했던 건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권력을 잡기 전에는 모든 정치인들이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따르겠다’고 이야기하지만 당선되고 선거가 끝나고 나면 바뀌는 게 한국 정치의 늘 고질적인 문제이고 또 현실이다. 특히 다른 목소리, 국민들의 비판의 목소리를 공산 전체주의라고 치부하면서 배격하고 본인들의 과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조차 하지 않는 윤석열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반면교사 삼고 있다. 또 그렇기 때문에 국민을 섬겨야 할 정치의 직분을 그 어느 때보다 바로세워야 할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한다. 그리고 정부에 대해서 또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자면 사실 국정감사에서도 그렇고 상임위에서도 그렇고 본회의장에서도 그렇고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은 용혜인 개인 국회의원 개인으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하나의 입법기관이자 헌법기관으로서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정부가 국회의원들과 입법기관들을 개별 개인으로만 보고 국민과 대화하고 있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질문을 국민의 질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국민의 질문에 대해서 충실히 답하겠다는 공직자들의 태도도 실종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강성희 의원의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셔야 합니다’라는 말에 경호처의 대응이라는 것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벌어질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를 견제하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다. 비판적인 목소리를 늘 전달하는 것인데 무기를 들거나 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대응한 것은 국민의 목소리를 폭력적으로 진압한 것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말한다면.

21대 국회에서 절실하게 생각했던 것은 정치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거다. 우리 공동체의 미래, 국민의 미래에 대해서 대안을 제시하고 그 대안을 가지고 국민들을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들을 만들고 그 합의된 것들을 실제로 진행하고 집행하는 것이 정치의 과정이다. 지금은 미래에 대한 논의가 완전히 실종되어 버렸다라는 것이 21대 국회에서 제가 가장 답답해 한 부분이다. 이건 국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전의 정부들을 생각해 보면 그 정부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지를 한 단어로 굉장히 간명하게 국민들한테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는 그런 게 없다.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겠다는 게 없으니까 국민들은 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지금 회복해야 하는 정치가 무엇이냐를 생각해 보면 당내의 권력 투쟁, 공천과 관련된 잡음을 잘 관리하는 게 정치를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세력들이 미래에 대한 비전을 국민들한테 제시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경쟁하고 국민들을 진솔하게 설득해 나가는 것 그리고 그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해 나가는 것이 지금 우리가 회복해야 되는 정치가 아닌가라는 생각한다.

■결국은 해법이다.

국회에 더 다양한 정치 세력들이 들어와야 미래에 대한 경쟁도 가능해질 것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정당 민주주의의 회복이다. 정당이라는 건 하나의 세계관이다. 각각이 만들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담은 세계관들을 구현하겠다는 약속과 비전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선거를 통해서 선택받고 그 선거를 통해서 승인받은 세계관을 집권당이 실제로 정책 집행을 통해서 구현해 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 기존의 정당들은 그런 세계관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의원들의 얼굴만 바뀐다라고 해서 과연 그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매번 선거 때마다 초선 의원들이 절반 정도 국회에 들어온다. 21대 국회에서 초선 의원 비율이 50%가 넘는다. 국회의원 절반 이상이 물갈이 됐는데 그럼 정치가 바뀌고 국민들의 민생이 바뀌었냐라고 물으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개개인들을 얼마나 물갈이하느냐보다 정치 세력을 어떻게 바꿔낼 것이냐가 더 핵심이다. 그런 면에서 선거제도 정치개혁의 문제가 국회에 있는 정당들 간의 게임의 룰이 아니라 국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국회라는 민의의 전당에 민심 그대로 잘 반영할 것인가에 대한 원칙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정치개혁 과제가 굉장히 중요한 대한민국의 이슈 중에 하나다.

■정치개혁의 열쇠는 국회가 갖고 있고 거대양당이 정치개혁에 소극적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정치 개혁이 가능했던 순간은 과거를 돌이켜보면 국민들의 의지가 모여졌을 때였다. 87년 6월 항쟁을 통해서 대통령 직선제라는 거대한 정치 개혁을 한번 해냈던 거고 그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것이 대한민국 정치 제도로 자리 들어오게 된 것도 생각해 보면 촛불 이후에 ‘대한민국 정치 이대로는 안 된다’라는 국민들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정치개혁 이야기하면서 국민의힘은 마치 민주당이 선거 제도를 단독 처리해서 자신들이 동의할 수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과거에 대한 의도적인 왜곡이다. 돌이켜보면 그때 당시에 민주당과 국민의힘만 있었던 게 아니다. 민주평화당, 민생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 다양한 정당들이 있었다. 촛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탄핵당했던 바로 그 정당을 제외하고 모든 정당들과 시민사회가 합의해서 만들어낸 개혁 방안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 이것이 탄핵 당했던 그 세력 입장에서는 당연히 탄핵 이전으로 정치 제도를 되돌려야 자신들이 정치적으로 복권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과거로 되돌리고 싶어 한다. 우리가 촛불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것을 스스로 자임했던 촛불 정부와 정치 세력들이 촛불 이전으로 정치 제도를 되돌리려고 하는 것에 같이 동조하거나 공조할 이유가 전혀 없다. 국민들이 만들어냈던 정치 개혁의 열망과 그 성과를 우리가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에너지와 힘이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건데 내부 동력보다는 예상치 못한 외부 동력이 필요하다.

그것을 완벽하게 끌어낼 수 있는 정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 세력들은 늘 그런 것을 해내겠다는 목표와 책임을 자임하고 움직이고 그 결과 속에서만 국민들이 응답하는 것이다. 정치 세력들이 그런 역할들을 자임하지 않는데 국민들이 그 역할을 정치 세력들에게 맡길 리는 만무하다.

■‘청년 정치’라는 단어, 어떻게 생각하나.

누군가가 나를 청년 정치인이라고 소개하면 말리지는 않지만 스스로를 청년 정치인이라고 소개하지는 않는다. 여의도에서 청년 정치라는 게 마치 그냥 정치가 있고 청년 정치라는 마이너리그가 따로 있는 것처럼 인식이 된다. 심지어는 청년 정치인들도 그런 인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청년 정치라는 말이 청년 정치인들이 동등한 입법기관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논의하는 파트너가 아니라 청년들에 대한 것만 따로 논의하는 마이너리그가 있는 것처럼 이해되는 것을 동의하지 않는다. 청년들이 더 많이 정치에 진출해야 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인구 비례로 청년들이 얼마만큼은 있어야 한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 시대 디지털 전환과 기후위기, 불평등?양극화가 만들어내는 실존과 안전의 위기, 인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위기를 가장 잘 체감하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냐라고 하면 청년들일 수밖에 없다. 이 작은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삶의 방식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 역시 청년들일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현실과 시대에 대해 가장 잘 인식할 수 있고 대안도 잘 내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 청년이기 때문에 청년들의 정치 참여가 더 많이 필요한 것이지 마치 마이너리그에 더 많이 진출해야 되는 것처럼 접근하는 방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청년 정치인에 대한 행동과 행보에 대한 기대치가 있다. 하지만 청년 인재들도 정치권으로 들어와 기존 정치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는 모습들을 보여 왔다.

다를 것 같고 달라질 것 같다라는 식의 레토릭을 썼던 게 누구냐라고 하면 청년들 스스로가 그런 레토릭을 쓰기도 했지만 그 청년들을 영입해서 액세서리처럼 소모했던 기성 정치인들도 그런 레토릭과 프레임들을 똑같이 활용했다. 청년 정치인들이 나이로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국정운영의 비전에 대해서 경쟁하고 그 능력으로 평가받아야 하지만 거기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에 대해서는 청년 정치인들만의 책임이 아니라 그런 프레임들을 활용했던 기성의 정당과 정치인들에게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

■청년들이 정치권으로 들어와 기존의 정치 관성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편입되는 것 아닌가. 구조적인 문제도 있겠고 개인의 문제일수도 있고.

당연히 청년 정치인들의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청년들만의 문제에 천착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의 문제가 곧 대한민국의 문제이고 대한민국의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겠다라는 것을 자임하고 그런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어야 됐다. 다만 그 책임을 정치인 청년 세대들에게만 물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무능의 문제는 청년 정치인들만의 문제는 아니고 기성 정치인들도 비슷한 무능함을 갖고 있는 분들도 있다. 국민들이 염증을 호소하시기도 한다. 그래서 정치의 무능함에 대해서 평가할 때 청년이라고 별다르게 평가하고 청년이라고 더 봐줄 필요도 없고 청년이라고 더 가혹하게 할 필요도 없다. 책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책임을 묻는 그런 과정들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새로운 물이 들어가면 좀 맑아지기를 바라는 기대가 있다. 대화와 타협의 문화 등에 대한 기대감 같은 것 말이다.

고인물에 새로운 물 한 컵 넣는다고 그 물이 맑은 물이 되지는 않는다. 결국에는 세력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고 그래서 작지만 기성 정당 내에서 정치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기성정당 바깥에 새로운 정치 세력을 구성하고자 하는 노력을 했던 것이다. 청년 정치인들 각자의 판단이 다 다를 텐데 그것에 대한 성과와 결과 그리고 역사적인 평가를 국민들께 받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에서는 청년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청년을 하나의 그룹으로 상정하고 하나의 그룹으로서의 대책을 내놓으려고 하면 당연히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노인 세대들의 문제,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하다고 이야기하지만 모든 노인들이 다 빈곤 문제를 겪고 있는 건 아니다. 그러면 우리가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노인 전체를 고민한다기보다 빈곤한 노인들의 소득 불안정 문제, 은퇴 이후에도 계속해서 일을 해야 하는데 그 일자리도 없고 있는 일자리들도 저임금인 이런 문제들에 대해 생각한다. 청년 문제도 마찬가지다. 청년들이 전혀 동질하지 않다. 중장년층이 지역, 학력과 소득 수준에 따라서 다양하게 정치적인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청년들도 당연히 다 다르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청년 정책을 만들려고 하면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청년들이 갖고 있는 문제라는 것이 청년 세대면 모두가 다 겪는 문제 혹은 청년들일 때 청년들이라는 시간을 살고 있기 때문에 겪는 문제로 접근하면 절대 해결 못한다. 청년들이 경험하는 일자리 문제, 노동시장에서의 문제 혹은 일터에서의 문제는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제이고 대한민국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로 접근해야 청년들이 경험하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문재인정부 때 인국공문제나 남북하키단일팀 구성 등에서 청년들의 반발이 많았다. 정부와 정당 들이 내놓는 청년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청년들이라는 세대가 특정하게 더 이기적이어서 그렇다 라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더 불평등하고 더 각박해지고 더 경쟁적으로 변했기 때문에 청년들도 그에 발맞춰서 변하는 거다. 청년들이 너무 이기적이어서 저렇게 반응하는 거야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반대로 청년들은 저렇게 생각하니까 저것에 맞춰 비정규직 정규직화 절대 하지 않아야 한다는 식도 옳지 않다.

■앞으로 정치적 포부나 행보에 대해 말해달라.

작년 12월 2일부터 올해 1월 초까지 40여 일 동안 전국 22곳을 다니면서 의정보고회를 했다. 전국구 의원, 비례의원으로 전국을 다니면서 의정활동 보고회를 임기 초부터 너무 하고 싶었는데 첫 해, 둘째 해에 코로나 시국 때문에 집합금지 같은 조치들이 있어서 못했고 2022년에는 국정감사 끝난 다음 날 이태원 참사가 발생해 국정조사하느라 전국 의정보고회를 못 다녔다. 2023년에는 선거를 앞두고 매우 중요한 시기에 전국을 다니는 것이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이게 정말 가능한 일정인가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번에 안 하면 21대 국회에서는 못하는 거여서 전국을 다니면서 의정보고회를 했다. 지역을 막론하고 민생을 내팽개치고 있는 윤석열정권을 심판해야 된다, 정치가 혁신해야 된다는 말을 많이 해 줬다. 국회에서 잘 논의되지 않는 과제들에 대한 갈증들도 있었다.

의정보고회를 다니면서 현장에서의 질문에는 인구 소멸에 대한 대책, 인구 위기에 대한 대책, 지역 소멸에 대한 문제의식, 교육 문제, 디지털 전환시대의 대한민국의 길, 기후위기 극복방안 등이 많았다. 여기에 답하는 것이 앞으로 저의 정치인으로서의 책무다.

총선을 앞두고 여러 선거공학적인 이합집산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역을 다니고 바닥 민심을 훑고 다니면서 느꼈던 국민들이 원하시는 건 선거공학적인 이합집산이 아니라 민주진보진영이 담대하게 연합해서 윤석열정권을 심판하고 22대 국회가 일하는 국회를 넘어서 개혁하는 국회가 되는 것임을 확인했다. 그래서 좋은 정책과 개혁 과제들에 기반한 반윤 최대 연합 그리고 수평적 연합을 추진하는 것이 총선까지의 저의 과업이다. 그게 지난해 11월에 제안한 개혁연합 신당이다. 좋은 정책 중심의 좋은 연합이 국민들이 원하는 개혁을 이끌어낼 수 있다.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여러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위기들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국가 전략을 국민들께 이번 총선을 통해서 보여드리고 싶고 그것에 대한 총선에서의 승인은 결국 총선에서의 승리를 의미할 텐데 그 국가 전략을 승인받아서 진보적 정권교체까지 이뤄내는 토대를 마련해 보고 싶다.

["정치란 무엇인가"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