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살림 어려운데 의정비는 인상한다고?
광역 50만원·기초 40만원 인상
"현실화" vs "합당한 명분 필요"
정부가 최근 지방자치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방의원 의정활동비 상한액을 인상하자 전국 지방의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의정활동비 인상을 추진하고 나섰다. 하지만 심각한 지방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의정비 인상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아 갈등이 예상된다.
31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등에 따르면 의정비심의위원회를 열어 의정활동비 인상을 의결한 지방의회는 강원 춘천시의회·양양군의회와 경남 통영시의회 등이다. 이들은 각각 주민공청회와 전화여론조사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인상안을 의결했다.
이들 지방의회들이 총대를 메고 나서자 전국 대부분 지방의회들이 의정활동비 인상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전북 전주시의회는 30일 주민공청회를 열었고, 경남 사천군의회는 지난 29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전화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남 함평군의회, 경북 구미시의회, 전북 고창군의회 등도 2월 중 공청회를 계획하고 있다.
광역의회도 상황은 비슷하다. 강원도의회가 23일, 경기도의회가 29일 각각 공청회를 열고 주민의견 수렴에 나섰다. 인천시의회 울산시의회도 인상 방침을 정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다른 광역의회들도 2월 중에는 의정비심의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지방의회들이 일제히 의정활동비 인상에 나선 것은 지난해 12월 정부가 지방의회의원 의정활동비 지급범위를 현실화한다며 지방자치법 시행령을 개정한 탓이다. 정부는 의정활동비 한도액을 광역의회는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기초의회는 11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각각 인상했다. 이 개정안이 지난 14일 발효되자 지방의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의정활동비 인상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회들은 대부분 인상폭을 법령이 정한 최대치인 광역 200만원, 기초 150만원으로 정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 광역의회 관계자는 "2003년 이후 20년 넘게 의정활동비가 동결돼 있었다"며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의정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최근 보통교부세 감소 등으로 지방재정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데다 고물가 등으로 지역경제가 침체돼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비 인상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30일 활동비 인상안 시민공청회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시의회는 의원들의 의정 활동비를 기존 11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36% 올리는 인상안을 발표했다"며 "지방공무원의 보수 인상 폭 2.5%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높다"고 주장했다.
의정활동비의 목적에 맞게 사용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의정자료 수집 등 공적인 활동을 위해 지급하는 비용인 만큼 사용 내역을 주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방의원들의 의정비는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로 구성된다. 월정수당은 '직무활동에 대해 매월 지급하는 수당'이고 의정활동비는 '지방의원이 의정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거나 이를 위한 보조활동에 사용되는 비용을 보조하기 위해 매월 지급하는 금액'이다.
하동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고물가 상황에서 의정활동비를 현실화할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된다"면서도 "다만 이를 주민들에게 인정받으려면 합당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방의원 의정비 중 월정수당은 그동안 조금씩 인상돼 지역별 차이가 있지만, 의정활동비는 2003년 이후 지금까지 동결됐다. 현재 의정활동비는 광역이 150만원, 기초가 110만원으로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