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다녀온 전북, “내년엔 더 큰 판 준비한다”
전북, CES 2024 참가 보고대회
“농생명·바이오 전진기지 꿈 아냐”
"농촌도시가 무슨 CES에 참가한다고?" 전북이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4에(1월9~12일) 참가한다고 했을 때 반응이 꼭 이랬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 엑스포 전시관내 글로벌 파빌리온의 72㎡ 공간에 첫 전북공동관을 마련해 8개 전북 기업을 보냈다. 단독부스 마련이 어려워 참가 경험이 있는 광주광역시의 곁불을 빌려야 했다. 같은 전시관 1층 유레카 파크존에는 전북 4개 대학 8개 팀이 링크(LINC) 공동관을 마련했다. 물량과 규모로만 따진다면 3~4배 큰 규모의 독자적 부스를 마련한 수도권 지자체들의 상대가 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상용화 기술을 보유해 국내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인정받은 업체였고, 대학팀 교수·학생들 역시 글로벌 기술시장 지출 지원 의지가 어느 대학보다 높았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전북도의 도전은 이런 선입견과 분투의 연속이었다.
지난 5일 CES 2024에 참가한 전북 기업과 스타트업, 전북자치도 관계자들이 모여 ‘도민보고대회’를 연 이유기도 하다. 3억52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부스 임대료 등을 지원했으니 보고서(!)를 내놓는 일이야 예정된 수순이지만 보고대회는 낯설다. 전국 각지의 자치단체가 수십여 개의 기업을 보냈지만 보고대회 행사 소식은 처음이다. “현장에서 느꼈던 영감을 도민과 함께 공유하고, 방향성을 함께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 특히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기업은 뭘 준비하고 전북은 뭘 도와야 하는지 생생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대회기간 현지 파견기업을 격려하고 개막식과 세계 최고 글로벌 기업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보고대회를 그리고 있었다 한다.
보고대회장엔 올해 CES 전시관에 전시했던 8개 기업의 상품과 전북지역대학 링크사업단의 제품과 서비스·기술을 알리는 부스를 마련해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실리콘밸리와 CES 대회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전문가 강연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글로벌 전시관에 소개된 두산기업의 디지털 혁신(로봇·스마트 농기계) 사례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전주의 캠틱종합기술원에선 전주 드론축구 여정을 담은 ‘전주에서 라스베이거스로’를 소개했다.
첫 참가라고 하지만 전북기업은 이번 대회에서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 전북공동관에서 부스를 운영한 기업은 203건, 100만달러 상당의 기업 상담을 진행했다. 35건의 구매상담도 이뤄졌다. 전북도는 대회기간에 ‘세계한인무역협회(OKTA)’ LA지회와 MOU를 체결했고, 미국 홈쇼핑월드와 100만달러 규모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베네치안 엑스포 전시장 2층 출입구를 장악(!)한 드론축구 성과는 더 극적이다. 미국·캐나다 등에 유소년 드론축구볼 69억원 상당을 수출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로이터·AFP·폭스뉴스 등 글로벌 매체에 주목을 끌면서 ‘메이드인 전주·코리안 드론 사커’를 남미·유럽까지 알리고 상담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달 중순 일본·중국·싱가포르 등에 드론축구를 알리는 설명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전북은 올해 대회를 계기로 참여기업에 대한 전시 마케팅, 혁신상 수상 지원 등 컨설팅 프로그램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첨단 미래기술의 경연장에서 전북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전북 신산업 생태계 대전환’으로 이어가자는 취지이다. 이날 보고대회 장에 CES 2025 참여 의향을 보인 31개 기업·29개 스타트업 관계자가 참석해 현장 분위기와 내년 전망에 대한 의견을 나눠 눈길을 끌었다. 내년 참가기업의 수를 대폭 늘리고 독자적 부스를 마련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언론인출신으로 대회기간 현지에서 전북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 전략 등을 지켜본 민경중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전북의 대응전략으로 △공무원·기업인·대학생 매년 100명 보내기 △전북 100대 혁신 스타트업 육성 △100대 해외 스타트업 전북 생산기지 유치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전북은 새만금에 정부가 지정한 2차전지 특구를 조성하고 있다. 여세를 몰아 교육·바이오특구에 도전하고 있다. 농업도시라는 편견을 깨고 농·생명 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도시로 가는 판 흔들기인 셈이다.
① “안방에서 통하는 것 먼저 보여주자”
CES 2024를 직접 경험한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세계 최고 기업의 혁신 노력과 스타트업의 도전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였다”면서 “전북 기업들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위해 뭘 돕고 지원해야 하는지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특히 “CES에 참가할 정도의 기업이라면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고 있는 기업이라는 공감대를 확보한 것”이라며 “이를 적극 알리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전북에서부터 지원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전북 기술기업이 안방에서 인정받는다는 것을 먼저 보여주자는 취지다.
②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를 적극 활용하라”
두 번째는 오는 10월 전주에서 열리는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국내외 해외에서 번갈아 열리는데 올해 22차 대회가 10월22~24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다.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국내기업과 동포기업을 연결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지난해 미국 애너하임에 열린 21차 대회에는 535개 기업이 참여해 650개의 전시부스를 차렸다. 전북은 올해 10월 대회에 맞춰 3~4월 2차전지·레드바이오 등 기술 집약 품목을 중심으로 도내 기업과 해외 기업, 바이어 데이터를 정비한다. 이를 기반으로 6월 중에 전북기업 120개가 참여하는 ‘프리 수출상담회’를 열 계획이다.
③ ‘전북판 보스턴 프로젝트’ 추진
김 지사는 지난 1월 CES 2024 대회 참관 이후 보스턴 MIT를 방문해 MIT에서 진행된 MIT-전북대 간 글로벌 공동연구 협력 업무협약 체결식에 참석했다. 또 코로나19 백신 생산업체로 글로벌 제약회사인 모더나 보스턴 본사를 방문해 바이오 산업분야에 대한 자문을 받기도 했다. 전북은 바이오분야 특구 조성을 목표로 앵커기업과 잇따라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있는데 하버드 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의공학·나노메디슨연구소와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 MIT 교수진과 1000여개의 스타트업이 연계된 산·학 연계프로그램 ILP(Industrial Liason Program)에서 영감을 얻어 전북 공공연구소와 지역대학 교수진을 그룹화해 전북 기업·이전기업 등과 묶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전주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