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경쟁률 강세학과 분석
2024 경쟁률로 본 수시·정시 강세 학과는?
의대 수시 서울권, 정시 지방권 강세 … 2024 정시, 소신·상향 지원과 눈치작전 뚜렷
대학들이 2024 정시 결과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올해 어느 학과가 수험생의 선택을 가장 많이 받았을까? 학과 경쟁률은 수시와 정시에서 차이가 있다. 수시전형에서도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의 학과 경쟁률이 다르다. 종합전형은 고교 3년을 바탕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적성에 맞는 학과, 사회적 수요에 따라 변화한 학과, 그리고 학교에서 계열적합성을 대비하기 수월한 학과를 선호한다. 반면 교과전형과 정시는 정량 평가 중심이라 성적을 기준으로 삼는다.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특히 ‘불수능’이었던 2024 정시에서 눈치싸움이 극심했다. 경쟁률은 평가 요소의 변화, 합격선, 전년도 경쟁률, 사회적 수요, 적성, 접수 마감일 등 여러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경쟁률이 높았다거나 또는 낮았다고 해서 학과 선호도를 단적으로 판단할 순 없다. 그러나 경쟁률을 통해 그해 대입의 흐름, 학생들의 지원 패턴, 대입 환경을 파악할 수 있다. 2024 경쟁률로 수시·정시 강세 학과를 짚어봤다.
의대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그러나 종로학원의 전국 39개 의대와 11개 치대, 한의대, 10개 수의대 수시 경쟁률 분석에 따르면 의대 경쟁률은 31.08:1(2023학년 34.03:1), 치대 25.11:1(31.24:1), 한의대 25.33:1(26.08:1), 수의대 29.08:1(31.93:1)로 전년보다 모두 하락했다. 이는 지역인재전형의 영향으로 보는 견해가 크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학계열은 지역인재전형의 확대로 서울권 대학의 경쟁률은 높아지는 반면 지역 의대 경쟁률은 낮아지는 추세”라며 “특히 수도권 학생들이 지방권 소재 대학의 지역인재전형에 지원할 수 없어 앞으로 의대 간의 경쟁률 격차는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의대 정시 경쟁률은 수시와 반대로 지방권 대학이 높다. 수시에 비해 지역 인재 선발 비율이 높지 않아 수도권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다는 점과 소재지와 관계없이 성적만 된다면 의대를 선호하는 현상이 맞물린 결과다. 2024학년 의대 경쟁률은 서울권 3.63:1(2023학년 3.7:1), 경기·인천(경인)권 16.20:1(15.7:1), 지방권 7.73:1(7.8:1)로 전체 경쟁률은 6.63:1(6.67:1)이었다(표).
◆약대 경쟁률 전년보다 하락 = 전국 37개 약대의 2024 수시 경쟁률은 38.25:1이었다. 전년 36.86:1보다는 상승했지만 학부 전환 첫해인 2022학년의 경쟁률 44.14:1보다는 크게 하락했다. 2023학년 대비 약대의 경쟁률이 상승한 데는 2023학년 209.26:1(모집 72명, 지원 1만5069명)에서 2024학년 224.63:1(모집 83명, 지원 1만8644명)로 상승한 논술전형의 경쟁률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한편, 교과전형은 21.32:1에서 17.07:1로 하락했고, 종합전형은 26.07:1에서 27.95:1로 소폭 상승했다. 2024 정시 경쟁률은 8.28:1로 전년 9.95:1보다 하락했다. 학부 모집으로 전환한 2022학년 정시 경쟁률은 10.74:1(모집 820명, 지원 8808명)이었지만 2023학년 9.95:1(모집 774명, 지원 7701명), 2024학년 8.28:1(모집 768명, 지원 6361명)로 하락하는 추세다.
정제원 서울 숭의여고 교사는 “최근 2년간 약대 합격선이 상당히 높고 수능 최저 학력 기준도 의대와 비슷했다”며 “이 성적으로 약대를 가야 할지 고민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약대 경쟁률이나 합격선이 소폭 낮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시 모집군별 경쟁률을 보면 가군은 7.12:1(2023학년 7.05:1), 다군은 53.88:1(43.31:1)로 상승했고 나군은 5.48:1(6.89:1)로 하락했다. 다군에는 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할 대학이나 모집 단위가 현저하게 적다. 특히 2023학년에는 계명대 순천대 제주대 이외에 삼육대 아주대가 다군에서 모집했으나 2024학년에 나군으로 이동하면서 남아 있는 대학의 경쟁률이 더 높을 수밖에 없었다. 나군에선 경희대 대구가톨릭대 동국대 등이 모집했는데 서울대만 상승했다. 2023학년 다군으로 선발해 39.29: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던 삼육대는 나군으로 이동하면서 6.0:1로 크게 하락했다. 대구가톨릭대는 19.60:1에서 10.40:1로, 동국대 8.08:1에서 5.58:1로, 전북대는 10.80:1에서 6.60:1로, 한양대는 7.40:1에서 5.69:1로 하락했다.
반면 서울대 지역균형은 2.70:1에서 2.80:1로, 일반전형은 3.0:1에서 6.55:1로 경쟁률이 상승했다.
교과전형과 정시는 학과 선호도보다는 전년도 합격선이나 경쟁률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 종합전형과 논술전형 경쟁률에서는 사회 수요나 선호도의 특성을 살필 수 있다.
정 교사는 “자연계열은 종합전형에서 바이오를 비롯 생명과학 관련 학과의 경쟁률이 높다”며 “의학계열에서도 생명과학이 필수다 보니 성적대, 성별과 관계없이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 15개 대학의 종합전형 경쟁률 TOP3를 살펴보면 자연계열 1~3위에 바이오, 생명 관련 학과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특히 중앙대 생명과학과는 CAU융합형인재 90.0:1, CAU탐구형인재 58.33:1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고 한양대도 경쟁률 1위가 생명과학과로 37.08:1, 2위가 생명공학과로 30.67:1이었다.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도 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가 16.0:1, 생물교육과가 15.71:1로 경쟁률이 높았다. 반면 기계공학과, 전기전자공학 등 전통적으로 선호도가 높았던 학과들의 경쟁률은 하락했다.
진수환 강원 강릉명륜고 교사는 “기계, 전기·전자공학 등의 경쟁률 하락은 상위권 대학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며 “최근 융합, 첨단학과, 반도체학과 등 계약학과가 신설돼 주목받지 못한 것도 경쟁률 하락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미디어 철학 선호도 높지만 지원 패턴 뚜렷하진 않아 = 자연계열은 생명과학의 강세가 몇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인문계열은 강세 학과가 뚜렷하지 않다.
자연계열과 비교해 수시에서 전공 적합성이나 과목 선택의 영향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문계열은 수시에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심리학과 철학과 교육학과 등의 경쟁률이 높게 형성된다. 실제 중앙대와 건국대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가 경쟁률 1위를 기록했고 고려대 학업우수형과 계열적합성, 서강대, 서울대 일반전형에서는 철학과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김상근 서울 덕원여고 교사는 “상위권 대학의 인문계열 지망 학생들은 로스쿨 진학을 염두에 두는 경우가 많다”며 “로스쿨 진학 상위권 대학, 그리고 철학과가 유리하다는 얘기가 돌면서 경쟁률이 높아진 면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정시에서는 교대 경쟁률이 2023학년 1.98:1에서 3.31:1로 크게 상승했다. 대학별로 보면 경인교대 1.37:1→ 3.71:1, 서울교대 1.77:1→ 3.23:1, 진주교대 1.83:1→ 2.9:1 등으로 경쟁률이 상승했다. 김 교사는 “실제 수험생의 선호도가 높아졌다기보다는 지난해 교대 합격선이 워낙 낮게 형성됐고 올해 수시 이월 인원이 크게 증가하면서 합격 기대 심리가 강해져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22학년 문이과 통합형 수능 도입 이후 매년 교차지원이 이슈가 되고 있다. 허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교차지원이 활발했다. 수학 반영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경계열은 교차지원한 학생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에 따라 인문계열 학생들은 상경계열 지원을 피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종합전형, 2023학년과 학과 경쟁률 큰 변동 없어 = 2023학년과 2024학년의 종합전형 경쟁률은 큰 차이가 없었다. 특히 자연계열은 생명과학과 관련된 생명공학과 생명과학과 화학과 의학계열의 강세가 두드려졌다.
2023학년 건국대 종합전형에서 자연계열은 시스템생명공학과가 35.54:1로 경쟁률 1위를 차지했다. 2024학년 같은 학과의 경쟁률이 53.08:1인 걸 보면 건국대 자연계열의 종합전형 경쟁률이 상승했음을 알수 있다. 한편 고려대 학업우수는 2023학년엔 심리학부가 19.25:1로 경쟁률이 가장 높았는데 2024학년에는 학업우수와 계열적합성 모두 철학과의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연세대는 2023학년에는 사회학과(14.0:1) 정치외교학과(12.69:1) 문화인류학과(12.50:1) 순으로 경쟁률이 높았지만 2024학년에는 철학과(26.67:1) 응용통계학부(18.40:1) 사학과(14.88:1) 순으로 바뀌었다.
김 교사는 “자연계열에서는 생명, 화학 관련 학과들의 경쟁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참고로 2024 논술전형 경쟁률은 41.92:1이었다. 최고 경쟁률을 보인 학과를 대학별로 살펴보면 건국대 수의예과(378:1) 가톨릭대 약학과(288.50:1) 경희대 한의예-인문(362.20:1)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198.0:1) 성균관대 의예과(631.60:1) 연세대 약학과(105.60:1) 아주대 의학과(398.20:1) 인하대 의예과(660.75:1) 중앙대 의학부(203.42:1)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283.0:1) 등이었다.
정부의 ‘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 이후 졸업생들이 대거 합류했고 반수생들은 재적 학교보다 합격선·선호도가 높은 대학에 지원하려는 경향이 컸다. 더구나 수능 체감 난도가 높아 일찌감치 재수를 결심한 재학생이 예년보다 많아지면서 합격 여부를 떠나 상향·소신 지원이 많았고 눈치작전이 치열했다. 그 결과 대학들의 막판 경쟁률 상승폭이 컸다.
또한 정시는 전년도에 경쟁률이나 합격선이 낮았다면 다음해엔 상승하는 패턴을 반복한다. 2024학년 연세대 인문계열에서 경쟁률 1위를 기록한 학과는 식품영양학과였다. 4명 모집에 42명이 지원해 10.50:1을 기록했는데 전년 경쟁률은 3.75:1이었다. 자연계열에서는 도시공학과가 16.21:1로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다만 원서 접수 마지막 날 2시 기준 경쟁률은 0.64:1로 가장 낮았다. 신설된 고려대 교과우수에서도 화공생명공학과(0.60:1→12.60:1) 지구환경과학과(0.75:1→9.54:1) 데이터과학과(1.25:1→7.75:1)의 경쟁률이 막판에 급등했다.
정시는 다군에서 선발한 학과들의 경쟁률이 단연 높았다. 특히 기존엔 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할 다군 대학은 중앙대와 일부 의대 약대뿐이었는데 2024학년에 성균관대가 반도체융합공학(48.61:1)과 에너지학(52.45:1)을 신설하면서 경쟁률 상승을 이끌었다. 중앙대 역시 다군에서 선발한 전자전기공학부(30.62:1)와 소프트웨어학부(25.76:1) 경영학부(21.80:1) 등의 경쟁률이 높았다.
김기수 기자·민경순 내일교육 리포터 hellel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