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못 민물가마우지와 전쟁 선포
둥지섬 수목 황폐화 주범
대구 수성, 퇴출작전 개시
대구 수성구 수성못 안 작은 섬인 둥지섬은 대구시민의 도심 휴식처이자 연간 200만명이 찾는 관광명소다. 1920년대 수성못 축조 당시 동편에 위치한 둥지섬은 한국농어촌공사 소유로 직경 40m 면적 1200㎡ 규모다. 1990년대 말부터 백로 왜가리 가마우지 등 다양한 철새들이 날아들어 잠시 머물다 가는 쉼터였다.
그런데 최근 3년 사이 민물가마우지의 안방이 됐다. 주간에는 50마리, 야간에는 400여마리가 무리지어 살고 있다. 이들이 만든 새집도 62개에 이른다. 이 때문에 백로 왜가리 청둥오리 물닭 등은 아예 다른 곳으로 떠났거나 호수 한편으로 밀려나는 생태계 교란도 발생하고 있다.
가마우지는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겨울철에 날아와 자리잡기 시작했는데 이젠 계절이 바뀌어도 아예 떠나지 않고 텃새화됐다. 문제는 무리지어 서식하는 특성을 가진 가마우지가 엄청난 배설물을 싸지르면서 각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먹성이 좋은 가마우지에겐 잉어와 붕어 등 먹잇감이 많은 수성못은 최고의 서식환경이다. 대변과 소변을 한꺼번에 배출하면서 섬 전체가 하얗게 변했다. 왕버들 버들나무 플라타너스 사철나무 등은 가지만 앙상한 채 겨우 생명만 유지하고 있다. 산성이 강한 민물가마우지의 똥오줌에 나무는 물론 둥지섬의 토양과 일대 호수 수질도 오염될 상황이다.
수성못 일대 유원지를 관리하는 대구 수성구가 지난 2022년 소방헬기까지 동원해 수목을 세척하고 고압살수장치와 스프링클러 등을 설치했다. 또 조류기피제와 초음파 퇴치기를 설치했으나 무용지물이었다. 지난해에는 둥지 30개를 철거하고 고사목을 제거하기도 했다.
13일 수성구에 따르면 구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가마우지 퇴출 대책을 세워 실행에 들어갔다. 2022년 7월 만들어진 환경부의 민물가마우지 집단서식지 관리지침에 따라 비살생적 방법을 통한 번식지 형성 억제 및 개체수 조절방법이 동원된다. 국제자연보호연맹의 관심 필요종으로 지정돼 살생·포획이 어렵기 때문이다.
생태단계별로는 번식시기 전인 1~3월 둥지제거 가지치기 배설물세척 등과 함께 가마우지의 천적인 독수리 모양의 연 40개를 설치해 일시적으로 가마우지를 둥지섬에서 쫓아냈다. 일단 수백마리의 가마우지가 거의 사라졌다.
수성구는 그러나 적응력이 뛰어난 가마우지의 특성을 고려해 번식 중·후인 3~12월은 서식환경을 교란시키며 지속으로 관찰하기로 했다.
수성구는 올해부터 오는 2028년까지 최소 5년 동안 집중관찰과 관리를 통해 둥지섬의 생태계를 보호할 계획이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대구 관광 100선에 선정된 수성못이 가마우지 때문에 흉물이 되고 있어 둥지섬 생태계보호에 본격 착수했다”며 “최소 5년간 단계적으로 가마우지 개체수 조절을 통해 수성못 전체의 생태계 안정과 균형을 되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