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뺑이 돌다 결국 대도시 병원으로
정부 의대정원 2천명 확충 계획
농촌 찾는 의사 늘어날지 관심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려 의사를 확충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농촌 의료서비스 개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농촌 의료서비스의 절대적 비율을 차지했던 의사 수 부족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와 실제 농촌과는 무관한 보건의료정책이라는 분석이 맞서고 있다.
농촌에서는 다급한 환자가 발생하면 인근 병원으로 ‘뺑뺑이’ 돌다 결국 대도시 병원을 찾는 일이 다반사다. 15일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의료기관까지 이동시간이 도시민은 평균 15분이지만, 농촌 주민은 평균 23.9분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촌지역 독거노인 59.5%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어 상급병원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다.
농촌 의사 공급은 붕괴된지 오래다. 경남 산청군의료원은 2022년부터 내과 전문의를 구하기 위해 5차례 공고를 낸 끝에 의사를 간신히 구해 농촌 의료서비스가 재개됐다. 산청군의료원은 3억6000만원의 연봉을 내걸어도 지원자가 없었다고 전했다. 경북 울릉군보건의료원도 연봉 3억원을 제시했지만 9차례나 지원자를 모집해야 했다.
7월 개원하는 충북 단양군 보건의료원은 1월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연봉을 4억2000만원대까지 올려 공고를 내자 2명이 지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지방의료원 35곳 중 23곳에서 37개 과목이 휴진 중이었다.
특히 군 단위에서는 산부인과가 없어 인접 도시로 산모가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고, 지방으로 갈수록 필수의료 과목 의사 수 부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정부에서는 의사 수 확충을 추진하며 도시에서 과다 공급된 잔여 의료인력이 농촌으로 이동하는 ‘낙수효과’의 확산을 기대해왔다.
하지만 의사 수 증가가 농촌 의료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부정론도 만만치 않다. 1965~1980년 33개 의과대학이 신설되고 연간 배출 의사 수가 3500명에서 8200명으로 증가했지만 의료 인력 지역불균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전체 의사 10만7976명 중 서울을 비롯한 경기 인천 대전 대구 등 주요 대도시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8만1676명(75.6%)에 달했다. 대도시를 제외한 소도시 단위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2만2045명(20.4%), 군 단위 농촌에 있는 의사는 4255명(4%)에 그쳤다. 20여년 전 조사 때는 대도시 63%, 소도시 29%, 농촌 8%였다. 의사가 늘어날수록 의사들의 농촌 기피가 더 심해진 것이다.
농업계에서는 농촌 의료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는 방문진료와 비대면진료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의사가 늘어도 넓은 농촌 마을마다 개원의나 2차 의료기관이 들어설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농촌지역에서 광범위하게 활동할 수 있는 방문 의료진을 확대하는 방안이 시급히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농촌지역 방문진료 실태와 개선 과제’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농촌 주민의 나이가 80세 이상일 경우 접근성 문제로 인한 미충족 의료 수요 발생 확률이 매우 높다”며 “고령자 중 방문 진료 필요 대상자 비율은 농촌 16.7%, 도시 13.9%로 농촌지역에서 방문진료를 중점 확대해야 할 집단은 노인”이라고 지적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