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맛집+역사문화자원 공존하는 골목여행
마포구 합정동 특화거리 ‘하늘길’
관광 활성화, 도시매력·골목상권↑
“한달에 한번 홍대 학생들 작품을 전시해요. 팔기도 하니 천천히 둘러보세요. 가게 분위기가 달라지니 우리도 좋아요.”
서울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7번 출구에서 이어지는 마포구 합정동 골목에 자리잡은 자그마한 카페. 의자 숫자를 열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작은 규모인데 벽면에는 일러스트 작품이 빼곡히 내걸려 있다. 주인장은 “작품들이 꽤 좋고 이 골목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기념품이 될 것”이라고 권했다.
15일 마포구에 따르면 구는 성장 가능성이 눈에 보이는 합정동 상권에 지속가능성을 더하기 위해 상인들과 힘을 모은다. 합정역 7번 출구부터 국내 첫 화력발전소인 당인리발전소를 지하화하면서 조성한 마포새빛문화숲까지 이어지는 골목을 ‘하늘길’이라 명명하고 특화거리로 키우기로 했다. 서교동 홍대 ‘레드로드’ 성공에 힘입어 두번째 추진하는 특화거리다.
190여개 점포가 몰린 합정동 일대는 서울시내 여느 상권과 달리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높다란 빌딩 속 분지처럼 저층 주택이 줄지어 있는 가운데 개성 넘치는 밥집과 찻집이 곳곳에 고개를 내밀고 있다. 화려한 조명이나 장식은 고사하고 간판도 눈에 띄지 않는 곳이 여럿이다. 사이사이 독립서점 갤러리 탱고교실 등 예술 관련 공간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두셋 혹은 삼삼오오 걷는 이들도 색다른 분위기가 가득한 가게와 골목을 눈에 담으며 발걸음을 옮긴다. 구 관계자는 “내부 공간이 전반적으로 여유가 있고 상호를 감추다시피 하는 등 제각각 색깔과 자부심이 강한 상권”이라며 “자신만의 감성과 취향을 찾기 원하는 상인들과 고객들 정서가 통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스러운 풍취와 감성이 가득한 골목에서 이야깃거리를 찾기로 했다. 박강수 구청장 제안에 공무원과 상인들이 머리를 맞댔다. 업체끼리 출혈경쟁을 하거나 매장 홍보에 주력하기 보다는 동네 자체에 집중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상인회 관계자는 “합정동은 한강과 문화, 이색 공간이 어우러진 곳”이라며 “맛집 경쟁보다 지역 자원으로 승부를 걸어야 지속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합정동이 보유한 역사문화자원은 동네 수준을 뛰어넘는다. 기독교와 천주교 묘지가 공존하는 양화진 묘원을 비롯해 병인양요 이후 천주교 신자들이 참수당한 절두산 순교 성지가 대표적이다. 고려때부터 중요한 도선장으로 꼽히던 양화나루와 마포새빛문화숲도 있다.
지난해 10월 골목을 재정비하고 바닥에 하늘빛을 입혔다. 수많은 순례자들이 지역을 방문한다는 점에 착안, 골목 곳곳에 ‘소원 트리’를 설치하고 업소 방문객들이 크고 작은 소망을 적어 내걸도록 했다. 구와 상인들이 함께 ‘하늘길 페스타’를 개최, 성공적인 상권 재출발을 선포하기도 했다. 가로수에 조명 옷을 입힌 빛거리도 방문객들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포구는 계절별로 소원트리 등 골목 디자인을 바꾸는 동시에 무인정보단말기 안내판 등 편의시설을 확충해 하늘길 상권을 지역 대표 명소로 키워간다는 구상이다. 레드로드를 찾는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하늘길로 유입되도록 유도하는 한편 보다 편리하게 지역 상권을 이용하도록 다국어 지원체계도 구상 중이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하늘길은 단순한 거리가 아니라 삶에 활력과 즐거움을 더하는 공간”이라며 “레드로드에 이어 하늘길이 마포에 매력을 더하고 골목상권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