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집단휴학 현실화되나
원광대 160여명 전산으로 제출했다 철회
교육당국 "요건 갖추지 못해 처리 불가”
무단결석·수업거부 등 다른 방식 가능성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집단 휴학계를 제출했던 원광대 의대생들이 학교측 설득으로 이를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의대생 단체가 20일 전국적인 동맹휴학을 선언한 상황이라 집단휴학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원광대 사례는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낸 첫 사례였다. 앞서 지난 15일 한림대 4학년 학생들이 가장 먼저 집단 휴학 의사를 밝혔지만 실제 휴학계를 제출한 학생이 아직 없다.
원광대에 따르면 이 대학 학칙에 따르면 휴학 처리를 위해 필요한 학부모 동의서를 제출한 학생은 없었다. 또 휴학계가 전산상으로 제출돼 지도교수 면담과 학과장 결재 등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대학으로부터 휴학계 제출 소식을 보고 받은 교육부는 사실상 거부를 요청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광대 의대 학생 160명이 휴학계를 제출했지만, 요건에 맞지 않아 수락되지는 않은 상태”라며 “휴학계 처리 여부에 대해서는 원광대에 학칙에 따르라고 안내했다”고 밝혔다.
원광대는 이후 학생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해 철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동맹휴학을 발표한 일부 대학도 학부모 동의나 지도교수 면담 등 요건이 갖춰지지 않아 휴학 신청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불씨는 여전히 남아았다.
전국 40개 의과대학 학생 대표기구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20일 동시에 휴학계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의대협은 15~16일 전국 의대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90% 이상이 동맹휴학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의대협은 정확한 투표율과 찬성률 등은 밝히지 않고 있어 동맹휴학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동참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의대생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에 교육부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교육부는 16일 ‘교육부·의과대학 상황대책반’을 구성하고, 전국 40개 의대와 비상연락체계를 구축해 대학별 학생동향과 조치를 점검하고 있다.
같은 날 의대 교무처장들과 온라인 회의를 열어 ‘엄정한 학사관리’를 거듭 강조했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휴학 신청이 들어올 경우 요건과 처리 절차를 정당하게 지켜 ‘동맹휴학’이 승인되지 않도록 학사관리를 엄정히 해달라고 대학에 요청했다.
또 학생들이 잘못된 선택으로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생과 학부모에게 적극적으로 설명과 지도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교육부는 19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과대학을 둔 40개 대학 총장과 긴급 영상회의를 열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휴학 사유는 대부분 학칙에서 정하게 돼 있는데 동맹휴학은 휴학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대학이 승인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다른 학생의 휴학을 선동하거나 강요하면 학칙에 따라 징계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의학계와 대학가 일부에서는 휴학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의대생들이 수업 거부 등 다른 집단행동에 돌입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16일 열린 회의에서 의대협은 수업 거부 등 다양한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대부분은 3월에 개강하지만, 의대 본과는 통상 2월에 먼저 개강한다. 병원 임상실습을 하는 본과 3·4학년은 학사일정 자체가 유동적이다.
의대생들의 휴학이 승인되지 않더라도 이들이 무단결석하거나 수업 거부 등 다른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유급을 피하긴 어렵다. 의대는 한 과목만 학점을 따지 못해도 해당 학년 수업을 모두 다시 들어야 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