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동맹휴학 막히면 수업거부로 가나

2024-02-20 13:00:01 게재

교육부, 휴학신청 불허 요구

장기화되면 집단유급 불가피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국 의대생들이 20일 집단 휴학계를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교육부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는 대학측에서 ‘요건 미충족’을 이유로 휴학을 허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의대생들은 수업거부 등 또 다른 방식으로 집단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일 교육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35개 의대 대표자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 15일과 16일 잇따라 회의를 열고 동맹휴학을 결의했다.

이들은 20일 전국에서 동시에 휴학계를 내기로 뜻을 모았다. 의대생 일각에서는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려는 것을 집단행동으로라도 막아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당국은 의대생들의 단체 행동에 대비해 비상대응 체계에 들어간 상태다. 교육부는 “동맹휴학은 대학 학칙상 휴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의대생 동맹휴학 결의 … 현실화할까’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의과대학 학생들이 20일을 기점으로 동맹휴학 등 집단행동을 하기로 결의한 가운데 19일 오후 한 학생이 서울의 한 대학 의과대학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교육부는 지난 16일 차관 주재로 의대를 운영 중인 40개교의 교무처장과 함께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학생들의 동맹휴학에 대비해 철저한 학사 관리를 요청했다. 신속한 대응을 위해 대학별 대책반을 구성하고, 교육부 의대 상황대책반에 매일 의대생들의 단체행동 현황 여부를 공유해달라고 주문했다.

19일에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대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 총장들과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법과 원칙에 따라 학사 관리를 해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교육부는 대부분 의대가 휴학 승인을 위해 학과장·학부모 동의 등을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이런 절차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학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대학에 대해 교육부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시정명령 등 행정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동맹휴학이 승인되지 않더라도 의대생들은 수업 거부 등으로 단체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16일 열린 회의에서 의대협은 수업 거부 등 다양한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충북대 의대생 190여명과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의대생 80여명은 19일 학교측에 수업 거부를 통지했다. 충남대 의대생들도 이날 수업거부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 대부분은 3월에 개강하지만, 의대 본과는 통상 2월에 먼저 개강한다. 병원 임상실습을 하는 본과 3·4학년은 학사일정 자체가 유동적이다. 통상 의대의 현행 학칙들은 수업 일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학점을 부여한다. 의대는 한 과목만 학점을 따지 못해도 해당 학년 수업을 모두 다시 들어야 한다. 이 경우 한 학년이 단체로 졸업이 늦어지고, 나아가 의사 수급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앞서 2020년 11월 문재인정부 시절 비슷한 전례가 있었다. 당시 정부가 의대 정원을 증원하려 하자 40개 대학 의대생들이 38일간 수업을 거부한 바 있다. 당시 상당수 의대는 방학을 단축하고, 주말에 시험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수업일수를 채웠다. 또 본과 4학년 학생들은 응시 대상자의 87%가량인 2749명이 의사 국가시험(국시)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했다. 의대생은 의대를 졸업하고 국시 실기 시험과 필기 시험에 모두 합격해야 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면허 취득 이후 수련병원에 인턴으로 지원하거나 공중보건의·군의관 등으로 복무한다. 국시 응시 거부로 이들 인력이 크게 부족해질 것이 우려되자 문재인정부는 결국 응시 기회를 추가로 부여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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