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정공법 통할까’ 주목
문재인정부때 못한 ‘의대정원 확대’
원칙적 찬성하면서 ‘대안’ 제시 주력
“반발 극대화, 국민 관심 얻으려는 쇼”
정부-의사 대치 앞 복잡해진 민주당
‘의대 정원 확대’ 의제를 빼앗긴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속도조절론’을 들고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의사 2000명 확대’를 던져놓고 ‘기득권 의사와의 전쟁’을 치르는 상황에서 만약 윤 대통령의 강력한 진압이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차단할 경우엔 총선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대응책이다. 민주당은 문재인정부때 의대 증원을 시도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의사들의 반발을 이겨내지 못하고 주저앉았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정공법이 성공하게 되면 여당에 우호적인 여론이 강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의대 증원에 찬성하면서도 규모와 속도, 실효성 등을 따지면서 ‘중재론’을 앞세웠다.
20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위원장인 김성주 의원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의사들과의 갈등을 고조시킨 다음 이를 진압하는 방식으로 국민여론을 얻으려고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여론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대 정원 확대안’ 발표를 미루고 미루다가 민주당의 ‘매년 400명’을 크게 뛰어넘는 ‘올해만 2000명’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총선을 앞두고 내놨고 민주당은 이를 ‘정략적’으로 봤다.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항간의 시나리오를 소개하면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던진 다음에 혼란과 반발을 극대화시켜서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 모은 연후에, 누군가가 나타나서 규모를 축소하면서 원만하게 타협을 끌어내는 그런 정치 쇼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라는 지적”이라며 “저도 똑같은 생각을 한다”고 했다. 이어 “왜 이런 무리한 수를 던졌을까”라며 “이 민생의 문제, 국정 문제를 이런 정략으로 접근한다고 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정말로 심각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정을 정략적 목표로 운영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 사용해야지, 이것을 특정 정치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남용하고 국정과 국민의 이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고민은 윤 대통령이 검찰과 함께 강력한 기득권의 상징으로 분류되는 ‘의사집단’과의 싸움에서 타협하지 않을 것이고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총선 내내 정부-의사간 힘겨루기 양상이 펼쳐지면서 다른 이슈가 관심 밖으로 밀리고 윤 대통령의 ‘불도저 리더십’이 주목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민주당이 하지 못한 일을 윤 대통령이 나섰고 윤 대통령은 문재인정부와 같이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비교대상이 될 것”이라며 “당시에는 코로나 때문이라고 했지만 사실 민주당의 온정주의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했다.
민주당이 선택한 전략은 윤 대통령의 국정 독주가 갈등만 부추기고 의료 공백을 만들어 국민 피해를 가중시킬 가능성에 염두를 둔 것이다. 이 대표는 “심각한 의사 정원 증가 문제로 인한 사회적 갈등‧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 비상대책기구를 만들어서 의사협회 측과 협의하도록 하겠다”며 “정부여당과도 협조를 끌어내겠다”고 했다. 이어 “과격한 방식이 아니라 합리적인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적정한 수의 의사 수를 늘리는 쪽으로 협의하고, 그 내용조차도 공공·지역의료를 확충하는 방식으로 가능한 안을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
김성주 의원은 이 대표의 ‘중재자론’에 대해 “이제 갈등과 마찰의 초입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황이 좀 더 어려워지면 나서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의대정원 확대와 관련해서는 ‘어떻게(증원, 양성, 배정)’에 집중하며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현재 법사위에 올라와 있는 지역의사제법과 공공의대법을 통과시키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또 ‘한 해 2000명’이 과도하다는 판단에 따라 향후 교육부에서 각 대학에 정원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양성 능력 등을 고려하게 되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증원 규모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연간 2000명을 지금 당장 증원을 하면 지금 현재 의대들이 이 수용할 수 있느냐”면서 “정책당국이 예측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공의료·필수의료·지역의료 확충을 위해서 정원 확대가 필요. 공공의대 설립, 또 지역의대 설립·지역의사제 도입 같은 그런 중요한 콘텐츠들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