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2000명 증원 최상위권 영향

의대 2천명 증원 파장 … 최상위권 블랙홀 되나

2024-02-21 13:00:00 게재

치대 한의대 수의대 약대 공대 연쇄 파장 전망 … “지역인재 선발 비중 높은 약대 가장 큰 타격”

초미의 관심사였던 의대 증원 규모가 확정됐다. 올해 치를 2025학년 대입부터 2000명이 늘어난다. 종전 3058명의 65.4%가 한번에 증가한다. 이에 따라 대입 역시 판도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수험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가속할 수 있고 최상위권 학생의 선호도가 높은 의대의 특성상 치대 한의대 수의대 약대 공대 등 자연계열은 연쇄적으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최상위권 N수생이 크게 늘어 합격선 예측 역시 어려워질 전망이다. 의대 증원에 따른 파장과 자연계열 전반의 입시 환경 변화, 지원 전략을 가늠해봤다.

2025학년부터 의대 정원 2000명이 증원될 경우 대입 지형 역시 대규모 지각 변동이 불가피하다. 당장 올해 시행되는 2025학년 입시부터 증원이 이뤄지면 교육계는 자연계열 최상위권 대입 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를 좀 더 면밀히 예측하려면 지역·학교별 증원 규모가 확정돼야 한다. 각 의대는 이를 반영한 모집요강을 5월 중 새로 발표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교육부와 협의해 관련 절차를 신속히 이행해 4월 전에 결정하겠다며 대략적인 방향을 안내했다.

◆의대 지역인재전형 60%로 급증? =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인재전형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 2024학년 대입에서는 39개 의대 모집 정원 중 1030명을 지역인재전형으로 모집했다. 의대 정원의 약 34.1%에 달한다. 현재 지역 대학은 의무적으로 의대를 포함해 치대 한의대 약대계열 정원의 40%(강원·제주 20%)를 대학이 위치한 권역 고교 출신자로 선발해야 한다. 현재 이 비율을 모두 충족하지만 이번 의대 증원과 맞물린 ‘지역인재 60%’ 목표치를 채우려면 상당수 대학이 지역인재 정원을 더 늘려야 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현재 비율이 낮은 대학들을 중심으로 지역인재전형 인원이 급증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정원 배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의대 지역인재 비율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적극 부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비수도권 26개 의대 2025학년 모집 요강을 살펴보면 전체 정원에서 지역인재전형 비중이 60%를 넘는 곳은 총 7개 대학에 불과하다. 비중이 가장 높은 의대는 동아대로 49명 선발에 44명(89.8%)을 지역인재로 선발한다. 이어 부산대·전남대(80%) 경상국립대(75%) 전북대(62.7%) 조선대(60%) 대구가톨릭대(60%) 순이다. 나머지 19곳은 60% 미만이다.

권역별로 보면 부산·울산·경남권(66.0%)과 호남권(63.7%)은 지역인재 비중이 60%를 넘고 이후 대구·경북권(51.6%)과 제주권(50.0%) 충청권(48.8%) 강원권(25.8%) 순이다. 이 중 강원대는 이미 60% 방침에 맞춰 기존 15명이었던 지역인재전형의 선발 규모를 의대 증원에 따라 30명 전후로 늘리기로 강원도교육청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대학별 증원 규모에 따라 향후 지역 내 선발 인원은 60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제주대도 교육부 방침에 맞춰 지역인재전형 선발 규모를 늘리기 위해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인재는 수도권 학생들은 지원할 수 없다. 이들은 정원이 적은 이른바 소규모 의대를 주목할 만하다. 당초 정부는 파격적인 규모의 의대 증원을 예고하면서 의대 신설도 검토했으나 물리적·시간적 상황을 고려해 기존 의대를 중심으로 증원 방침을 밝혔다. 비수도권 대학을 우선하되 교육 역량을 갖춘 소규모 의대를 눈여겨보겠다고 알렸다. 현재 정원이 50명 미만인 소규모 의대는 가천대(40명) 가톨릭관동대(49명) 강원대(49명) 건국대(글로컬,40명) 건양대(대전, 49명) 단국대(천안, 40명) 대구가톨릭대(40명) 동아대(49명) 동국대(WISE, 49명) 성균관대(40명) 아주대(40명) 을지대(40명) 울산대(40명) 인하대(49명) 제주대(40명) 차의과대(40명) 충북대(49명) 등 총 17개다.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선발하는 차의과대를 제외한 16개 대학 중 수도권에 가천대 성균관대 아주대 인하대가 대상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서울권은 이미 인원이 충분해 추가 증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 않은 반면 경기와 인천 지역 의대는 정원이 적은 반면 교원이나 임상·연구 인프라는 충분하다”며 “수도권은 성균관대 등 소규모 의대 위주로 일부 증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의대 증원 따른 합격선 변화는 = 의대 정원이 증가할 경우 우선 의약학계열의 합격선 변화가 예상된다. 종로학원이 대입 정보 포털 어디가에 공개된 2023학년 의대 전형별 합격자 70% 컷을 분석한 결과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의 일반전형은 평균 1.12등급, 정시전형은 국수탐 백분위 기준 300점 만점에 평균 285.9점으로 나타났다.

오종운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비수도권 26개 의과대학의 2025학년 선발 예정 인원이 1925명인데, 그와 비슷하거나 웃도는 규모의 증원 계획이 발표됐다”며 “1~2개 대학이 더 신설되는 것과 같은 효과로 입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고 설명했다.

지역·대학에 따라 양상이 달리 나타날 수 있다. 의대 지망생 중에서도 최상위권이 선호하는 서울권 의대의 경우 증원 규모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의대 증원을 노린 자연계열 최상위권 N수생이 더 많이 합류함에 따라 경쟁이 더 치열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의대 진학 전문 학원 관계자는 “서울권 치대 한의대 약대 재학생이 반수에 합류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며 “서울권 대학은 합격선 변동 폭이 크지 않고 경인권의 소규모 의대는 합격선이 다소 하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비수도권 의대는 합격선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 지역인재전형을 중심으로 증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데 지원 자격이 한정된다. 현재 예비 고1~고3은 지역 내 고교를 졸업해야 하고 예비 중3 이하는 해당 지역에서 중·고교 6년을 이수해야 한다. 비수도권 인구를 고려했을 때 종전보다 폭넓은 성적대의 학생들에게 지원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합격선도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복수의 지역 일반고 교사는 “지역인재전형이라고 해서 막연히 합격선이 낮을 것으로 예측해 도전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면서 “각 대학의 자격 기준이나 최저 기준 변화, 면접 유무, 해당 지역의 전형 구조나 지원자 특성 등 이 경쟁률·합격선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지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연 계열 대입 연쇄적 영향 = 의대 증원은 다른 의약학계열은 물론 자연계열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특히 타격이 클 곳으로 약대를 지목했다. 의대만큼 지역인재 선발 비중이 높고 모집 규모도 의약학계열에서 의대 다음으로 많기 때문이다. 2024학년 대입에서 전국 약대 37개교 중 20개교는 지역인재로 441명을 모집했다. 전체 모집 인원의 50.2%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로 볼 때 지역인재 조건을 충족한 종전 약대 지망 수험생이 비수도권 의대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상위권 대학 공학계열도 의대 증원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2025학년 기준 서울대의 자연계열 모집 정원은 1775명이다. 의대 증원분(2000명)보다 적어 당초 해당 학과에 진학할 상위권 수험생들을 의대가 모두 빨아들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의대 입시는 그 안에서도 이동이 심한 편”이라며 “증원 규모가 워낙 커 이동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의대 외 의약학계열, 서울 상위권 대학 공대까지 순차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의대 입시 전문 학원 관계자는 “현재 자연계열의 대입 구조를 보면 의대가 압도적으로 수위를 차지한다”며 “치대 한의대 약대 지원자들이 순차적으로 의대로 빠지고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자연계열 상위권이 그 자리를 채울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의대 입시 도전에 나설 반수생 등 졸업생과 직장인들은 주로 정시전형에 지원할 전망이다. 젊은 교사들로 구성된 정책연구단체 ‘교육Lab 공공장’이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2023학년 정시 모집 의대 치대 한의대 신입생 선발 결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의대에 최초 합격한 인원 7315명 중 N수생은 5745명으로 78.6%에 달한다(표). 재수생이 3037명(41.5%)으로 가장 많고, 3수생이 1589명(21.7%), 4수 이상이 1120명(15.3%)이었다. 고3 학생은 1484명으로 20.3%에 불과하다.

이 같은 재도전은 의대 쏠림을 심화하고 대규모 사교육비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우수 인재가 의학계열에만 집중돼 기초과학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2025 이후 의대 지원 전략 = 올해 이후 의대 지원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의대 역시 재학생들은 최상위권 졸업생들이 대거 합류하는 정시보다 수시를 주력 전형으로 삼을 것을 추천한다. 더불어 수능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시에서도 최저 기준을 적용하는 대학이 대다수이며 대부분의 영역에서 1등급을 획득해야 충족할 수 있을 만큼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비수도권 학생들의 경우 지역인재전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때 희망 대학의 지원 자격과 전형 요소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같은 권역에 소재한 고교라 해도 대학과 전형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종 증원 규모와 선발 전형의 구성을 눈여겨봐야 한다. 2025 대입전형시행계획 기준 비수도권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정원 1068명 중 절반 이상이 교과전형(576명)으로 선발하며 종합전형(256명) 정시전형(221명) 논술전형(15명) 순으로 많다. 다만의대 지원자는 대부분 교과 성적과 학생부가 우수한 만큼 전형 적합성이나 면접 결과에 의해 당락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최종 안에서 증원 규모만큼 해당 요소의 시행 여부와 비중을 눈여겨봐야 한다.

김기수 기자·정나래 내일교육 기자 len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