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 의대생 8700여명 ‘동맹휴학’ 동참
수업거부도 확산, 학사일정 조정 속출
의대 학장·교수들 학생 집단행동 지지
정부의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전국 의과대학 학생들이 집단으로 휴학계를 제출하고 수업에 불참해 일부 대학들이 휴강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전국 40개 의대 교수들이 학생들의 움직임을 사실상 지지하고 나서 동맹휴학, 수업거부 등 집단행동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교육부가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 20일까지 8753명의 의대생이 휴학을 신청했다.
이는 전날 7개교, 1133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아직 방학 중인 학교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휴학 신청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20일부터 집단 휴학에 들어간다고 예고했다.
◆곳곳서 휴학계 제출 = 실제로 동국대 WISE캠퍼스(경주)에 따르면 의대생 290여명 전원이 이날 휴학원을 냈다. 본과 3~4학년 학생들 중 일부는 수업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대는 의대생들 다수가 이날 온라인으로 휴학계를 제출했다. 중앙대는 이날 수업 차질을 예상해 하루 휴강했다.
성균관대의 경우 다수의 학생들이 수업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진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화여대는 의대생 280여명 전원이 서면으로 휴학계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대에 따르면 재학생 731명 중 282명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학교는 20일 수업에 한 자릿수 수준으로 학생들이 참석하자 학사 일정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남대는 의대 예과·본과 재학생 731명 중 282명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20일 각 학년별로 한 자릿수 수준으로 학생들이 수업에 참석하면서 학교측은 학사 일정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조선대 의대는 정원 620여명 중 500여명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이 대학은 당초 이달 진행할 예정이던 임상실험 등 일부 수업을 연기했다.
전북대는 20일 전체 의대생 669명 중 646명이 휴학원을 제출했다.
부산대 의대 학생들은 비상시국 정책대응위원회를 구성하고 동맹휴학과 수업 및 실습 거부에 나섰다. 비상시국 정책대응위원회는 이날 SNS를 통해 부산의대 총원 590명 중 98.6%인 582명이 동맹 휴학원을 제출했다.
충남대는 의대 1~4학년 학생들의 수업 거부가 이틀째 지속됐다. 건양대는 본과 3학년 학생 전원이 수업에 참석하지 않았고, 휴학계 제출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 휴학계 처리 저지 = 교육 당국은 각 대학을 통해 학칙상 학부모 동의, 지도교수 면담, 서류 제출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휴학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움직임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대표들은 20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군사독재정권 시대를 연상케 하는 정부의 비민주적 조치와 강압적인 명령이 2024년 오늘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다”면서 “금일부로 동맹휴학계 제출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 학생회장인 김민호씨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의료 정책 내용과 집행 과정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며 “오늘 일신상 사유로 휴학 신청서를 제출하고 등교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학사 운영 차질 불가피 = 전국적으로 의대생들의 동맹휴학과 수업 거부가 속출하면서 학사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업 거부 움직임이 장기간 지속되면 ‘집단 유급’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런 가운데 40개 대학 의대학장과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하며 집단으로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들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19일 서울의대 교육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 40개 의대 학장 이름으로 2000명 증원 재조정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학장들은 “정부를 향한 학생들의 요구는 정당하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제자들이 부당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신찬수 KAMC 이사장은 “학생들이 피해를 감수하며 휴학하는 것을 어떻게든 적극 만류하고 싶은 마음이 사실은 굴뚝같다”면서도 “불합리한 의료정책을 향한 의사표현 방식으로서 휴학에 나설 수밖에 없는 학생들의 순수함과 진지함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전했다. 이어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시기인 만큼 개학 연기나 커리큘럼 조정 등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대 교수협의회장들이 소속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20일 성명을 내고 “(정부 방침대로) 입학 정원이 2000명 늘어날 경우 적절한 교육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의과대학 교육은 강의실 수를 늘리고 병원을 짓는다고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기초와 임상의학 교수진이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역량을 가졌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