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 이틀째, 환자 피해 늘어…의료전달체계 개혁 필요
“대학병원, 중증 진료체계로 전환해 부담 줄여야”
정부의 의대증원을 반대한 일부 전공의들이 이틀째 병원을 무단 이탈했다. 의사단체 집단행동 사태가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대학병원 진료를 중증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1일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2월 20일 22시 기준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소속 전공의의 약 71.2%가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수리되지 않았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63.1%인 7813명이다. 보건복지부의 현장점검에서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 6112명 중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715명을 제외한 5397명의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20일 18시 기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신규로 접수된 피해사례는 총 58건이다. 주로 일방적인 진료예약 취소, 무기한 수술 연기 등의 내용이었다. 수술 취소 등에 따라 발생한 손해보상을 위해 법률 서비스 지원을 요청해 법률구조공단으로 연계한 사례도 있었다.
20일부터 근무지를 무단 이탈한 전공의들은 의대증원 자체를 폐기할 것을 주장하는 등 사태가 커지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0일 성명서에서 “정부는 이달 초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지만 국민 부담을 늘리는 지불제도 개편, 비급여 항목 혼합진료 금지, 진료면허 및 개원면허 도입, 인턴 수련기간 연장, 미용시장 개방 등 최선의 진료를 제한하는 정책들로 가득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라는 어처구니없는 숫자를 발표했다”며 “정부에 과학적 근거를 요구했으나 자료 공개를 거부했으며 정치적 표심을 위해 급진적인 의대 정원 정책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또 의협은 이날 성명에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의대증원 연구 방식을 설명하면서 여성을 혐오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며 박 차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박 차관이 의대 증원 규모 결정의 근거자료로 삼은 보건사회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서울대의 연구결과를 설명하면서 “여성 의사 비율의 증가, 남성 의사·여성 의사의 근로시간 차이까지 집어넣어서 분석했다”고 표현했다. 이런 표현이 여성 차별적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박 차관이 설명한 KDI 보고서는 ‘여성 의사 비율 증가나 성별·연령별 노동시장 이탈 차이, 성별·연령별 노동생산성 차이 등을 시나리오로 제시했을 뿐이다.
현재 의사단체의 인식구조나 집단행동 양상을 보면 단기간에 집단행동 사태가 중단될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지금 양상으로는 전공의 등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금방 잦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며 “적어도 3~4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 사태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정리할 방법으론 ‘의료전달체계 개혁 추진방안을 지금부터 진행하는 것’이 제시된다. 김 교수는 “대학병원이 중증환자 위주로 진료를 하게 하고 중증도가 낮은 환자들은 일반 종합병원 등에서 보게 하는 등 조치를 조속히 시행하면 집단행동 사태로 생기는 의료부담도 줄이고 개혁방안도 조기에 시행하는 좋은 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