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국민인식
국민 70% “50명 미만에도 중대재해법 적용돼야”
해가 갈수록 ‘산재예방에 도움된다’고 인식…“정부와 국회, 안전한 일터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은 50명 이상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국회는 2021년 1월 중대재해법을 제정하면서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인 사업장은 2022년 1월부터, 50인(5~49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부터 적용하기로 하고 각각 1년과 3년을 유예했다. 정부와 국민의힘, 경영계는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2년 추가 유예를 추진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에 지난달 27일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적용을 유예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사)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한보총)는 지난 16~18일 3일간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한 ‘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한보총은 2021년부터 매년 안전보건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해왔다.
2020년 8월 창립한 한보총은 보건안전을 실현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제도개선과 실질적인 정책방안 제안을 통해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국 73개 단체, 회원 80여만명이 참여하고 있다.
국민 10명 중 7명은 중대재해법이 50명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보총의 ‘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69.5%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을 유예해야 한다’(23.8%)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특히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과 직접 관련이 있는 판매·서비스직(59.7%), 자영업(61.5%)은 물론 경영·관리직(61.5%)에서도 10명 중 6명 이상이 중대재해법의 적용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중대재해법, 산재 심각성 알리는 계기 = 국민 69.8%(매우 큰 도음 22.9%, 대체로 도움 46.9%)는 ‘중대재해법이 산재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27.6%(별로 도움 안됨 22.9%, 전혀 도움 안됨 4.7%)였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2022년 1월 조사에서는 ‘중대재해법이 산재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이 77.5%였고 2023년 1월 조사에서는 60.2%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지난해보다 9.6%p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50대(76.9%), 60세 이상(70.1%)에서, 직업별로는 기능·수련직(78.1%), 판매·서비스직(77.9%)에서 높게 나타났다.
최학수 한보총 부회장은 “국민 70%는 중대재해법이 산재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중대재해법이 산재감소에 효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안전수준에 대해서는 국민 10명 중 8명(80.8%)이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2023년 조사(71.4%)보다 9.4%p 높게 나타났다. 산업재해에 대해서는 국민 10명 중 8명(82.7%)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조사(78.7%)보다 4.0%p 높게 나타났다.
산업재해 감소 대책으로 국민들은 ‘사업주의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25.0%로 1순위로 꼽았다. 이어 ‘근로자의 안전수칙 준수’(22.5%), ‘정부의 철저한 감독과 관리’(18.7%) 등이 뒤를 이었다.
2023년 조사에서는 ‘정부의 철저한 감독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응답을 1순위로 꼽았고 ‘사업주의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 ‘산업안전보건 제도강화’가 2·3순위 이었다.
◆국민 절반, 산재예방 정부출연금 확대 요구 = 국민 절반 이상(54.8%)은 ‘산재예방을 위해 정부의 출연금을 확대해야 한다’고 인식했다. 특히 경영·관리직에서도 66.7%로 높게 응답했다. 현재 수준이 적당하다는 17.7%, 경제가 어려운 때이니 산재예방을 위한 정부 출연금도 감소돼야 한다는 16.7%였다.
우리나라의 산재예방사업 예산은 전적으로 민간에서 조성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산재예방기금)에 의존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 따르면 정부는 산재예방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회계연도마다 산재예방기금 지출예산 총액의 3% 범위에서 정부의 출연금으로 세출예산에 계상해야 한다. 또한 2006년 12월과 2008년 10월 노·사·정 합의 및 이행촉구, 2020년 4월 재합의에 따라 산재예방 사업에 대한 정부의 일반회계 지원 규모를 산재예방기금 지출예산 총액의 3% 목표로 연차적·단계적으로 확대했지만 정부가 십수년째 이행하지 않고 있다.
올해 산재예방 국고지원(일반회계)은 15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산재예방기금 지출예산 총액 9조8222억원의 0.15% 수준이다.
◆산업안전보건청 필요 67% 동의 = 중대재해의 예방과 감독을 수행하는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 설립에 대해 국민 66.7%는 ‘산업안전보건 정책의 체계적 시행을 위해 산안청 설립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산안청이 설립돼도 중대재해가 감소되지 않을 것 같아 불필요하다’(24.3%)보다 2.7배 많았다.
국민 10명 중 7명(67.9%)은 ‘국회에서 산재와 직업병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지 않다’고 인식했다.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25.2%였다. 국민 10명 중 8명(77.9%)은 4월 10일 총선에서 산재와 직업병 문제를 중요한 공약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15.2%에 그쳤다.
정혜선 한보총 회장은 “국민 70%는 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해야 하고 산재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했다”면서 “정부와 여당에서 여전히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를 추진하는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가오는 총선에서 산재예방을 위한 공약 제시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77.9%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며 “정부와 국회가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1. 조사의뢰자: (사)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2. 조사기관: (주)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3. 조사일시: 2023년 2월 16일~18일
4. 조사대상: 전국 만 17세 이상 남녀 1000명
5. 조사방법: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웹조사
6. 응답률: 11.4%
7. 가중치 적용방법: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치 부여(2024년 1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
8.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