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은 시대과제, 진료정상화 촉구”
병원노조들 "의료인이 ‘근무지 무단 이탈·진료거부’ 할 일 아냐" … “정부와 의사단체 협치할 때”
전공의들의 근무지 이탈과 진료거부가 일주일을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병원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 등 병원 노조들은 의대증원은 시대과제이며 진료 정상화를 위해 전공의 복귀와 정부와 대화를 촉구했다.
26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와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은 전공의의 현장 복귀와 대화를 촉구하는 입장을 냈다.
보건의료노조는 전공의들의 집단진료거부 사태가 장기화 될 것을 우려하며 의료현장에서 환자와 병원 노동자 모두 고통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의사들의 진료거부로 환자들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고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며 지금 의료현장은 언제 어떤 의료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라고 전했다.
노조에 따르면 의사들이 떠난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5시에 퇴근해야 할 병원 노동자들이 밤 11시까지 근무하고 공공병원 노동자들은 토요일·일요일·공휴일 근무까지 감내하고 있다. 특히 의사가 아닌 병원 노동자들이 불법의료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심전도 검사, 동맥혈액가스 검사, 혈액배양검사, 경피적 카테터 배액술, 세척, 욕창 드레싱, 위관 삽입, 도뇨관 삽입, 항암포트 삽입, 관장, 채혈, 처지 정맥주사, 동의서 작성 등 의사가 해야 할 업무들을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들이 떠맡고 있다.
응급실에서는 의사가 아닌 응급구조사들이 환자 치료를 대신한다. 심폐소생술을 해야 하는데 의사가 없다보니 흉부압박과 수동 산소공급 같은 의사 업무조차 간호사들이 떠안고 있다. 처방권 없는 간호사들이 의사 이름으로 처방을 내기도 한다. 만약 의료사고라도 생기면 책임져야 하는 건 아닌지 두려움에 쌓인채 병원종사자들은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고 한다.
노조는 “국민생명이 직접 위협받는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같은 필수업무는 어떤 경우에도 유지돼야 한다”며 “정부와 싸우더라도 환자의 곁으로 돌아가 하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 위기를 해결하고 급속한 고령화와 국민들의 의료수요에 대비해 국민생명을 살리기 위한 소중한 마중물”이라며 “세부 추진 방식과 정책 추진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산업노조가 전하는 전공의가 떠난 병원 현장도 환자와 병원노동자들의 어려움이 커져간다.
신승일 의료산업노조위원장에 따르면 외래에서는 초진인 신규 환자를 받지 않도록 조정했고 병동에서 최상위 위·중증 환자를 제외한 일부 중증환자까지 수술을 앞두고 퇴원조치됐다. 간호사들은 언제 응급 상황이 터질지 몰라서 정신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우리나라 최고 지성이라 일컫는 의사선생님들이 있어야 할 곳은 환자들 곁”이라며 “전공의들의 장시간 노동과 낮은 보상구조, 의료사고 위험이 젊은 의사들에게 미래 불안을 야기시켰는지는 몰라도 어떠한 형태로도 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의료행위를 중단하는 것은 정당화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윤수미 인하대병원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현재 병동 간호사들이 “의사를 대신해 약을 대리 처방하거나 저산소증 환자의 동맥혈 검사, 항암치료를 위한 환자의 케모토트 니들 삽입과 제거, 소변을 보지 못하는 환자들의 도뇨관 삽입, 그외 응급 심전도 검사 등 수많은 전공의 업무를 대신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미영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겸 순천향대천안병원노조위원장)은 “어찌 진단을 잘하는 의사집단에서 의사 수 부족 문제의 진단은 서투는지, 만약 의사 외 필수유지업무 수행중인 간호사가 파업을 했다면 법적으로 가만 두었을지 현실을 보라”고 꼬집었다.
의료노련은 “우리나라 의료현실의 지속 가능성을 대국적으로 논하기 위해 정부와 의사단체의 과감한 협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환자들과 병원노동자들을 방기하지 말고 대화와 숙고의 장에 돌아와 주길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규철 한남진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