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예산안 쟁점분석 ④ 전자담배 과세 하나
전자담배 과세로 “1조원이상 세수 확보”…‘서민 증세’ 논란 불가피
송언석 기재위원장 입법 추진, 여야 앞다퉈 발의 나서
규제·과세 형평성 주장 … 기재부 “법안 심사때 의견 개진”
‘2014년 담배세 인상’, 담배소비 줄지 않고 세수만 증가
“초부자감세 ‘금투세 폐지’하고선 서민증세로 메우려 해”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연구용역으로 확인된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의 송언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전자담배 과세 법안을 제출해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세법개정안에 전자담배 과세를 포함하지 않아 의원입법을 통해서만 전자담배 과세가 가능하다. 전자담배 과세는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민 건강, 궐련 담배 등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주장해 왔고 국민의힘 의원들도 속속 동참하면서 22대 국회에 대거 관련 법안이 쏟아져 들어왔다.
하지만 2014년 담배세를 전격 인상했던 박근혜정부와 같이 세수 부족을 서민증세로 메우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초부자감세에 해당하는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해 세수부족을 부채질한 여야가 그 부족분을 서민의 주머니에서 채우려 한다는 지적이 이어질 전망이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기재위원장인 송 의원은 지난달 30일에 액상형 전자담배 과세를 담은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제출했다.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송 의원은 합성니코틴을 사용한 액상형 전자담배를 법률상 담배에 포함시켜 과세해야 한다고 했다. “담배 원료를 ‘연초의 잎’에서 ‘연초와 니코틴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화학물질’로 확대해 기존 담배와의 형평성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같은당 박성훈 의원과 한지아 의원 역시 “연초의 잎뿐만 아니라 줄기, 뿌리 등을 이용하거나 니코틴으로 만든 담배에 대하여도 규제가 가능하도록 담배의 정의를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최근 시중에 널리 유통되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현행법상의 허점을 악용하여 연초에서 유래하지 않은 합성 니코틴을 주된 원료로 제조해 사실상 담배로 기능하고 있음에도 현행법상 담배에 포함되지 않아 각종 담배 규제 및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 상황”이라며 “담배의 정의를 연초의 줄기나 뿌리를 원료로 제조한 제품뿐만 아니라 합성 니코틴을 원료로 제조한 담배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당 남인순, 김준혁 의원과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도 같은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다만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은 ‘합성 니코틴’을 뺀 ‘연초의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한 천연니코틴’을 담배로 정의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기획재정부는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표명을 유보한 채 “법안심사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할 계획”이라고 했다.국회 기재위는 지난 7월부터 올라온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아직 상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상정해 곧바로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돼 내년 세입예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예산부수법안’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전자담배 청소년 등에 확산” = 여야 의원들은 액상형 전자담배가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청소년 등에게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고 과세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민주당 김준혁 의원은 “합성니코틴이 ‘담배사업법’ 등의 규제에서 제외되는 점을 악용하여 연초 잎에서 추출한 니코틴을 합성니코틴으로 거짓 표기하여 무인판매기 또는 쿠팡, 네이버 등 온라인으로 판매함으로써 청소년들이 용이하게 구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별소비세법과 지방세법상의 세금 등을 탈세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새롭게 등장한 담배에 대한 과세와 규제가 지지부진한 사이 무분별한 유통으로 인한 과세 공백과 청소년 흡연 증가 등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현행 담배사업법에 따르면 담배잎이 아닌 화학물질을 합성해 만든 ‘합성니코틴’ 기반 제품은 법률상 담배가 아닌 공산품에 해당돼 부가가치세만 적용된다. 합성니코틴 제품이 ‘담배’에 포함되면 제품가격의 최대 74%까지 세금으로 매겨진다. 일반 담배 가격 4500원 중 정부는 담배소비세(1700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841원), 지방교육세(443원), 부가가치세와 폐기물부담금(433원), 개별소비세(594원) 등을 매기고 있다.
송 의원에 따르면 합성니코틴을 사용한 액상형전자담배를 과세대상에 포함하면 정부가 걷을 수 있는 세금이 연간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담배세 인상으로 담배소비 줄지 않았다 = 2014년 박근혜정부는 ‘흡연자 축소’를 내걸어 담배세 인상이 서민증세라는 비판을 피해갔으나 결국 흡연억제 효과는 거의 없는 반면 서민 세금 부담만 늘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은 전자담배 과세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2014년 9월 담배세 인상안을 내기 전에 정부는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으로부터 ‘담배 과세의 효과와 재정’ 보고서를 통해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해야 추가세수 2조7000억원을 확보하고 더 올리게 되면 흡연자가 줄어 세수가 감소한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담뱃값 인상으로 담배소비가 정부는 34%, 국회 예산정책처는 20% 감소할 것으로 가정해 세수를 추계했다. 하지만 초반에 주춤했던 담배소비량은 2015년 과세된 해의 하반기에 곧바로 회복됐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장인 신승근 교수는 “담배에 세금을 부과하면 담배소비량이 줄어든다는 주장은 현실과 괴리된 증세 논리라는 게 확인됐다”면서 “또 담배세가 건강증진부담금이 아닌 개별소비세 등 정부 세수 확충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조세저항만 부를 뿐”이라고 했다. 그는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기로 한 여야가 담배 세금을 늘리려는 것은 결국 초부자감세에 따른 부족분을 서민들 주머니에서 채우려는 의도로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담배세의 과세 원칙과 정당성을 말하기 전에 금융투자소득세를 폐기해 과세 원칙과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행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