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부부 겨냥 전방위수사 예고
직권남용 추가기소·재구속 가능성
‘특수공무집행방해’ 경찰 수사도
‘명태균·채상병’ … 줄수사 대기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직을 상실하면서 그를 겨냥한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직 박탈과 함께 형사상 불소추 특권도 잃게 돼 직권남용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 그의 각종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 걸림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우선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추가 기소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12.3 비상계엄을 일으킨 윤 전 대통령은 내란 혐의와 함께 군과 경찰 등에 위법한 지시를 내린 직권남용 혐의도 받았지만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그를 재판에 넘기면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만 적용했다. 내란·외환죄를 제외한 현직 대통령의 범죄에 대해선 형사상 소추를 금지한 헌법 조항에 따라서다.
하지만 이같은 특권을 상실하면서 검찰은 직권남용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을 추가 기소할 수 있게 됐다. 새로 혐의를 추가하는 만큼 이를 계기로 검찰이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 등에 대한 경찰 수사도 윤 전 대통령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경호처를 동원해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려 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를 받는다.
경찰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한 바 있다. 당시에는 현직 대통령 신분이라 윤 전 대통령을 수사할 수 없었지만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얼마든지 조사가 가능해졌다.
경찰은 경호처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도 다시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최종 관리자격인 윤 전 대통령이 떠나면 대통령실 내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더 이상 막아서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내란 당시 윤 전 대통령과 주요 가담자들이 연락을 주고받았던 비화폰 서버 내역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 추가적인 범죄 혐의가 드러날 수도 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2.3 내란 사태 수사 과정에서 평양 무인기 침투, 오물풍선 원점 타격 등 계엄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는 등 외환죄 혐의가 드러났지만 내란 수사에 밀려 지금까지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내란 혐의에 이어 외환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공수처의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도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의혹은 2023년 7월 집중호우 당시 실종자 수색에 나섰던 해병대 채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사건과 관련해 해병대 수사단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의 과실치사 혐의를 담은 수사 자료를 경찰에 이첩했으나 ‘윗선’의 압력으로 회수됐다는 내용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같은 외압의 최고 정점으로 꼽힌다.
실제 수사 자료가 이첩됐다 회수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공수처 수사는 대통령실 앞에서 막힌 바 있다.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 관련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2022년 대선 과정에서 명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같은 해 6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남 창원의창 선거구에 공천을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실제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김 전 의원 공천에 직접 개입한 정황을 보여주는 통화 육성까지 공개된 바 있다. 검찰은 또 여론조사 결과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된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했다. 이미 수사가 상당부분 이뤄져 검찰이 조만간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상대로 대면조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재수사 가능성도 열려 있다.
앞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주가조작 일당 재판에서 김 여사와 모친인 최은순씨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활용된 사실이 드러나는 등 김 여사 모녀는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검찰은 지난해 10월 시세조종 사실을 알았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며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권 전 회장 등이 지난 3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고 김 여사와 유사하게 전주로 참여한 손 모씨도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으면서 재수사 요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밖에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관저 이전 비리 의혹 등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비리 혐의에 대한 수사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관계인의 신분 변화가 있는 만큼 이런 점을 고려해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필요한 수사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