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폭력’ 책임 두고 노조·경찰 공방
“과잉진압으로 혼란·폭력 유도” … “조직적 불법행위가 이뤄진 정황”
지난 주말 서울시청 인근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주최로 진행된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 대회’에서 일부 참가자와 경찰 사이에 벌어진 충돌과 관련해 책임공방이 치열하다.
경찰은 지난 9일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 과정에서 조직적 불법행위가 이뤄진 정황이 있다며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에 대한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반면 야권과 민주노총은 의도적으로 무리하게 마찰을 일으킨 건 경찰이라며 강압적인 공권력으로 광장을 틀어막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공권력으로 광장 틀어막겠다는 의도” = 민주노총과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는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연행된 조합원 10명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양 위원장은 “경찰이 집회장 진입도, 시민들의 통행도 가로막고 혼란과 폭력을 유발해 많은 시민과 노동자들이 부상을 입었다”며 “폭력으로, 강압적인 공권력으로 광장을 틀어막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 들어 수없이 많은 집회 불허와 제한 통고가 이뤄졌다. 명백한 헌법 위반이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위반하는 행태”라며 “그 결정판이 지난 토요일 총궐기에서 경찰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영훈 민주일반연맹 비대위원장은 “그날 경찰의 탄압이 의도됐다”면서 “본대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남대문경찰서가 경고 방송을 한 다음에 기동대가 무리하게 진압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하태승 변호사는 “윤석열 정권은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집회를 범죄로 단정하고 이를 막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은 수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구속 요건을 확인하기도 전에, 구속 수사를 운운한다”며 “소추 절차를 당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악용하지 말고, 연행자들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될 이후 주거 불분명, 증거인멸의 우려, 도주의 우려는 단 하나도 없으니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시작 전엔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가 성명을 내고 “수만명이 운집할 것이 뻔한 집회에 제한통고권을 악용해 참가 인원보다 좁은 공간만을 열어두며 덫을 놨다”며 “앉아있는 노동자들을 방패로 밀며 도발하고, 충돌을 부추기는 경찰의 모습은 흡사 용역깡패와 같았다”고 비판했다.
◆조합원 4명에 구속영장 청구 = 이런 주장에 대해 경찰은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놨다.
경찰청 관계자는 11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현장 상황을 볼 때 민주노총 등이 불법행위를 사전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며 “양 위원장 등 7명에 대해 내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에 대한 출석도 곧 요구할 것”이라며 “민주노총 집행부에 대해, 주최자로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간담회에서 “경찰 부상자가 105명이고, 골절 좌상이나 인대 파열도 있다”며 “집회 참가자에 의해 경찰 부상자가 나오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수사3부는 11일 경찰이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민주노총 조합원 6명 가운데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집회에서 경찰관을 밀치는 등 폭행하고 해산 명령에 불응한 혐의(공무집행 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을 받는다.
◆국회서도 설전 이어져 = 책임 공방은 국회로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의원들도 11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에 출석한 조 청장에게 경찰이 과잉진압에 대한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야당은 특히 경찰이 사전에 강경 진압을 준비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광희 민주당 의원은 “경찰은 이미 행진 경로를 알면서 일부러 좁은 구역에 집회를 허가하고 집회 참가자가 허가구역(밖)으로 나올 것을 기획한 듯 제지했다”며 “경찰은 삼단봉과 방패로 무장한 특수진압 옷을 입은 경력도 투입했는데, 최근 도심 집회에서 이렇게 중무장한 경력이 투입된 적이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조지호 경찰청장은 “일부 참가자들이 신고 범위를 일탈해서 도로 전 차로를 점거하는 등 불법행위가 상당 기간 지속됐고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다른 시민의 불편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불법행위를 제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경찰의 집회시위 진압 과정은 위협적이고 위험천만했다. 경찰이 마치 충돌을 유도한 것 같은 느낌이 있다”는 신정훈 행안위원장의 지적에 대해서도 “충돌을 유도한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며 사실상 야당 의원들의 사과 요구를 거부했다.
◆부경대 경찰 투입도 논란 = 한편 야당 의원들은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 등을 진행한 국립부경대 농성 진압 과정도 과잉진압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부경대 학생들과 부산대학생겨레하나, 윤석열퇴진대학생행동(준)은 부산 남부경찰서에 11월 7일부터 12월 5일까지 학내에서 퇴진투표 활동을 하겠다는 집회신고를 한 뒤, 캠퍼스에 부스를 설치했다. 하지만 대학측이 ‘시설물 사용 허가 지침’에 따라 교내에서 정치적 활동을 승인할 수 없다며 이를 가로막으면서 마찰을 빚었다.
학생들은 지난 9일 오후 11시 20분쯤 총장실 앞에서 농성을 벌이다 학교측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연행됐다. 퇴거불응 혐의로 부산 남부경찰서에 연행된 대학생 9명은 10일 새벽 풀려났다.
조 청장은 이와 관련해 “학교측 요청에 따른 일반적 법 집행이었다”며 “경찰이 들어가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게 적절하고 맞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