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비열-도가 아니라 격렬비-열도입니다”

2024-11-12 13:00:20 게재

대한민국 영해기점 제22호 … 전국지리교사모임 소속 교사들과 탐사

전남대 무인도서연구센터 내일신문 공동기획

전남대 무인도서연구센터는 8월부터 '무인도 가치 재발견, 나와 대한민국이 더 커집니다'는 슬로건과 함께 ‘무인도 라이브’ 사업을 진행했다. 무인도가 가진 안보와 관광, 생태적 가치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해 각 부문에 적합한 활용 방식을 찾고 이를 확산자는 취지다. 내일신문은 영해기점인 서격렬비도, 국민탐사단이 참여한 3곳의 무인도 체험, 생태가치의 보고인 통영 홍도 탐사 등 그 전 과정을 함께 취재했다. 5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

북결렬비도 등대에서 드론을 띄웠다. 구름대가 남쪽으로 이동한 뒤 180도 파노라마 촬영으로 3개의 섬을 같이 담는 데 성공했다.
“격렬하게 비열한 섬?” 절대 이런 뜻이 아니다. 가본 사람은 적지만 이름이 특이해서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는 섬, 격렬비열도(格列飛列島)는 3개의 격렬비도로 이루어진 열도다. ‘격렬비열-도’가 아니라 ‘격렬비-열도’로 읽어야 한다.

격렬비열도는 동격렬비도 서격렬비도 북격렬비도 3개의 섬과 9개의 부속도서로 이루어져 있다. 3마리의 새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날아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격렬비(格列飛)’란 이름을 얻었다. 충청남도 태안군 근흥면 가의도리에 속하며 충청남도에서 제일 서쪽에 있는 섬이다. 서쪽 끝에 있는 서격렬비도는 우리나라 22번 영해기점이다.

서격렬비도 서쪽 끝 하마를 닮은 절벽지대 앞에 첨성대형 영해기준점 표지가 설치돼 있다.
이 3개의 섬들은 약 70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화산 폭발로 생성된 화산섬이다. 인천의 선갑도나 굴업도, 완도 금당도 등과 비슷한 시기에 형성됐고 1만년 전 해수면 상승 이후 섬이 되었다. 지금보다 해수면이 150미터 가량 낮았던 빙하기 때는 격렬비열도-가의도-태안반도-금북정맥-한남정맥-백두대간 속리산으로 이어진 산줄기였다.

◆외곽 섬들 이어 직선기선 설정 = 8월 31일 오전 7시 전국지리교사모임 소속 교사 5명과 함께 태안 신진도항을 출항했다. 쾌속 낚시어선으로 서쪽 방향으로 2시간여를 달려 서격렬비도에 도착했다.

서격렬비도는 3개의 섬 가운데 가장 큰 섬이다. 암벽 위에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고 섬 가운데 화산지형이 함몰된 단층대가 뚜렷하게 관찰됐다.

북격렬비도 곳곳에서 관찰되는 동백나무 노거수 군락
곳곳에 주상절리 등 화산지형의 특징을 보여주는 지형경관이 펼쳐졌다. 서북쪽에 접안할 수 있는 낮은 암벽지대가 있었지만 파도 때문에 접안은 불가능했다.

격렬비열도는 ‘독도 등 도서지역의 생태계 보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특정도서’로 지정돼있다. 출입이 제한되거나 금지된 특정도서에 허가 없이 출입하면 과태료 300만원이 부과된다.

오강호 전남대 무인도서연구센터장의 지형지질 설명을 들으며 뱃머리를 돌려 서격렬비도로 향했다. 서격렬비도 서쪽 끝단, 물에 엎드린 하마 형상의 절벽 앞에는 우리나라 22번 영해기점인 첨성대 모양 표지가 세워져있다.

해양관할권에서 기준이 되는 출발선은 ‘기선’이다. 영해 접속수역 EEZ 대륙붕 등 관할해역 기준을 모두 기선에서 일정 거리까지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영해 및 접속수역법’에서 기선을 정의한다. 이 법 제2조 제1항은 ‘통상 기선은 대한민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대축척해도에 표시된 해안의 저조선으로 한다’고 명시한다.

그런데 예외로 설정된 곳이 있다. 유엔해양법협약의 ‘직선기선’이다. 유엔해양법협약은 ‘해안선이 깊게 굴곡이 지거나 안으로 들어간 지역 또는 해안을 따라 섬이 흩어져 있는 지역에서는 영해기선을 설정할 때 적절한 지점을 연결하는 직선기선이 사용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은 많은 섬들로 인해 해안선이 복잡하다. 그래서 가장 외곽의 섬들을 이어서 직선기선을 설정했다. ‘영해 및 접속수역법 시행령’에서 직선기점(영해기점) 23개를 지정했다. 서격렬비도는 그 가운데 22번째 영해기점이다.

◆드론 파노라마 촬영으로 3개 섬 담아 = 오전 10시 30분 유인등대가 있는 북격렬비도에 접안했다. 접안지점 바로 위 작은 바위틈엔 민물이 조금씩 흘러내려 고여 있었다. 사람이 마시기는 어려워도 서해안을 이동하는 새들에겐 중요한 샘터였다.

지그재그로 난 가파른 길을 따라 등대로 올라갔다. 곳곳에 오래된 수령의 동백나무 군락이 눈에 띄었다. 칡이 번져 동백나무 숲을 뒤덮은 모습도 보였다. 이곳의 동백 군락은 남해안에서 서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동백 서식지를 이어주는 중요한 징검다리다. 동백 자생 군락은 인천 굴업도를 거쳐 소청도-대청도까지 이어진다.

1909년 6월 첫 불을 밝힌 격렬비열도 등대는 해양수산부 대산지방해양수산청에서 관리하는 유인등대다.

약 50km(26해리)까지 도달하는 섬백광 10초, 1 섬광 방식이며 태양광발전을 주전원으로 사용한다. 격렬비열도 서쪽 바다는 대산항과 인천항을 오가는 국내외 선박들이 주요 항로로 이용한다.

등대 사무동 그늘에서 드론을 올렸다. 3개 섬의 거리는 약 2~3km, 3개 섬을 한 화면에 담기 위해 여러 방향과 높이로 드론 촬영을 했다. 처음엔 낮은 구름대가 하늘을 덮어 세 섬이 동시에 보이지 않았다. 구름대가 남쪽으로 이동한 뒤 180도 파노라마 촬영으로 3개의 섬을 같이 담는 데 성공했다.

◆최북단 영해기점은 옹진군 ‘소령도’ = 이날 서격렬비도에서 22번 영해기점을 확인한 지리교사들은 영해기점 관련 교과자료를 만들기로 했다. 교사들은 “영해 관련 수업은 대부분 독도에 집중하느라 중요한 영해기점 관련 내용은 빠져있다”며 “아주 기본적인 내용이라도 교과자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직선기선이 설정되지 않고 통상기선(저조선)이 적용되는 지역은 동해안 대부분과 울릉도, 독도, 제주도, 서해안 일부다. 달만갑(경북 포항시)에서 시작되는 우리나라 23개 영해기점은 소령도(인천시 옹진군)까지 이어진다.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르면 영해는 기선에서 12해리 이내에서 설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영해 및 접속수역법’에서 영해의 범위를 기선에서 12해리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통상기선과 직선기선에서 12해리 바다 쪽으로 나간 선이 영해선이 된다. 영해에서는 우리나라의 모든 주권행사가 가능하며 외국 선박은 무해통항이 가능하다.

영해 밖은 ‘접속수역’이다. 접속수역은 ‘기선으로부터 바깥쪽 24해리의 선까지 이르는 수역에서 영해를 제외한 수역’이다. 영해선에서 바다 쪽으로 12해리 더 넓혔을 때 만들어지는 영역이다. 접속수역에서는 우리나라의 관세, 재정, 출입국관리, 보건·위생 등에 관한 권한 행사가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선박들은 항해의 자유를 가진다.

그런데 우리나라 영해와 접속수역에는 예외사항이 존재한다. 일본 대마도와 인접한 구역 때문이다. 대마도는 거제도에서 24해리가 되지 않는다.

또 대마도와 우리나라 사이에는 국제 항로로 이용하는 대한해협이 있다. 이런 여러 문제 때문에 우리나라는 대한해협 쪽 영해의 외측한계를 기선에서 3해리로 정했다.

일본도 대한해협 쪽은 영해 한계선을 3해리로 설정하고 있다.

격렬비열도 = 글 사진 남준기

환경전문객원기자 namu@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