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정시 지원전략
다군 선발 대학의 증가, 2025 정시 판도 바꿀까
주요 대학 정시 다군에 대거 합류 … 군별 지원 전략 변화 불가피·합격선 전년보다 낮아질 듯
수시는 6번 지원할 수 있지만 정시 지원 기회는 가·나·다군 각 1회씩 총 3번뿐이다. 문제는 가와 나군에 비해 다군에서 선발하는 대학과 모집 단위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데 있다.
그렇다 보니 다군은 경쟁률이 매우 높게 형성되고 지원 전략을 세우기도 어려웠다. 특히 상위권 수험생 입장에선 다군은 눈높이에 맞는 대학이 극히 적었다. 2023 학년까지는 중앙대와 일부 의학계열뿐이었고 2024학년엔 성균관대가 합류해 약간 선택 폭이 늘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정시 다군 대학이 눈에 띄게 늘었다.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이 다군에 합류했다. 다군 선발 대학의 증가는 2025 정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간 가·나군에 주력했던 대학이 다군에서도 학생을 선발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2025학년 정시 접수 기간은 2024년 12월 31일부터 2025년 1월 3일까지다. 정시는 가·나·다군으로 나뉘는데 군에 따라 전형 기간이 다르다. 가군에 속한 대학은 2025년 1월 7일부터 1월 14일까지, 나군은 1월 15일부터 1월 22일까지, 다군은 1월 23일부터 2월 4일까지 전형을 치른다. 정시 지원은 군별로 1개 대학만 지원할 수 있다.
정제원 서울 숭의여고 교사는 “수능 100% 전형을 지원한다면 전형 기간이 큰 의미가 없지만 면접이나 실기가 포함된 전형에 응시한다면 군별 전형에 따른 면접이나 실기 날짜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학은 1개 군에서만 선발하기도 하지만 모집 단위를 나눠 여러 군에서 선발하기도 한다(표). 2025학년 정시 기준 서울대는 나군에서, 연세대는 가군에서만 선발하지만 고려대는 가·다군에서, 경희대는 가·나군에서, 중앙대와 성균관대는 가·나·다군에서 선발한다. 특히 가·나·다군 배치를 보면 대학 간의 관계, 구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학년 가군에서 선발했던 서울대가 2022학년에 나군 이동을 발표하자 나군에서 선발하던 고려대와 연세대가 가군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대와 고려대·연세대는 지원자가 상당수 중복되는 편이다. 이 때문에 고려대와 연세대는 학생들의 대학 선택권을 보장하면서 서울대에 합격하지 못한 지원자를 확보하기 위해 군 이동에 나섰다는 평이다. 같은 시기 서강대가 가군에서 나군으로 이동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군 선발 대학 증가, 대학의 속내는? =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2025학년 정시는 고려대를 비롯해 서강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서울시립대 한양대 등 다군에서 선발하는 대학이 많아졌다”며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는 2025 대입의 화두인 무전공학과를 신설하면서 다군에 합류했는데 수험생 입장에서는 다군에서도 지원할 대학이 늘어난 것이 반가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2024학년 대비 서울 상위 15개 대학에서 다군 선발인원은 404명 증가했다.
장한별 서울시립대 선임입학사정관은 “작년에 발표한 2025 대입전형시행계획에 다군 선발 내용이 이미 포함됐다”며 “서울시립대는 최초 합격자의 최종 등록 비율이 높은 편으로 서울시립대 지망생이 가·나·다군에서 모두 서울시립대를 지원할 수 있게 된 것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원 동국대 책임입학사정관은 “올해 열린전공학부를 비롯해 경찰행정학부 물리학과 시스템반도체학부 바이오시스템대학을 다군에서 선발한다”며 “다군으로 이동한 모집 단위 중 경찰행정학부와 시스템반도체학부 등은 학과 특성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어 군 이동을 통해 반등을 노려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대학의 군 이동은 경쟁률이나 합격선과 직결되기에 예민한 부분이다. 그러나 올해는 무학과가 신설돼 대학들은 군 이동, 대학 서열이나 타 대학과의 경쟁 구도에 대한 부담 없이 다군에 합류할 수 있었다.
정 교사는 “올해 신설된 무학과, 자유전공학부는 선발 대학이 적은 다군에 배치하면 학과 인지도를 높이면서 경쟁률·합격선에도 이점이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상위권 대학 다군 잇단 합류, 경쟁률 높게 형성될 듯 = 정시에선 가·나군에 비해 다군에서 선발하는 인원이 현저하게 적다 보니 다군은 매년 경쟁률이 높았다. 실제 2024 정시에서 상위 경쟁률은 대부분 다군에 속했다. 가·나·다군에서 모두 선발한 성균관대와 중앙대의 군별 경쟁률을 보면 성균관대는 가군 3.82:1, 나군 4.75:1, 다군 49.62:1, 중앙대는 가군 4.68:1. 나군 4.50:1, 다군 24.28:1로 다군의 경쟁률이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정시도 상황은 비슷할 전망이다. 지난해 정시에서 다군 모집에 합류한 성균관대는 49.62:1(모집42명/지원 2084명)로 다군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최상위권 수험생의 선호도가 높은 고려대는 관심도 높은 무전공 모집 단위를 선발하기에 수험생의 지원이 더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진근 충남도교육청 진로융합교육원 교육연구사는 “수시 모집에서 무전공 모집 단위의 경쟁률이 높았는데 학과보다는 대학 위주로 지원하는 정시에서는 그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며 “2024학년에 비해 다군 선발 대학이 많아지면서 경쟁률은 어느 정도 분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군은 경쟁률만큼이나 추가 합격률 또한 높다는 특징이 있다. 2024 정시에서 중앙대 경영학부는 205명 모집에 4470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21.8:1이었는데 추가 합격 인원이 1571명에 달했다. 충원율을 계산하면 766%다. 참고로 충원율이란 최초모집 인원 대비 추가 합격한 인원의 비중을 말한다. 정원 20명에 추가 합격자가 20명일 때 충원율은 100%다. 전기전자공학부도 93명 모집에 2643명이 지원(경쟁률 28.42:1)했고, 이 중 추가 합격인원은 748명으로 충원율 804%를 기록했다. 소프트웨어학부도 82명 모집에 2112명이 지원(경쟁률 25.76:1)했으며 추가 합격 인원은 856명으로 1043%의 충원율을 보였다.
성균관대 역시 반도체융합공학과가 31명 모집에 1507명이 지원(경쟁률 48.61:1)했으며 추가 합격 인원은 544명, 에너지학과는 11명 모집에 577명이 지원(경쟁률 52.45:1)했고 추가 합격 인원은 284명으로 집계됐다. 충원율을 계산하면 각각 1754%, 2581%다.
정 교사는 “대학 입장에서는 다군에서 선발하면 충원율이 높아 입시 기간 동안 추가 합격을 쉼 없이 통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인지도나 합격선이 높아 긍정적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건영 성균관대 책임입학사정관은 “다군에 신설 학과와 선호도가 높고 경쟁력이 있는 학과를 배치해 성균관대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겐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입 정보 포털 ‘어디가’에 공개된 2024학년 정시 합격선을 보더라도 다른 군에 비해 다군의 합격자 평균이 높았다. 중앙대 최종 등록자 70% 컷이 가군과 나군의 일부 학과를 제외하면 1000점 만점에 인문계열은 750점 초·중반, 자연계열은 750점 중후반에서 760점 초반이었으나 다군 모집 단위인 경영학부는 760.67점, 소프트웨어학부는 768.06점, 전자전기공학부는 767.25점으로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성균관대도 가·나군 성적과 비교했을 때 다군에서 선발하는 두 모집 단위의 성적이 가군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약학과 의예과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 나군 소프트웨어학과 다음으로 높았다. 합격 커트라인은 이보다 크게 낮을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우수한 성적의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모집군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2025 가·나·다군 지원은 신중하게 = 정시 모집군을 보면 가군과 나군에는 주요 대학이 합격선에 따라 분포돼 있다. 따라서 자신의 성적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을 가군과 나군에서 찾는 게 중요하다. 다군은 선발 대학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절대적인 모집 인원이 적기 때문이다.
이 입시평가소장은 “올해는 상위권 대학이 여럿 합류해 경쟁률과 합격선은 예년보다 낮아질 전망”이라며 “예년에 비해 지원할 대학이 많아졌고, 선호도가 높은 대학이라 다군은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다군 역시 주요 카드로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 교육연구사는 “상위권 대학의 다군 합류도 영향을 주겠지만 수시 이월 인원에 따른 무학과 모집 단위의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며 “수시 교과전형과 정시로 무학과를 선발하는 대학이 많은데 수능 난도에 따라 수능 최저 학력 기준 미달로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이 꽤 많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그렇게 되면 다군 모집단위 규모가 더 커져 다군 지원 전략이 2025 정시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일부 다군 대학에서는 합격선이 낮아지거나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간혹 1000%를 넘나드는 다군의 높은 충원율로 인해 합격선에서 크게 벗어나도 상향 지원하는 수험생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정시는 대학이 늘어 수험생도 성적대에 따라 지원이 분산돼 충원율도 예년 대비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성균관대는 다군에서 글로벌경영학과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는 탐구 1과목만 반영하고 수능 반영 방식도 타 대학과 다르다. 따라서 지원자층이 타 대학과는 다를 수 있다.
김 책임입학사정관은 “사실 탐구 2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며 “다양한 유형의 학생이 지원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영역별 수능 반영 비율이 다른 A, B유형을 운영하며 다군 모집 단위에서는 탐구를 1과목만 반영한다”고 전했다.
다양한 변화와 변수가 있는 2025 정시, 수능 결과에 따라 수능 반영 방식이 자신에게 최적화된 대학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선택권이 많아진 다군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김기수 기자·민경순 내일교육 리포터 hellel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