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과 차별화? 일체화?…딜레마 빠진 한동훈

2024-11-13 13:00:19 게재

차별화 무게 두다 일체화로 선회 … 담화 호평·특검 반대

여당 지지율 29%, 윤 대통령 17% … 차별화 효과로 해석

한동훈 14%, 보수층 일부 이탈 탓 … 일체화 필요한 대목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야당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정안에 부정적 입장을 내놓자, 야권에서는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2일 “대통령 부부의 집사인가. 한 대표는 예상대로 (윤 대통령에게) 꼬리를 내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반면 여권에서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긍정적으로 평가 △야당의 ‘김 여사 특검법’에 반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공세에 나서자 “보수 분열 위기를 넘겼다”며 안도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이재명 대표 선고 앞두고 대책회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민주당의 사법방해저지 긴급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13일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무게를 두다가 최근 일체화로 선회하는 모습을 놓고 “딜레마에 빠진 한 대표의 처지가 드러난 대목”이라고 해석한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전면적 차별화를 택할 수도, 그렇다고 전면적 일체화로 기울 수도 없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와 국민의힘 정당지지율, 한 대표의 차기주자 지지율 조사를 보면 쉽게 이해된다는 분석이다.

한국갤럽 조사(5~7일, 전화면접,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17%까지 추락했다. 여권 텃밭으로 꼽히는 대구·경북(23%)과 70대 이상(34%), 보수층(34%)에서조차 부진하다. 7월 셋째 주 29%에서 하락세를 타고 있다.

이에 비해 국민의힘 지지율은 29%를 기록 중이다. 대구·경북(42%)과 70대 이상(49%), 보수층(66%)에서 야당을 압도했다. 텃밭에서는 지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7월 셋째 주(35%)에 비해 떨어졌지만, 30% 안팎을 유지 중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건 여당이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한 덕분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는 대표 취임 이후 국민 눈높이를 앞세워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반대 △2026년 의대 증원 유예 △김 여사 관련 쇄신안을 요구했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12일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더라도 여당 대표가 (대통령과) 차별화 행보를 하면 여당 지지층이 이탈하는 걸 막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지금 (국민의힘은) 그런 효과를 누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 대표가 차별화에 무게를 둘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는 한 대표에게 상반된 과제를 부여한다.

한국갤럽이 차기 대통령감을 묻는 질문을 던지자, 한 대표는 14%를 얻는 데 그쳤다. 국민의힘 지지율(29%)에 못 미친다. 한 대표도 4월 총선 직전에는 24%까지 기록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타고 있다.

이번 조사(11월 첫째 주)에서는 보수 텃밭으로 꼽히는 대구·경북(19%)과 70대 이상(19%), 보수층(33%)에서도 경쟁자들을 압도하지 못했다. 윤 대표는 “한 대표 본인에 대한 평가를 보면 여권지지층의 전폭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의) 전면적 차별화가 쉽지 않은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보수층 일부 ‘한동훈 지지’ 이탈→한 대표 지지율 부진→전면적 차별화 난항이라는 수순에 직면했다는 해석을 낳는다.

한 대표 처지는 과거 박근혜-이명박 관계와 비교된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2012년 7월 셋째 주)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18%에 그쳤다. 반면 박근혜 당시 후보 지지율은 37%에 달했다. 박 후보는 당시 이 대통령을 겨냥한 전면적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박 후보는 ‘지지율’이란 힘을 앞세워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관철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윤 대표는 12일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전면적 차별화냐, 전면적 일체화냐 선택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며 “최근 여론조사 지표가 이 같은 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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