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과 차별화? 일체화?…딜레마 빠진 한동훈
차별화 무게 두다 일체화로 선회 … 담화 호평·특검 반대
여당 지지율 29%, 윤 대통령 17% … 차별화 효과로 해석
한동훈 14%, 보수층 일부 이탈 탓 … 일체화 필요한 대목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야당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정안에 부정적 입장을 내놓자, 야권에서는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2일 “대통령 부부의 집사인가. 한 대표는 예상대로 (윤 대통령에게) 꼬리를 내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반면 여권에서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긍정적으로 평가 △야당의 ‘김 여사 특검법’에 반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공세에 나서자 “보수 분열 위기를 넘겼다”며 안도하는 모습이다.
13일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무게를 두다가 최근 일체화로 선회하는 모습을 놓고 “딜레마에 빠진 한 대표의 처지가 드러난 대목”이라고 해석한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전면적 차별화를 택할 수도, 그렇다고 전면적 일체화로 기울 수도 없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와 국민의힘 정당지지율, 한 대표의 차기주자 지지율 조사를 보면 쉽게 이해된다는 분석이다.
한국갤럽 조사(5~7일, 전화면접,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17%까지 추락했다. 여권 텃밭으로 꼽히는 대구·경북(23%)과 70대 이상(34%), 보수층(34%)에서조차 부진하다. 7월 셋째 주 29%에서 하락세를 타고 있다.
이에 비해 국민의힘 지지율은 29%를 기록 중이다. 대구·경북(42%)과 70대 이상(49%), 보수층(66%)에서 야당을 압도했다. 텃밭에서는 지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7월 셋째 주(35%)에 비해 떨어졌지만, 30% 안팎을 유지 중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건 여당이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한 덕분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는 대표 취임 이후 국민 눈높이를 앞세워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반대 △2026년 의대 증원 유예 △김 여사 관련 쇄신안을 요구했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12일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더라도 여당 대표가 (대통령과) 차별화 행보를 하면 여당 지지층이 이탈하는 걸 막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지금 (국민의힘은) 그런 효과를 누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 대표가 차별화에 무게를 둘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는 한 대표에게 상반된 과제를 부여한다.
한국갤럽이 차기 대통령감을 묻는 질문을 던지자, 한 대표는 14%를 얻는 데 그쳤다. 국민의힘 지지율(29%)에 못 미친다. 한 대표도 4월 총선 직전에는 24%까지 기록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타고 있다.
이번 조사(11월 첫째 주)에서는 보수 텃밭으로 꼽히는 대구·경북(19%)과 70대 이상(19%), 보수층(33%)에서도 경쟁자들을 압도하지 못했다. 윤 대표는 “한 대표 본인에 대한 평가를 보면 여권지지층의 전폭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의) 전면적 차별화가 쉽지 않은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보수층 일부 ‘한동훈 지지’ 이탈→한 대표 지지율 부진→전면적 차별화 난항이라는 수순에 직면했다는 해석을 낳는다.
한 대표 처지는 과거 박근혜-이명박 관계와 비교된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2012년 7월 셋째 주)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18%에 그쳤다. 반면 박근혜 당시 후보 지지율은 37%에 달했다. 박 후보는 당시 이 대통령을 겨냥한 전면적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박 후보는 ‘지지율’이란 힘을 앞세워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관철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윤 대표는 12일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전면적 차별화냐, 전면적 일체화냐 선택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며 “최근 여론조사 지표가 이 같은 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