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신청’ 놓고 정부-의대간 의견 대립
교육부 “증원 규모 조정·수요조사 연장 없다”
학장들 “사회적 합의 도출 후 신청 받아야”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대학 간 신경전이 더 커지고 있다. 의과대학에서는 수요조사 기한을 늦추고 사회적 합의를 먼저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을 축소·연기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장 등으로 구성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26일 보도자료를 내 교육부와 각 대학에 “2025학년도 의대 학생정원 신청 연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의대 학장들은 “최근 의대 증원 문제로 의대 학생들이 대규모 휴학을 하고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의대 학생정원 증원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인한 학생들의 불이익을 예방하고 교육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이에 2025학년도 의대 학생정원 신청 마감을 사회적 합의가 도출된 이후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교육부는 증원 규모나 대학별 증원 수요조사 기한 등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을 축소·연기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박성민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은 26일 출입기자단 정례 브리핑에서 “3월 4일까지 (대학별 증원 수요조사를) 받고 있고, 그게 들어오면 본격적으로 배정 작업을 시작한다”며 “가급적이면 3월 말까지 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 시기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이달 22일 의과대학을 설치·운영하는 전국 40개 대학에 공문을 보내 2025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수요를 3월 4일까지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 ‘반란 가능성’ 차단 나서 = 의-정간 강대강 충돌이 계속되면서 대학 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학교 모집이 용이한 의대 정원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대학본부와 교육의 질을 내세운 의대 학장들이 맞서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에선 각 대학의 증원 신청 인원이 2000명에 못 미칠 가능성도 제기한다. 현 제도에서 정부가 총 정원을 정해놨어도 신청 인원이 부족하면 그만큼 배정이 불가능해 지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일부라도 대학들이 앞서 실시한 수요조사보다 감소한 규모의 신청서를 제출하면 교육적정 인원 규모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한 지방대학 관계자는 “의대 특성상 교육적정 인원에 대한 초안은 자체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의대 증원은 다른 학과들에 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고 복잡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이런 상황에 안정장치를 만들어 놨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 수요조사 공문을 보내면서 지난해 말 실시했던 기존 수요조사와 다른 정원 규모를 제출할 경우 사유를 명시하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지난해 수요조사에서 제출한 증원 희망 규모를 가급적 지켜달라는 가이드라인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의대생 단체 반대 목소리 여전 = 이런 가운데 지난 19일부터 시작된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계 제출과 수업거부 행동도 오히려 확산 중이라 집단 유급사태도 우려된다.
지난 19~25일 전국 의대 40개교 중 37개교에서 의대생 1만2674명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지난해 4월 교육기본통계 기준 전체 의대생(1만8793명)의 67.4%다.
19일 기준 1133명에서 20일 7620명으로 늘었던 하루 휴학계 신규 제출 건수는 21일 3025명, 22일 49명으로 다소 주춤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23~25일 사흘 간 847명(하루 평균 282명)이 접수해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도 여전히 증원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대협은 26일 성명에서 정부와 대학 당국에 “의학 교육의 질 보장에 대한 진정성을 표명하라”고 요구했다.
의대협은 다음 달 4일까지 교육부에 정원 신청을 제출해야 하는 대학 본부와 의대 학장들에게 학생들과 사전 논의를 요구했다. 또 정부에는 실습환경 개선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주문하면서 증원 정책의 전면 백지화를 거듭 촉구했다.
교육부는 의대협 공동 비대위원장 3명이 소속된 인제대, 순천향대, 중앙대에 전날 각각 공문을 보내 비대위원장들의 연락처 제출을 요청했다. 하지만 의대생들이 교육부 요청에 응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의대협은 성명에서 “학생대표들의 개인정보 무단 수집, 학생 동향 파악 등 군사독재 정권 시대와 같은 강압적 행위를 중단하라”고 했다.
일부 의대에서 이달 중 시작할 예정이던 개강을 1~2주 늦추는 방식으로 의대생들의 유급 사태를 방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이 전체 학사일정 상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의 수업거부가 이어지면 ‘대량 유급’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의대는 한 과목이라도 F가 나오면 유급을 받을 수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