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필수의료대책, 전공의 복귀 도움”
정부 필수의료정책 패키지 구체화, 홍보 강화해야 … “복귀 고민하는 전공의에 믿음 줘야”
29일은 정부가 제시한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복귀 시한이다. 27일부터 일부 전공의들이 복귀했다는 소식이 있지만 9000여명 정도의 전공의들은 29일 오전 대부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정부가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내놓은 대책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있다. 정부가 제시한 5년간 10조원 투입 발표가 구체적이지 않고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돌아갈까 고민하는 전공의들과 정부의 의대 증원을 지지하는 국민들에게 정부는 ‘필수의료 패키지’라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믿음을 줘야 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1일 필수의료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10년 내 의료현장에서 느끼는 핵심적 기피 요인을 해소하고 10년 후에는 의료제도와 구조개혁을 완성해 청년의사가 활약할 대한민국의 신의료생태계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세부적으르 △의사수 확충, 교육수련 혁신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전환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상급병원-중소병원-의원 역할을 정립하고 네트워크 강화, 의료 수요와 기능중심의 의료기관 구조 전환 등 지역완결 전달체계 구축 △충분한 피해자 소통·배상을 전제로 한 의료사고특례법 체계를 도입해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 △필수의료 친화적인 공정 지불과 보상체계로 개편하고 보상체계 왜곡을 일으키는 비급여·미용의료 관리체계 확립 등을 제시했다. 체계적인 의료개혁의 미래상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들에게는 이런 필수의료 정책이 먼 이야기일 수 있다. 더욱이 의사가 늘어나면 ‘의료시장에서의 경쟁격화’ 등에 대한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앞선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29일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10조원 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홍보를 잘 하겠다. 지난 1월부터 소아·분만·중증 응급분야에 1조원을 투자했다. 분기별로 개도술이나 뇌동맥 수술같은 난이도와 위험가 높은 수술 등에 신속하게 수가인상을 추진 할 것”이라며 “의료사고처리특례법, 근무여건 개선, 지역인프라 확충 등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날 추가적인 구체화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응급·중증·소아·분만 환자의 건강보험 수가(진료비)는 적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높여주겠다고 약속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 진료대란이 더 심각해지는 이유는 당직 서며 힘들게 응급환자, 중증환자 보는 대학 교수 월급에 비해 당직도 없고 경증환자 보는 동네 병의원 의사 소득이 2~3배 수준으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역 응급·중증·소아·분만 환자를 책임지겠다고 하는 의대와 대학병원에 의대 정원을 배정하고, 병원들이 힘을 합쳐 응급환자 뺑뺑이를 없애고, 중증 환자가 수도권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되게 만들면 건강보험 진료비를 올려줄 필요도 있다.
김 교수는 “응급환자, 중증 환자를 보는 의사들이 1주 1회만 당직서도 되도록 환자 당 대학병원 교수와 종합병원 전문의 수를 늘리겠다고 약속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국 42개 권역응급의료센터와 60여개 지역응급의료센터의 응급실 전담 전문의를 1.5배로 늘리고(500명), 중증 응급환자를 수술하고 입원 치료할 내과(순환기·소화기)와 외과·소아청소년과·흉부외과·신경과·신경외과·영상의학과·마취과 교수(전문의)를 병원 당 20명씩 늘리는(2000명) 데 연봉 3억원을 기준으로 7500억원이면 된다.
나아가 현재 주 80시간이 넘는 전공의 근무시간을 최대 60시간으로 단축하고 필수 진료과 전공의 급여를 30% 인상하고 정부가 추가 급여를 부담하겠다고 제시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여년간 이뤄진 연구에 의하면 전공의 근무시간이 길어지면 의료사고는 늘어난다. 주당 근무시간이 60~70시간일 경우 48시간일 경우에 비해 의료사고 발생률이 2배 넘게 늘어난다. 대학병원 교수와 종합병원 전문의를 늘리면서 진료지원 인력(PA)을 함께 늘리면 가능한 일이다. 정부가 전공의 급여로 대략 2000억원을 지원하면 우리나라 전공의 급여를 유럽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김 교수는 “3년 안에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하면 좋겠다"면서 "필요 재정이 약 2조원이니 정부가 ‘필수의료 패키지’에 투자하겠다고 한 5년간 10조원으로 감당 가능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