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의대 증원 ‘지지율 효과’ 계속될까 … 사태해결 못하면 역풍 가능성

2024-03-04 13:00:21 게재

증원 2000명 조기에 배수진

“후퇴 시 국정동력 치명타”

‘의대증원’을 놓고 의사단체와 맞서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여론을 등에 업은 모습이다. 이른바 ‘기득권 카르텔’을 상대로 효과를 발휘했던 ‘비타협적 원칙론’이 이번에는 어디까지 통할지 관심이다. 환자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지기 전에 사태를 매듭짓지 못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가 39%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2월 4주차)보다 5%p, 이른바 ‘김건희 여사 리스크’로 29%를 기록했던 지난달 첫 주 조사 때보다 10%p 올랐다. 긍정률이 40%에 육박하는 것은 작년 7월 첫째 주 조사(38%)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눈에 띄는 것은 긍정 평가 이유로 ‘의대 정원 확대’가 21%를 차지했다. 지난 1년 가까이 외교가 첫손에 꼽혔지만, 이번에는 의대 증원이 최상위에 올랐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대통령의 강성 리더십은 지난 2022년 말, 2023년 초 화물연대 파업 및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등 노동개혁 과정에서 이른바 ‘반 기득권’ 프레임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이번 의사 집단행동에서도 같은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일 MBN ‘시사스페셜’에 출연해 “현재 의료 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계획 자체는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의대 2000명 증원에 대해서 현재 정부 스탠스가 변화한 바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 40개 대학의 의대 학생 정원 신청이 4일 마감되면, 이후 신청된 인원을 바탕으로 지역별 보건의료 현황, 해당 지역 의사 수와 고령화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대별 정원을 정하겠다며 “특히 비수도권 의대에 집중 배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일찌감치 배수진을 쳤기에 후퇴할 수 없다는 기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4일 통화에서 “우리가 내놓은 증원규모는 이미 줄이고 줄여 최소수준”이라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상황에서 증원규모 축소 협상에 응할 경우 오히려 국민 생명을 담보로 흥정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 경우 국정동력에는 치명타”라고 내다봤다.

여권 관계자는 “의대증원 여론은 의사 집단행동 기간보다 환자 피해 규모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명분은 정부가 쥐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환자 위험 관리에 크게 실패하지 않는다면 총선까지 (파업이 이어져도)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여론은 버텨줄 것”이라며 “오히려 양보하면 명분도 실리도 다 잃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대국민 메시지 관리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마저 의사들처럼 국민 생명은 안중에 없이 끝까지 가겠다는 식으로 대응할 경우 민심이 돌아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4일 “의대증원 찬성 여론이 80% 이상이라는 것은 사실상 만장일치”며 “이를 업고 가는데 지지도가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봤다.

그는 “그러나 국민불편이 심화되고 길어질 경우 비판의 화살이 오히려 정부로 향할 수 있다”며 “윤 대통령 부정평가 요인으로 ‘소통 미흡’이 꾸준히 꼽힌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여론은 지지인 동시에 (사태 해결의)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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