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사태 대규모 고발로 이어지나
여론 등에 업은 정부, 의협 지도부 이어 전공의 고발 검토
의대 교수들 집단행동 움직임 … 의료대란 장기화 우려
전공의들이 복귀 명령에 따르지 않자 정부가 경찰 고발 등 강경 대응하기로 하면서 의대 증원 사태로 인한 의정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찰은 6일부터 대한의사협회(의협) 지도부를 소환한다.
정부에 따르면 4일 오후 8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신규 인턴을 제외한 레지던트 1~4년차 9970명 중 8983명(90.1%)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정부는 서면 보고를 받은 50개 병원에 대해서도 추가로 현장을 점검, 업무개시명령 위반이 확인되는 즉시 면허 정지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공의들의 주동 세력을 중심으로 경찰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언제 고발할지, 대상은 어떻게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도 신속 수사 방침을 내세운 만큼 전공의에 대한 정부 고발이 이뤄지면 수사가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대다수 전공의가 행정 처분과 고발까지 각오한다는 입장인데다,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여 의료대란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부터 의협 지도부 소환 = 또한 경찰은 앞서 고발장이 접수된 의협 전·현직 간부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 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달 27일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 주수호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 등 비대위 관계자 5명을 의료법 위반과 형법상 업무방해 및 교사·방조 등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했다. 복지부는 이들이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에 관여·개입하는 등 집단행동을 교사·방조하고 전공의들이 소속된 수련병원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판단한다.
경찰은 이들이 전공의들의 단체행동을 공모했는지 여부 등이 고발장에도 명시된 만큼 이를 중점적으로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 1일 고발된 의협 전·현직 간부 5명 중 4명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전날 노 전 회장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후 이들 전부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한 상태다. 경찰청은 지난 4일 진행된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고발된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출석을 요구한 상태라고 밝혔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달 21일 시민단체 고발이 있었고, 7일 후에 보건복지부에서 고발이 있었다”며 “두 사건은 현재 병합해서 서울경찰청에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토요일에 일부 의협 간부 사무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했고 출석도 요구한 상태”라며 “절차에 따라 수사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고발된 의협 지도부 5명에게 소환조사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주 위원장이 6일 경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노 전 회장도 오는 9일 조사를 받는다. 노 전 회장은 자신의 SNS(사회연결망서비스)를 통해 경찰의 출석 요구 사실을 알렸다.
그는 “SNS에 글을 올렸다는 죄로, 오는 토요일 10시에 경찰청에 조사를 받으러 간다”라며 “평일 저녁 시간을 원했는데 조사할 것이 많아서 저녁 시간은 안 된다고 했다. 저의 범죄행위(?)는 모두 SNS에 공개돼 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글을 게재했다.
◆시민단체 , 의협 고발 = 한편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의협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서민위는 “보안문서 파쇄업체를 불러 대량으로 문서 폐기한 것은 증거인멸교사에 해당한다”며 “피고발인들의 부적절한 행위는 이번 의사증원 정책의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보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낳도록 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고발 취지를 설명했다.
앞서 의협은 지난 4일 오전 10시 40분쯤 보안문서 파쇄업체를 서울 용산구 의협 사무실로 불러 다수의 문서를 폐기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해당 문서는 법원 등에서 환자 의료사고에 대해 감정을 요구해서 둔 자료로, 전부터 정기적으로 파쇄하던 것이라는 입장이다.
장세풍·오승완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