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4.10 총선을 보는 두개의 시선

2024-03-08 13:00:21 게재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공천이 거의 마무리돼 간다. 이제부터는 그야말로 “총선 앞으로”다. 지금까지의 성적표를 보면 국민의힘이 훨씬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 현역불패 혁신부재 비판이 있었지만 큰 잡음 없이 넘어갔다. 용산 대통령실 등 여권에서는 “압도적 열세였는데 이재명 덕분에 박빙으로 좁혀졌다”며 반색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 논란과 불공정 시비로 만만찮은 내상을 입었다. 이 대표는 “개혁을 위한 진통”이라고 강변하지만 이에 동의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상당수 범야권 지지층은 “이 대표의 사욕이 정권심판 민심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부아를 터뜨린다. 여론조사 추세도 민주당에겐 빨간불이다. 일찍이 야당 압승을 예측했던 전문가들은 입을 닫는다. 과연 30여일 뒤 투표 결과는 어떨까.

2012년 모델인가, 2016년 모델인가

4.10 총선의 유권자 표심을 예측할 때 참고할 만한 두개의 총선이 있다. 정권심판 구도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승리했던 2012년 19대 총선과 선거막판까지 여론조사 상 압도적 우위를 지켰음에도 여당이 패한 2016년 20대 총선이 그것이다.

2012년 총선은 이명박정권의 임기말 레임덕에 여당 의원실이 관계된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태로 “여당 필패”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위기의 한나라당(국민의힘)이 꺼낸 카드는 박근혜 비대위였다. 확실한 미래권력 박근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당명과 상징색을 새누리당과 빨간색으로 바꾸고, 성역없는 권력수사를 내세우며 현재권력과 선을 그었다.

얼굴과 이름만 바꾼 게 아니다. 경제민주화 전도사였던 김종인을 비대위원으로 영입해 당 강령에 ‘경제민주화 구현’ ‘평생맞춤형 복지체제 구축’을 명시했다. 야당의 전유물이었던 경제민주화와 복지 이슈까지 선점한 것이다. 또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이상돈 교수나 26세 청년 벤처기업인 이준석 등을 영입해 중도층과 청년층 끌어안기에 나섰다. 결과는 새누리당 152석 과반 승리. 심판론만 믿고 내부 싸움질에 골몰했던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은 125석으로 무릎을 꿇었다.

2016년 총선은 여야의 ‘못난이 경쟁’ 속에 진행됐다. 새누리당은 ‘진박 친박 타령’과 ‘옥새 들고 나르샤’로 대변되는 공천잡음으로, 야당도 친문 사당화와 국민의당 분당으로 홍역을 치렀다. 그럼에도 당시 여론조사는 선거 기간 내내 여당 압승을 가리켰다. 총선 한달 전 한국갤럽의 정당지지도는 새누리당 39.0%, 민주당 23.0%, 국민의당 8.0%로 여당이 거의 더블스코어로 앞선다.(2016년 3월 8~10일 조사) 리얼미터도 새누리당 44.1%, 민주당 27.8%, 국민의당 11.1%로 양상은 비슷했다.(3월 7~11일 조사)

이 추세는 선거 직전까지 이어졌다. 선거 전날 새누리당 대표실에서는 최소 160석을 장담했다. 그러나 결과는 딴판이었다. 민주당이 123석으로 1당, 새누리당은 122석의 2당으로 밀렸다. 전문가들과 언론은 ‘이변’이라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것은 이변이 아니었다. 여론조사 지표 아래 가려져 있던 심판민심이 투표에서 표출된 것뿐이다.

이번 선거는 어떤가. 우선 국민의힘 상황을 보자. 출발은 비대위를 출범시킬 수밖에 없었던 19대 총선과 비슷하다. 현재까지 한동훈 비대위는 심판민심의 표적을 잘 분산시키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현격한 차이가 드러난다. 박근혜와 한동훈이라는 얼굴의 비중은 그렇다고 쳐도 △현재권력과 선긋기 △개혁노선 채택 △중도층 청년층 끌어안기 등에서 지금의 국민의힘은 2012년 한나라당에 한참 못 미친다.

민주당은 또 어떤가. 공천갈등과 야권분열, 문빠와 개딸이라는 팬덤의 극성 등 양상은 20대 총선과 비슷하지만 그 심각성은 지금이 훨씬 심한 것 같다. 사당화 논란과 이에 따른 잡음도 당시와 비교가 안된다. 당 지도부의 ‘욕망의 정치’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심판민심의 분출을 틀어막고 있는 모양새다.

남은 30여일 관전포인트는 혁신 여부

그러면 4.10 총선은 2012년 모델일까, 2016년 모델일까. 아니면 그 중간 어디쯤일까. 지금 단면만 보면 여당승리 쪽으로 기운 것 같다. 하지만 장담은 이르다. 2012년보다 한참 덜 개혁적인 국민의힘이 승리한다면 이재명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일 것이다. 거꾸로 2016년 당시보다 훨씬 문제가 많은 민주당이 이긴다면 윤석열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상상 이상이라는 얘기가 된다.

국민의힘이 공천과정에서 보여주지 못한 미래비전과 혁신 카드로 정권심판 민심에 확실하게 찬물을 끼얹을까, 아니면 민주당이 스스로 만든 사욕과 구태의 껍질을 깨고 심판민심을 분출시킬까. 이것이 총선까지 남은 30여일의 관전포인트다.

남봉우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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