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반대하더라도 진료는 해야죠”
전공의 1만1219명 계약포기 및 병원 이탈 … 환자·시민, 병원이용 안될까 걱정
의대증원을 반대한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병원을 찾은 환자들과 가족, 시민들은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은평성모병원. 평소처럼 외래 환자들이 진료 대기를 위해 자리하고 있었다. 이날 이 병원에서 눈치료를 하기 위한 지방에 올라왔다는 50대 여성은 “(의사)인원 늘린다고 많이 배운 사람들이 (이탈하고)그러면 안되죠”며 지방에서 오가는데 치료 일정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했다. 진료 대기를 하고 있던 60대 여성은 “의사들이 저러는 게 나름 이유가 있겠죠”라면서도 “반대하더라도 치료 못받는 경우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환자를 태우고 병원으로 온 한 60대 택시기사는 “젊은 의사들이 자기들 미래 관련된 거라. 반대할 수 있죠. 근데 (택시)손님들이 욕 많이 해요. 환자한테 피해주면 안돼죠”라고 말했다.
당장은 의료현장에 ‘의료대란’수준의 혼란이 생기고 있지 않지만 장기화에 따른 환자의 진료에 문제가 생기기 않을까 환자와 시민들은 우려하고 있는 현장이었다.
중앙재난대책본부와 병원계에 따르면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가 1만여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 6일 11시 기준 보건복지부가 서면 점검을 통해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1만2225명) 근무 현황을 점검한 결과, 계약 포기 및 근무지 이탈은 총 1만1219명(91.8%)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의사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 상담’ 건수는 늘어나고 있다. 6일 오후 6시 기준 센터에 상담접수된 건수는 2월 19일부터 3월 6일까지 총 982건이다. 피해신고서 접수는 408건으로 이 가운데 수술지연 300건, 입원지연 17건, 진료취소 53건, 진료거절 38건, 의료이용불편상담 449건, 법률상담지원 125건을 나타났다. 당장 의료대란이 아니다 할지라도 실질적으로 수련병원이 수술과 입원 등 40~50% 정도 일정을 미뤄 환자 불편이 생겼을 뿐아니라 신규 외래 대기가 이전보다 늘어나 불편함이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관련해서 정부는 병원간 전원체계를 갖추고 간호사 업무 범위에 관한 보완 지침을 내놓는 등 수련병원에서의 계속 진료를 가능하도록 조치는 하고 있다. 간호사들의 업무 범위를 넓히고, 특정한 것은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에서 비롯된 ‘의료 공백’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병원들은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병동 운영을 줄이고 진료와 수술을 축소하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최근 입원 환자가 급감한 2개 병동을 폐쇄하고 해당 병동 의료진을 응급·중환자실과 필수의료과 등에 재배치했으며, 부산대병원도 유사 진료과끼리 병동을 통합 운영하기 시작했다.
동아대병원은 이미 응급실 병상을 40개에서 20개로 축소해 운영 중이며, 을지대병원 응급실은 의료진 부재로 피부과·정형외과·정신과·이비인후과 진료가 불가능하고, 신경외과는 평일 업무시간에만 진료를 볼 수 있다.
이날 병원 응급실에 들어간 환자를 기다리는 가족의 경황없고 긴장된 모습이 계속 떠오른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