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삭제 선동글’ 게시자 압수수색
경찰, 복귀자 색출 글도 수사키로
내일 노환규 전 의협회장 조사
전공의 집단사직과 관련해 인터넷에 ‘자료삭제’ 글을 올린 게시자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압수물을 분석한 뒤 게시자를 불러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집단사직 미참여자에 대한 보복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나선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6일 ‘전공의 사직 전 자료삭제’ 글과 관련해 최초 작성자를 특정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경찰은 작성자의 구체적 개인정보 등을 밝히지 않았지만 의대생이 아닌 서울 소재 의사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물을 분석한 후 최초 작성자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터넷 등에서는 ‘병원 나오는 전공의들 필독!!’이라는 제목의 글이 퍼졌다. 이 글에는 △인계장 바탕화면, 의국 공용 폴더에서 (자료를) 지우고 세트오더도 다 이상하게 바꿔 버리고 나와라 △삭제 시 복구 가능한 병원도 있다고 하니 제멋대로 바꾸는 게 가장 좋다 PA(진료보조) 간호사가 전공의 대신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라 △사직 의사를 명확히 하기 위해 짐도 두지 말고 나와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인계장은 3교대로 근무하는 병원 특성상 전임자가 담당 환자의 중요 사항을 후임자에게 넘겨줄 때의 기록이다.
이 글이 인터넷에 돌자 네티즌이 경찰에 신고했고,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의대생과 의사 등 전용 인터넷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 처음 올라온 것을 파악하고, 운영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벌여왔다.
이와 함께 인터넷커뮤니티에서 집단사직에 참여하지 않거나 병원으로 복귀한 전공의들을 비난하거나 명단을 공개한 게시물과 작성자에 대해서도 경찰이 수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단순 의견 표명을 넘어 전공의들을 비하하거나 모욕한 게시글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이나 협박 혐의를, 복귀 전공의들의 근무지나 명단을 공개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메디스태프 등에는 병원에 남은 전공의들의 근무지와 소속 등이 포함된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일부는 이들 전공의 이름과 출신학교까지 포함돼 있었다. 반대로 블라인드앱 등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복귀하고 싶어도 불이익이 두렵다’는 전공의의 글이 올라오는 등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경찰은 화물연대 등의 노동계 파업때 업무복귀를 방해하는 불법행위를 범죄로 규정한 바 있다. 2022년 말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되자 경찰은 미참여자들에 대한 보복을 막기 위해 전담 수사팀을 만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화물연대 등 노동계 대응책과 전공의 집단사직은 이익집단의 집단행동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병원으로 돌아온 의료진에 대한 괴롭힘에 대해 끝까지 추적한다는 의지를 갖고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의사 집회에 제약사 영업사원에게 참여를 강요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 첩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부 병원 의료진이 병원 직원들에게 집회 참석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는 의혹도 확인 중이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전현직 간부들이 집단사직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울청 공공범죄수사대는 9일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을 불러 조사한다. 이와 함께 김택우 비상대책위원장과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등은 다음주 경찰에 출석할 예정이다.
오승완·박광철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