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사업 현장도 공사비 인상 갈등
대보건설 세종현장 공사중단
쌍용건설 KT현장도 불똥
물가인상분 반영 모델 필요
공사비 갈등을 겪고 있는 현장이 민간에서 공공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세종시 집현동에 건설 중인 행복도시 4-2 생활권 공동캠퍼스 건설공사 18공구 근로자와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12일 세종시청 앞에서 공사 재개 촉구 시위를 개최했다.
근로자들은 “경기도 안좋은데 공사비 문제로 현장 공사가 중단돼 당장 생계가 막막하다”며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세종시 집현동 공동캠퍼스 현장은 공사중단 후 지난해 10월 이후 공사가 재개됐지만 최근 공사비 갈등으로 5일부터 다시 전면 중단됐다.
공동캠퍼스는 다수의 대학이 시설을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는 캠퍼스로 현재까지 서울대와 고려대 충남대 등 모두 7개 대학이 입주를 확정하고 2024년 개교를 준비 중이다.
2024년 임대형 캠퍼스로 서울대, KDI국제정책대학원, 충남대(의대·대학원), 충북대(수의대·대학원), 한밭대(AI/ICT 계열 대학·대학원)가 합계 1058명 정원 규모로 학생을 모집한다. 임대형 대학들은 강의실과 교수실 등을 개별 사용하는 한편 도서관과 체육관, 학생회관 등의 공용 시설을 분양형 입주 대학들과 함께 사용하게 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이 사업장은 대보건설이 2022년 대학입주공간 5개동과 바이오지원센터 등 총 9개동을 건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LH는 9개동 중 4개동의 준공을 반년가량 앞당겨달라고 요청했고 대보건설은 공정 단축을 위해 자체적으로 추가 공사비를 투입하며 공사를 진행했다. 대보건설은 이 과정에서 레미콘 공급 차질,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추가 공사비가 투입됐다고 주장했다.
대보건설은 LH에 공사비 인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지난해 10월 17~26일 공사를 중지했다. 당시 LH가 공사 우선 재개 후 대보건설 요구사항을 적극 검토하기로 하고 협의체를 구성하면서 공사가 재개됐지만 제대로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다시 공사 중단으로 이어진 것이다.
대보건설 관계자는 “공사비가 750억원인 이 현장에서 300억원 이상 손해가 예상된다”며 “그동안 회사가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준을 넘어 차입까지 해가며 공사를 수행해왔으나 금융권 차입도 여의치 않아 더 이상 공사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쌍용건설이 시공중인 경기도 성남시 판교 KT 신사옥 현장도 공사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쌍용건설과 하도급업체는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공사비가 더 들었다며 171억원 증액을 요청했다. 지난달에는 쌍용건설과 협력업체 직원 30여명이 KT 판교 신사옥 공사현장에서 물가인상분이 반영된 공사비를 요구하는 유치권행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KT는 계약서상 물가상승분 반영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쌍용건설과 협력업체는 12일 현장에서 또 한번 집회를 예고했지만 KT측의 협상 제안으로 시위는 열리지 않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원자재가격 인상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 갈등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공공기관에서 먼저 공사비 증액에 대한 모델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며 “현재 민간공사의 경우 거의 해법이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