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퇴한 정부정책, 지자체가 챙긴다
경기도, R&D·지역화폐 지원확대
충남도 ‘1회용품 줄이기’에 총력
줄어든 문화·노동사업 수습 노력
지방자치단체들이 올해 정부의 예산 감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R&D(연구개발) 지역화폐 신재생에너지 등과 관련한 정책·사업 챙기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술개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지자체 예산을 증액하거나 융자지원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13일 전국 시·도에 따르면 경기도는 최근 정부의 R&D 예산 감축으로 사업중단 위기에 처한 도내 기업들을 위해 정책자금과 G-펀드 투자 등을 지원하는 내용의 ‘정부 중소기업 R&D 과제 중단기업 긴급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R&D 예산 15%를 감액한 반면 경기도는 R&D 예산을 46% 증액하며 기존 연구개발 지원정책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300억원 규모의 자체 특별융자+특례보증 결합상품을 공급하고 펀드투자 상품을 만들어 지원한다. 정부 R&D 과제 중단 기업애로 접수센터도 운영한다.
경기도는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지난해보다 대폭 증가한 1267억원 규모의 대출금을 조성해 태양광발전소 저금리 융자,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 이자 차액 보전 등을 추진한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관련 금융지원을 980억원 축소한 것과 대비된다. ‘경기지역화폐’에 대한 국비지원 규모도 전년대비 58.8%나 줄었지만 경기도는 지방비(도비+시·군비) 규모를 28.3% 확대, 2213억원으로 늘렸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최근 “정부여당은 예산은 줄이면서 선거 때만 전통시장을 찾는다”며 “적어도 기후변화와 사회적경제 부분에 있어서 경기도가 현 정부의 망명정부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충남도는 ‘1회용품 퇴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11월 1회용품 제한 정책을 무기한 연기했지만 지자체가 실행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충남도는 13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충남중소기업연합회 30개 중소기업 대표 등과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충남지역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정착과 각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통한 자원 절약, 탄소중립 기여 등을 위해 맺었다. 지난달엔 폐업위기에 처한 지역 내 종이빨대 업체 등을 살리기 위해 경영안전자금 지원, 판로개척 등에 나서기로 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이날 “지난해 6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청사에서 1회용품 사용을 전면 금지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인 바 있다”며 “도민 공공기관 대기업 등의 참여에 이어 이제 바통을 넘겨받아 충남 30만 중소기업이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지역화폐’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인접한 대전시와 충북 청주시 등 대도시에 맞서 지역 내 중소상공인과 상권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종시는 3월부터 지역화폐인 여민전 할인율을 현행 5%에서 7%로 확대했다. 세종시는 올해 총 2580억원 규모의 여민전을 발행할 예정이다. 올해로 발행 4년째인 여민전은 그동안 모두 1조1710억원을 발행했으며 가맹점 1만5000여곳, 회원수 21만명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판소리와 뮤지컬을 접목한 상설공연에 대한 정부 지원이 끊겨 걱정이다. 11년 간 이어온 공연에 누적관객이 11만6000명이 넘지만 정부가 브랜드 상설공연 지원예산 4억원을 모두 삭감했기 때문이다. 전주국제영화제도 정부가 지원예산을 절반으로 줄였다. 전북도와 전주시는 지난해 수준으로 예산을 편성했지만 정부 지원이 줄어든데다 물가 인건비 상승 등에 따른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의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운영도 마찬가지다. 전국의 거점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9곳은 정부 예산 삭감으로 지난해말 문을 닫았으나 국회에서 올해 관련예산 18억원을 신규 편성, 공모를 거쳐 최근 다시 문을 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운영예산이 지난해의 70% 수준으로 줄었고 그나마 지자체가 절반을 부담한다. 대구시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의 경우 운영인력이 12명에서 6명으로 반토막 났다. 대구시는 “정부 지원이 끊기더라도 자체재원으로 센터를 계속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곽태영·윤여운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