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유급 현실화에도 의대생 반발 격화
절차 지킨 유효휴학 신청 증가
교육부 ‘휴학 불가’ 입장 고수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단체로 휴학계를 제출한 가운데, 집단 유급 ‘마지노선’이 점차 다가오면서 대학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일부 대학은 이미 유급 요건에 해당하는 학생이 나타나고 있어 학교 당국이 구제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교육부는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집단 유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대학가에 따르면 한림대 의대 본과 1학년 83명은 해부신경생물학교실의 한 교수로부터 “학칙에 의거, 수업일수 미달로 인한 유급임을 통지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해부학교실은 지난 1월 19일 개강했다.
이 대학 학칙에 따르면 결석 허용한계(3주분 수업시간)를 초과할 경우 시험 성적과 관계없이 해당 과목 F 학점을 부여한다. 특히 한 과목이라도 학점을 취득하지 못해 F 학점을 받을 경우 유급 처리된다.
한림대는 보강이나 온라인 수업 실시, 학사 일정 조정 등 수업일수를 채워 집단 유급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집단 유급’ 위기는 이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40개 의대 모두 학생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해 집단으로 휴학계를 제출하거나, 수업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단 유급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지만 의대생들의 ‘의대 증원 반대 투쟁’은 점점 격화되고 있다.
12일 전국 의대생들의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511명으로 집계됐다. 유효 휴학 신청은 이달 들어 내내 한 자릿수~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다가 급증했다. 이날까지 유효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은 누적 5954명으로 재학생의 31.7%에 달한다. 유효 휴학 신청은 학부모 동의, 교수 면담 등 필요한 절차를 지켜 휴학계를 제출한 것을 말한다.
대한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최근 임시총회를 열고 ‘가장 먼저 휴학계가 수리되는 학교의 날짜에 맞춰 40개 모든 단위가 학교 측에 휴학계 수리를 요청한다’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국 40개 대학 의대 학생들이 대학 본부에 휴학 승인을 동시다발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엄정한 학칙 적용을 강조하면 결국 학생들이 돌아올 것이란 정부 판단과 다른 양상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입장은 강경하다.
의대 교수들마저 단체 행동 조짐을 보이면서 휴학을 승인해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자 교육부는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단속에 나섰다.
교육부는 지난 11일 전국 40개 의대를 운영하는 대학들에 공문을 보내 “집단행동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동맹휴학’은 휴학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으므로, 학칙 등에 규정한 휴학 요건과 절차 등을 꼼꼼히 점검해 허가하지 않도록 관리해달라”며 “대학별 대규모 휴학 허가 등이 이뤄지는 경우, 대학의 의사결정 과정 및 절차에 대해 점검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점검 결과 학사 위반 사항 등이 발견되는 대학에 대해 고등교육법에 따라 시정 명령, 정원 감축, 학생 모집 정지 등 행정적 조치를 할 수 있다.
특히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전북대를 찾아 총장, 교무처장, 의대학장 등과 만나 정상적인 학사 운영을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 부총리가 의대협과 대화를 제안하고, 이날 오후 6시까지 답신을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회신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