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피한 ‘친명’-‘이재명 심판론’ 충돌
민형배, 광주 민주당 현역 중 유일 공천자
이낙연, 반‘이재명·민형배’ 정서 기대 걸어
광주 광산을 선거구는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출마로 전국적 관심지역이 됐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민주주의 회복과 민주세력 재건’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상대는 민주당 민형배 의원. 대표적 친이재명계인 민 의원은 광주 현역 8명 중 당내 경선을 통과한 유일한 현역 의원이다.
광주는 이번 총선에서 그 어느 때보다 현역 교체 바람 거셌다.
판이 커진 만큼 이번 선거는 두 후보 모두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민 의원이 승리하면 전국적 지명도와 함께 중량감을 얻게 된다. 높은 지명도에 대선후보를 이긴 중량감이 더해지면서 ‘차기 시장에 도전할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도 나왔다.
반면 이 대표가 승리하면 민주당 텃밭에서 ‘탈당의 족쇄’를 벗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특히 광주를 거점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크게 압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국적 관심지역이라는 정치권의 호들갑과 달리 지역 분위기는 되레 차분했다.
광산을 선거구 중 유권자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수완동에서 만난 박 모(57)씨는 “맨날 싸움질만 하는데 무슨 관심이 있겠냐”고 혀를 찼다.
광주 친명계를 대표하는 민 의원은 민주당 높은 정당 지지율과 탄탄한 조직기반 등을 내세워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선거 운동 역시 ‘윤석열 정권 심판’에 방점을 찍었다.
그렇지만 ‘호불호’가 강한 이미지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수완동 공원에서 만난 최희태(72)씨는 “4년 전에는 민 의원을 찍었지만 이번에는 마음을 아직 못 정했다”면서 “광주만 믿고 노력을 안 하는 것 같다”고 핀잔을 놓았다.
이 대표는 ‘반이재명·민형배’ 정서에 기대를 걸고 있다. 권은희 국회의원과 박시종 전 문재인정부 청와대 선임행정관, 김학실 전 광주시의원 등이 돕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박 전 행정관은 21대 총선 민주당 경선에서 당시 민 의원과 경쟁했었다.
하지만 권리당원을 불법 조회한 김 모 예비후보와 박 전 행정관이 단일화하고, 그 명부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했다는 민 의원의 재심 요구로 재경선이 이뤄져 승패가 뒤집혔다.
주민들은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이 대표의 탈당 명분’을 거론했다. 유권자들이 탈당 명분에 동의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민주당 텃밭에선 그 어떤 선거전략 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모차를 끌던 박 모(31)씨는 “이곳에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다”면서 “대표까지 했던 사람이 당을 바꾸는 게 너무 싫다”고 얘기했다.
역대 선거에서 전략적 선택을 했던 광주 특성을 감안해 ‘민형배 당선, 이낙연 의미 있는 득표’라는 절묘한 선택이 나올 수 있다는 예측도 있었다. 민주당 후보를 당선 시키면서도 ‘사당화 비판론’에도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희망사항이 담겨 있다. 조선대 공진성 교수는 “정당지지도 등 여건을 고려하면 이 대표는 의미 있는 득표에 주력하는 게 현실적일 것 같다”면서 “30% 이상이 의미 있는 득표”라고 분석했다. 광산을 선거구엔 안태욱 국민의힘 예비후보와 김용재 녹색정의당 예비후보. 전주연 진보당 예비후보 등이 출마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광주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