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찾은 정권심판 표심…D-23 총선 판세 ‘흔들’
‘윤석열 리스크’ 재부각, 조 국 등장으로 심판론 돌아와
전문가 “심판론 꿈틀” “여당 우세서 팽팽한 대결 구도로”
한동훈, 이종섭 귀국·황상무 사퇴 요구로 심판론 ‘대응’
4.10 총선을 50일 앞둔 지난달 20일, 내일신문은 ‘정권심판 표심, 갈 길 잃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밑바닥에는 정권심판 기류가 강하지만 △민주당의 공천 내분 △한동훈체제 등장으로 인해 정권심판 표심이 결집하지 못하고 자꾸 이탈한다는 내용이었다. 정권심판 표심에 눌렸던 여권에서 “판을 뒤집었다”는 기대감이 엿보인다는 분석을 담았다.
그 뒤로 3주가 흘러 18일 현재 총선은 23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와 선거전문가들은 △‘윤석열 리스크’ 재부각 △조 국 등장으로 인해 정권심판 표심이 돌아오면서 판세가 다시 흔들린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윤석열 리스크’가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18일 여야와 선거전문가들은 3주 앞으로 다가운 총선 판세가 요동친다는 분석에 공감하는 모습이다. 연초에만해도 정권심판론이 우위 판세였다.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은 참패했고, 11월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까지 터지면서 연초 여권에서는 “총선은 해보나마나”라는 한탄이 터져나왔다.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29%(한국갤럽, 1월 30일~2월 1일 조사,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까지 추락했다. 같은 한국갤럽 조사(1월 9~11일)에서 ‘정부견제론’(51%)이 ‘정부지원론’(35%)보다 높았다.
하지만 지난 1~2월 판세는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여권이 정권심판 대상인 윤 대통령을 뒤로 물리고, 한동훈체제를 전면에 세웠다. 정권심판 표심이 표적을 잃었고, 여권지지층은 자신감을 되찾았다. 민주당은 극심한 공천 내분을 앓았다. 결국 2월말쯤에는 판세가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당 지도부 인사가 “판이 뒤집혔다. 140석으로 1당이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총선 판세는 그 뒤 2~3주만에 다시 요동친다는 분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의대 정원 갈등 장기화로 인해 ‘윤석열 리스크’가 다시 전면화되고 있다고 봤다. 엄 소장은 조국혁신당 등장으로 ‘조 국 대 윤석열’ 구도가 만들어진 것도 여권에는 ‘악재’로 꼽았다. 엄 소장은 “‘조 국 효과’와 ‘윤석열 리스크’ 부각으로 인해 정권심판 표심이 꿈틀대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조국혁신당이 윤석열정권을 겨냥한 선명한 심판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정권심판 표심을 상당히 복원해냈다”며 “지난달말까지는 국민의힘 우세 흐름이 뚜렷했지만 최근 정권심판론이 복원되면서 양당의 팽팽한 대결 구도로 흐름이 잡혔다”고 말했다.
총선을 23일 앞두고 판세가 다시 흔들리는 흐름이 나타나자, 여당은 뒤늦은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17일 이종섭 대사 논란을 겨냥해 “공수처가 즉각 소환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이 ‘피의자 빼돌리기’라고 공격하는만큼 이 대사가 곧바로 귀국해 야당의 공세를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것. 한 비대위원장은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향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고,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자진사퇴를 촉구한 것으로 읽힌다.
국민의힘은 앞서 도태우·정우택·장예찬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는 등 정권심판 표심이 돌아오는 걸 막기 위해 안간힘 썼지만, 이종섭 대사와 황상무 수석 논란에 입을 닫으면서 원천봉쇄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한 비대위원장이 뒤늦게 용산 대통령실을 겨냥한 요구를 내놨지만, ‘윤-한 갈등’을 재연할 용기를 내지 않는 한 정권심판 표심을 완전히 막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