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면허정지’ 압박…의대 교수 ‘일괄사직’
20일 증원 배분 발표로 ‘정책 굳히기’ … 서울·연세대도 ‘사직 결의’ 합류
의대 입학정원 증원 결정에 따른 ‘의정 갈등’이 극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의대 증원을 철회하지 않으면 집단사직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하지만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의협) 간부들의 면허 정지를 최종 통보하며 ‘정면 대응’에 나서 ‘의료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김택우 비대위원장과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은 보건복지부로부터 3개월 면허 정지 본 통지서를 우편으로 송달받았다. 이에 따라 박 위원장과 김 위원장은 4월 15일부터 3개월간 의사 면허가 정지된다. 면허 정지는 진료 일정 등을 고려해 시간적 여유를 갖고 집행된다.
◆전공의 압박 강도 높여 = 정부는 또 의료 현장에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최종 확인된 전공의 1308명을 대상으로 전날 업무개시명령을 공고했다.
공시는 이날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이번 공시는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이나 고발 같은 사법 처리 절차를 위한 준비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부는 공고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는 경우 의료법 제66조 및 제88조에 따라 처분·형사고발 될 수 있다”고 알렸다.
의료법 66조는 최대 1년간의 면허 자격 정지를, 88조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 장·차관 해임·요구 = 이에 맞선 의료계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서울대와 연세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전날 총회를 열고 이달 25일부터 일괄 사직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지난 15일 온라인 회의를 열고, 25일에 사직서를 내기로 합의했다. 다만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를 내더라도 각 병원에서 최선을 다해 환자를 진료하기로 했다.
한발 더 나아가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18일 성명을 내고 보건복지부의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제2차관의 해임을 촉구했다.
전의교협은 이날 낸 제6차 성명서에서 “국민과 대통령실의 눈을 가리고 품위 없이 망언을 일삼는 조 장관과 박 차관의 해임을 원한다”면서 “우리는 조건 없는 대화, 그리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합리적 의료정책을 원한다”고 밝혔다.
특히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19일 공수처에 조 장관과 박 차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를 금지하고 연가 사용을 막은 정부의 명령이 전공의들이 쉬거나 다른 직장에서 일할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정부, 의료법 따라 ‘정면 대응’ =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예고에 정부는 정면 대응에 나설 태세다.
정부는 의대 교수들도 의료인이기 때문에 의료 현장을 떠날 경우 의료법에 근거한 ‘진료유지명령’ 등 각종 명령을 내릴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의 우려와 정부의 거듭된 당부에도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원회가 사직서 제출 의사를 표명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어떠한 경우라도 국민 생명을 두고 협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예고는 ‘국민에 대한 겁박’이라고 비판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이날 한 방송에서 “의대 교수들은 대학교 교수 신분이 있고 의사 신분이 있는데, 의사 신분으로 보면 이 집단행동은 의료법에서 정하는 법 위반”이라며 “진료 현장을 떠난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대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르면 20일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와 함께 의대별 정원 배정을 발표해 의대 증원 정책 ‘굳히기’에 나설 계획이다.
◆경찰 수사도 속도전 = 한편 경찰은 의협 지도부 대상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수환 경찰청 차장은 18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안인 의사들의 집단행동과 관련해 불법행위를 엄정 수사한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며 “진료방해 행위, 의사들 복귀 방해 행위 등에 대해 엄정 수사하고 집행부에 대해서도 절차대로 수사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27일 복지부가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의료법 위반,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 혐의로 고발한 뒤 이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