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비상 걸린 경제부처 장차관들 ‘현장 앞으로’ 경쟁
기재부·농식품부·해수부 장·차관 연일 현장 행보
고삐 풀린 장바구니물가 … ‘총선 악재’ 전전긍긍
대통령부터 경제부처 장차관까지 연일 물가 현장행보에 나서고 있다. 그만큼 물가상황이 심상찮아서다. 사과·배 등 과일류 가격 폭등이 신호탄을 쐈다. 여기에 가공식품과 외식물가까지 서민 식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장바구니 물가가 결국 민심과 연계됐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4·10 총선을 앞두고 ‘물가’가 총선 민심을 가를 핵심변수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반도체산업과 수출 등 경기지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상대적 박탈감까지 키우고 있다.
여기에 당분간 물가 오름세가 불가해 경제부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문제가 된 사과 등 과일 가격은 수확기인 가을까지는 가격안정이 쉽지 않다. 휘발유 가격의 선행지표인 국제유가도 오름세다. 그간 눌러왔던 공공요금도 현실화될 수밖에 없어 향후 물가 전망에 불확실성만 쌓이는 상황이다.
◆산업부, 해양부 장차관까지 합세 = 22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지난 18일 물가관련 민생경제점검회의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았다. 이후 물가와 직접 관련한 기재부, 농식품부, 해수부 장·차관의 현장행보가 줄을 잇고 있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전날 아침 일찍 충남 천안으로 달려갔다. 오이 재배 농가를 방문한 김 차관은 지난 18일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발표한 농축산물 가격 안정대책의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현장의견과 애로사항을 들었다.
같은 날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아 주요 농축산물의 수급 판매 현황과 가격동향을 점검했다. 송 장관은 대형마트를 방문하기에 앞서 11개 소비자단체와 간담회를 갖고, 정부의 농식품 가격 안정화 대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20일에는 원부자재, 인건비 상승에도 피자 전 제품의 가격을 평균 4000원 인하한 서울 양천구 피자알볼로 본점을 찾아 노고를 격려하기도 했다.
오기웅 중소벤처기업부 차관과 송명달 해양수산부 차관은 지난 18일 대전 도마큰시장을 찾아 고물가에 따른 시장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역점을 방문해 과일 등 신선식품에 대한 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장바구니 물가안정을 위한 대형마트의 노력을 당부했다. 산업·통상 분야가 주요업무인 산업부장관이 대형마트 채소, 과일 매대를 직접 돌며 물가안정을 호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물가 점검회의도 열어 = 한편 지난 18일 정부는 물가 관련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열고, 농축수산물 가격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대책의 골자는 오는 4월까지 농축수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 납품단가 지원 755억원, 할인 지원 450억원, 과일 직수입 100억원, 축산물 할인 195억원 등 총 15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대체과일이 출하되기 이전 물가안정을 위한 것으로, 납품단가는 21개 품목을 지정해 지원한다.
또 농산물 납품단가 지원 규모를 기존 204억원에서 959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품목별 지원 단가도 최대 2배 수준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사과는 기존 kg당 2000원에서 4000원으로, 대파는 1000원에서 2000원으로, 딸기는 1600원에서 2400원으로 조정한다. 할인율은 기존 20%에서 30%로 상향하고 전통시장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바나나, 오렌지 등 100억 원 상당을 직접 수입해 10% 낮은 가격으로 공급한다. 축산물은 한우, 한돈 등 할인행사를 지속해서 열 예정이다.
다만 1500억원의 예산을 또 투입해 과일값을 잡겠다는 정부정책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찮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물가안정대책은 모두 과거대책을 연장하거나 확대하는 방식이다. 수입과일을 풀어 국산과일을 대체하겠다는 정책 역시 논란이다.
◆현장행보 줄 잇는 배경은 = 경제부처 장차관들이 줄지어 현장으로 달려가는 이유는 그만큼 물가상황이 비상하다는 판단에서다. 더구나 대통령까지 대형마트를 찾아가면서 대통령실 의중을 살펴야 하는 부처 입장은 더 다급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물가상황이 국정운영 지지도나 총선민심과 직결돼 있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지난 15일 한국갤럽이 공개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는 37%로 더불어민주당(32%)과 조국혁신당(7%)의 합산(39%)에 비해 오차범위(±3.1%) 내에서 역전 당했다. 지난주 조사에선 국민의힘과 야권의 합산이 각각 동률을 이뤘다. 특히 국민의힘은 지난 2월말 조사에서 지지도 40%로 정점을 찍은 뒤 상승 추세가 꺾였다.
이런 배경에 고물가에 따른 경기상황 악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경제부처의 근심거리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3월 둘째 주(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현재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물었더니 부정평가가 압도적이었다. 36%는 긍정평가 57%는 부정평가했다.
주목할 점은 부정평가 이유로 ‘경제·민생·물가’를 거론하는 응답자가 16%로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통상 윤 대통령의 단점으로 거론되던 ‘독단적·일방적’, ‘소통 미흡’은 9%에 머물렀다. 올해 전체적으로 봐도 ‘경제·민생·물가’는 부정평가 비중 중 16~19%를 기록하며 한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물가와 민생이 19일 남은 총선의 승패를 가를 최대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