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들 “25일부터 진료·수술 줄인다”
전의교협 “주 40시간 단축도 고려” … 의협 회장 선거 후 총파업 가능성도
‘의대 2000명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이 정부가 대학별 배분 결정을 발표하면서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의대 교수들은 각 대학별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오는 25일부터 근무 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으로 줄이기로 했다. 또 다음달 1일부터 외래 진료를 최소화해 중증·응급 환자 치료에 더욱 집중하기로 했다.
정부가 대학별 의대 입학정원을 발표하자 교수들이 사실상 ‘준법 투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장의 ‘의료 공백’이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21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런 방안을 전날 총회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의대 교수들은 25일부터 진료, 수술 등을 줄이기로 했다. 25일은 전국 의대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한 날이다. 즉 사표가 수리될 때까지 준법 투쟁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지 5주 가까이 접어들며 번아웃을 호소하는 교수들의 근무시간을 주 40시간까지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조윤정 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지난달 20일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난 후 대학병원 교수들이 일주일에 2~3일씩 당직근무를 대신 서고 외래 및 입원 환자 진료와 수술 등을 병행하면서 번아웃이 심하다”면서 “환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근무시간 단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법적 대응에 총력 = 전의교협은 또 정부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에도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앞서 전의교협은 서울행정법원에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의대 증원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특히 전의교협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찬종의 이병철 변호사는 서울행정법원 집행정지 사건 심문기일인 22일 법원에 ‘의대 학생 배정위원회’에 대한 석명요청서를 제출했다. 이 변호사는 정부의 배정 결과 발표가 당초 예상보다 한 달 가까이 이른, 기습적 발표라고 주장하면서 배정위원회 관련 자료를 제출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요구 자료에는 의대 입학 정원 증원 결정 처분의 지역별, 대학별 증원 결정과 관련해 배정위원회의 위원 명단, 회의록, 보고자료 등이 포함된다.
조 위원장은 “배정을 발표했다고 끝난 게 아니고 최종 결정된 것이 아니다”며 “9월쯤 돼서 실제 증원된 숫자가 다 없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굳이 전의교협과 전공의협의회에서 철회하라고 말하지 않아도 (행정소송이나 대학 실사 결과에 따라 철회가)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수 비대위도 추가 논의 예정 = 이런 가운데 대학별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한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교수 비대위)가 25일 사직서 제출을 앞두고 다시 모인다.
당시 회의에 참여한 학교는 강원대·건국대·건양대·계명대·경상대·단국대·대구가톨릭대(서면 제출)·부산대·서울대·아주대·연세대·울산대·원광대·이화여대·인제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한양대 등이다. 이후 성균관대 등도 따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데 동의함으로써 이른바 ‘빅5’ 병원과 연계된 대학교수들이 모두 사직하기로 한 상태다.
교수 비대위는 22일 회의에서 학교별 배정 이후 상황을 점검하고, 사직서 제출 등 향후 계획을 재점검할 계획이다.
다만 교수 비대위는 정부와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 가능성도 열어뒀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한 방송에서 “정부가 전공의 면허정지 조치를 풀어주고 대화의 장을 만들면 저희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총파업’ 가능성도 제기 = 한편 의료계에서는 현재 공석인 의협 회장이 선출된 후 ‘총파업’ 등 새로운 집단행동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의협은 22일까지 신임 회장 선출을 위한 선거를 진행 중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25~26일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하지만 후보 대다수가 강경파라 의료계에서는 누가 회장이 되더라도 대정부 투쟁의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의협은 지금까지는 집단행동에 가세하진 않았지만, 차기 회장 선출을 계기로 ‘파업’이라는 이름으로 집단 휴진을 하거나 야간·주말진료 축소 같은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