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비례 사퇴 ‘20년 지기’ 발탁
주기환 신설 민생특보 위촉
“먹고사는 문제 직보” 당부
‘당 대신 호남 챙기기’ 해석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장관급인 대통령 민생특별보좌관을 신설하고 자신의 ‘20년 지기’로 알려진 주기환 전 국민의힘 광주시당위원장을 위촉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4시21분 주 전 위원장 특보 위촉 사실을 공지하고 불과 20여 분 후인 같은 날 오후 4시45분쯤 용산 대통령실에서 임명장 수여식을 열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주 신임특보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후 환담 자리에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된 것이면 어떤 것이든 직보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특보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별도 사무실과 회의 수당 등을 지원받는다. 현재 활동 중인 대통령 특보는 지난 1월 초 위촉된 임종인 사이버 특보다.
호남 출신인 주 특보는 “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며 호남을 중요시해온 윤 대통령과 지역 민생현장의 가교 역할에 적격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시각이다.
그가 2022년 6월 지방선거 당시 광주시장 후보로 출마해 역대 보수정당 소속 출마자 중 최초로 선거 비용 전액 보전 기준인 15%를 넘겼다는 점에서 대표성이 크다는 것.
이번 인선은 주 특보가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총선 비례대표 배치 과정에서 당선권 밖을 배정받은 데 반발해 사퇴한 지 사흘 만에 이뤄졌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사의를 수용하고 이종섭 주 호주대사가 조기귀국하면서 수습되되는 듯 했던 갈등이 여진이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앞서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호남·당직자가 배제됐다며 지도부에 시정을 공개 촉구한 배경엔 주 전 위원장의 비례대표 순번 문제 등이 있었다는 해석도 정치권에서 나온 바 있다.
국민의미래는 19일 호남 인사와 당직자 출신을 당선권 내로 조정한 비례대표 추천 명단을 재의결했으나 주 특보는 포함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당에서 배려받지 못한 호남인사를 챙김으로써 당의 ‘홀대’를 우회적으로 꼬집는 모양새가 됐다.
검찰 수사관 출신인 주 특보는 윤 대통령과 동갑인 1960년생이다. 윤 대통령이 2003~2005년 광주지검 특수부 검사로 있을 때와 2011년 대검 중수부로 파견됐을 당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주 특보의 아들은 현재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